부서진 영혼, 어긋난 운명 47화
카게츠장, HQ.
오리무라 치후유는 무사히 돌아온 제자들을 앞에 두고 보고를 듣고 있었다.
그녀의 앞에 있는 것은 오리무라 이치카, 시노노노 호키, 세실리아 올코트, 팡 링잉, 시노노노 샤를로트, 라우라 보디비히, 휴가 아오이의 7명.
"...보고는 이상입니다."
"알았다. 다들 실전을 겪고도 무사해서 다행이다. 출발은 내일 오전이니, 오늘은 별실에서 휴식을 취해라. 해산."
그다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목소리로, 치후유는 간결하게 전달사항만을 전달했다. 그리고 흩어져서 자기방으로 돌아가는 일행중 한명‐남동생을 불러세웠다.
"오리무라는 잠시 남아라. 할 이야기가 있다."
"예? ...알겠습니다."
"무슨 일때문에 그러는겁니까?"
피곤해 죽겠다는 얼굴의 이치카. 다른이들은 무슨일인지 걱정스러운 얼굴로 돌아봤지만 치후유의 시선 한방에 다들 흩어졌다.
치후유는 잠시 묵묵히 뭔가를 생각하다가, 결심한 듯이 이치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잠시 걸어서 도착한 곳은, 여관 뒤의 오솔길을 빠져나온곳에 있는 절벽위 비밀이야기를 하기에는 확실히 절호의 장소다. 치후유는 그제서야 간신히 입을 열었다.
"솔직하게 대답해줬으면 한다. 거기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 이야기라면 아까 보고에서 다 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서면상으로 위에 제출하기 위한 용도의 보고서. 그 이상의 일을, 너희들은 겪었겠지?"
이치카는 순간 보이지 않게 움찔했다. 확실히 그말대로. 일행이 보고한 것은 어디까지나 실바리오 가스펠을 격추한 내용에 대해서만. 도중에 벤토의 난입에 대해서도, 베가가 끼어든 것도, 하물며 오모카게섬에 대해서는 보고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것을 가장 강하게 주장한 것은 의외로 시노노노 타바네였다.
'이런거 솔직하게 말해봤자 머리가 이상하다고 생각되던가 기밀정보때문에 입막음 당할뿐인걸. 괜찮아, 치‐쨩에게는 내가 말해둘테니까!'
묘하게 믿음직스러운 대사를 하는 타바네. 그녀의 태도에 위화감을 느낀 이들도 있었지만, 뭐라고 해도 다들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귀찮은 일을 떠맡아준다면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일행은 공식화 할 수 있는 내용, 즉 복음과의 싸움과, 그 뒤에 이상 전파에 휩싸여서 추락한 후 시노노노 타바네에게 구조되었다는 내용만을 공식보고로 올렸다. 중간 내용이 대폭으로 빠져있는 부분을 빼면 거짓말은 아니다.
야가미 카구야와 키리사키 키리카는 별실을 배당받아 거기서 쉬고 있다. 두사람은 타바네와 함께 구조를 위해 떠났던 휴가 아오이의 지인이라는 것으로 대충 설명하고, 히무카이 샤나와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타바네로부터 설명을 들었을터인 치후유는 어째서 지금 이 타이밍에 이런 질문을 해오는 것일까. 이치카는 그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대략의 사정은 타바네로부터 이야기 들었다. 하지만, 몇가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말이다. 예를 들면, 그 야소가미 레오나."
"아아, 그사람? 그러고보니 도중에 다시 재합류를 하긴 했는데, 깨어보니 없더라고. 타바네씨도 모르겠다고 하고. 도중에 뛰어내린건지...... 그러고보니 그사람도 꽤나 수수께끼였지."
결국 그녀에 대해서는 끝까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IS도 없이 맨몸으로 IS에 필적하는 전투력을 내지 않나, 시노노노류 고무술을 달인급으로 구사하질 않나.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치후유는 어딘지 괴로운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원래대로 되돌렸다.
"그쪽은 나중에 나도 조사를 해보도록 하지. 너희들은 신경쓰지마라. 그러고보니 이치카, 마지막에 당했다는 옆구리는 괜찮은거냐?"
"아아, 그거. 그럭저럭 다 낫긴 했어. 즉석에서 요인으로 변했으니까 재생력이 빨리 듣기도 했고." "너답지 않은 실태군."
치후유의 말에, 이치카는 속으로 혀를 찼다. 그렇다.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설령 천재 타바네는 속일 수 있어도 치후유는 속일 수 없었다. 그런 보고, 통할리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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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싸움이 끝난 공동 안. 츠즈키 쿄우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타마모는 네조각으로 찢겨나가 바닥에 떨어져있었다. 그러나, 그런 상태라고 해도 방심할 수 없다는 것을, 지난번에 쿠즈노하 타마모와 싸운적이 있는 소년소녀들은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네조각으로 찢겨나간 육체가 꿈틀거리면서 다시 서로 붙기 시작하며, 타마모는 조금씩 되살아나려고 하고 있었다.
"크윽, 괴물인가!" "확실히 요인은, 뇌와 심장, 꼬리가 남아있으면 재생할 수 있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끝장을 내겠어!"
그렇게 기세좋게 먼저 나아간건 호키였다. 그녀의 카라와레 일섬이라면, 아직도 버둥거리는 타마모를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앞을 가로막은것은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었다.
"안돼! 엄마를 죽이지 말아요!"
"?!"
호키의 앞을 가로막고 양 팔을 옆으로 펼친 인물은, 조금전까지 벤토의 품 안에 안겨있던 작은 소녀였다. 전투중에는 완전히 관심외의 인물이었던 그 소녀의 난입에 호키는 당황했다.
"어, 엄마라고?"
"엄마가 나쁜건 알아요...... 그치만, 그래도 엄마가 죽는걸 보고싶지 않아요! 부탁이야, 죽이지 말아줘요!"
호키는 치켜든 칼날을 내려칠 수 없었다. 소녀의 말이 충격적인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소녀는 '딸이 보는 앞에서 그 부모를 죽일 수 있을만큼' 냉정하게는 될 수 없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냉정한 판단을 늘 요구받는 현역군인인 라우라조차도 일시적으로 멈췄을 정도니까. 그나마 냉정하게 마무리를 지으려고 든 것은 아오이 정도였을까.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타마모와 그 앞을 가로막는 소녀‐모니카에게 가있는 그때에, 사건이 일어났다.
"크악!!!!"
"이, 이치카?!!!"
뒤에서 들려온 비명소리에 일행이 일제히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믿어지지 않는 광경이 보였다. 안타레스의 집게발‐아다만틴 시저스가, 이치카의 옆구리를 깊게 찌르고 있는 참상이 거기에는 있었다. 이치카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얼굴로 베가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베가는 냉혹한 얼굴로 그런 이치카의 시선을 무시하고는 집게발을 들어 이치카의 몸을 집어올리더니, 냅다 호키에게 내던졌다.
"윽, 이치카!"
그리고 이치카를 받아든 호키의 옆을 스쳐지나가듯이 순간가속으로 빠져나가며, 즉각 땅에 떨어진 타마모와 소녀를 한손으로 회수하며 베가는 벤토를 향해 외쳤다.
"뭘 멍하니 서있는거야! 튀어!"
"다, 당신...?!"
"죽고싶어?! 에잇, 귀찮아!"
설득하는 과정조차 귀찮아하면서, 베가는 그대로 벤토의 멱살을 붙잡고 날아올랐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다른 일행들이 영격하려했지만, 베가는 순간가속으로 단숨에 공동의 입구를 빠져나가 금새 보이지 않게 되었다. 호키를 비롯한 몇명은 이치카에게 다가가서 상처를 살폈다. 다행인 것은 타마모에게 마지막 공격을 퍼부었을때 요인으로 변신한 상태라 상처의 회복이 빨랐다는 것. 그렇다고 해도 의식불명에 떨어진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그 상황을 악화시킨 것은 샤나의 외침이었다.
"개체명 '오모이데님'으로부터 강력한 레니게이드 바이러스 반응. 이 반응은...... 핵융합의 전조단계입니다."
"자폭할 셈인가?! 언니, 어떻게 좀 해봐!"
"으읏...... 안돼, 아까의 싸움으로 코어가 전부 오버히트해버렸어...... 쓸수 있게 만들기까지 최소한 10분은 걸려!"
여동생의 외침에, 그러나 언제나 여유있는 표정의 천재과학자도 안색이 새파래졌다. 유일한 희망이 무너진 것을 본 소녀들의 표정에 절망감이 감돌았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타바네에게 말을 건 것은 레오나였다.
"타바네. 모두를 데리고 피난해. 여기는 내가 어떻게 해보겠어."
"어떻게 하다니, 뭘 어떻게 할건...... 아."
말하던 도중 타바네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이 말을 멈췄다. 그리고 대신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맡겨도 되는거지?"
"맡겨둬. 아마도, 이것이 본래 이번 사건에 있어서 내 역할일 테니까. ...나츠군과 다른 애들을 부탁해."
"응. 그럼, 나중에 봐."
타바네는 레오나와의 짧은 작별인사를 마치고, 다른 이들을 몰아치면서 서둘러 그 자리에서 대피했다. 다른 이들은 혼자 남겨두고 떠나는 것에 저항감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대폭발이 일어날 것이 뻔한 장소에 남아있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일행이 떠난 직후. 오모카게섬은 거대한 폭발과 함께 지구상에서 그 모습을 완전히 감추었다.
-어딘지 모를 곳에 있는, 넓고 어두운 방.
방의 중앙에 위치한 의자에 앉아있는 것은, 금색과 은색의 머리칼이 섞인 롱헤어를 늘어트린 20대 초반의 여성.
한팔로 턱을 괴고, 다른 한팔로 풍만한 가슴을 받치고 다리를 꼰채 눈앞에 있는 존재를 내려다보는 그 여자는, 온화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웃고 있었지만, 그녀를 잘 아는 사람은 결코 그녀의 웃음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망국기업 간부회, 버밀리온 쉔지. 통칭 레이디 버밀리온.
그녀의 앞에서 현재 한쪽 무릎을 꿇은채 보고를 올리고 있는, 코드네임 베가-노엘 뒤노아의 직속상관이다.
"과연, 재미있는 이야기야. 간부의 폭주를 막고, 그 부하의 생명과 덤으로 소중한 IS까지 건져온 공적. 훌륭해. 이번의 네 공은 간부회에 상주해서 충분한 상을 받게 될거야."
따듯한 상사의 치하의 말에, 그러나 베가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상사에 대해, 다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버밀리온은 꼰 다리를 바꾸며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있잖니? 내가 잘 기억이 안나서 그러는데 하나 대답해주지 않겠어? 내가 너를 거기에 왜 보냈더라?"
"물론, '간부회의 동의하에 벌어지는 닥터 쿠즈노하 타마모의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서', 였죠."
베가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거짓말을 했다. 상사의 질문에는 늦으면 안된다. 그녀는 어떠한 대답이든, 자신의 말에 대한 대답이 곧장 돌아오는것을 좋아하니까. 버밀리온의 밑에서 일하게 된 이후로, 뼈속까지 새긴 처세법이다.
"응, 그랬었지. 그랫어. 나도 참, 벌써부터 기억력이 깜빡깜빡한다니까. 똑똑한 부하를 둬서 난 행복해."
"칭찬의 말씀 감사합니다, 레이디."
숙인 고개를 들지 않은채 역시 곧바로 대답하는 베가. 그런 베가의 태도와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버밀리온은 미소를 띄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폭탄을 던져왔다.
"아, 그러고보니 그 문제의 Crazy Fox년 말인데. 네가 꽤 맘에 들었나봐. 나보고 널 주면 안되냐고 그러던데. 쿡쿡쿡...... 넌 어떻게 생각해?"
베가는 일순 망설였다. 정말로, 한순간의 일이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어 대답하는데는 1초의 경과가 필요했다.
"명하시는 대로, 레이디."
"......정말? 그럼 내가 가라고 하면, 날 떠나서 가버릴꺼야?"
"그것이 레이디가 원하시는 일이라면요. 하지만, 어디로 가더라도 제가 충성을 바치는 대상은 당신 한사람 뿐입니다."
망국기업의 간부들 중에서도 유별나게 '독재자', '지배자'의 기질을 드러내며 폭군으로 군림하는 자신의 상관을 향해, 내심을 결코 들키지 않으리라고 다짐하면서 입에 발린 말을 하는 베가. 과연 그녀의 말을 얼마나 믿었을까. 확실한 것은, 레이디 버밀리온은 그녀의 대답에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불만을 표하지는 않았다는 것. 대신 손을 들어서 까딱까딱하면서 불렀다.
베가가 무릎으로 기어서 버밀리온의 앞까지 다가가자, 버밀리온은 베가의 턱을 한손으로 잡아서 자신쪽으로 강하게 끌어당겼다. 베가는 순간 긴장했지만, 곧 그 긴장을 풀고 자신의 상관에게 자신의 몸을 맡겼다. 한참의 침묵동안, 둘은 시선을 마주했다.
먼저 침묵을 깬건 버밀리온이었다.
"베가. 아니, 노엘. 너는 나에게 거짓말을 하지는 않겠지?"
"물론입니다. 자기 딸을 도구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아버지로부터, 저를 건져주시고 지금까지 키워주신 레이디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지금 이순간까지 변함이 없습니다."
자크 뒤노아에 의해 망국기업에 팔려오다시피 한 그녀를 재미있어 하며 자신의 직속으로 거둔 것이 이 눈앞의 변덕스러운 상관이다. 물론 그 상관의 변덕에 휘말려서 몇번이나 죽을뻔한 적도 있지만, 은혜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 된다. 아버지와 비교해서 어느쪽이 더 지독하냐고 한다면, 비교하기가 곤란하겠지만.
그렇기에 베가는 더더욱 태연하게 그런 말을 했고, 버밀리온은 그 말을 믿었는지, 턱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네 말을 믿겠어. 조만간 소속변경이 있을거야. 하지만 어디에 있더라도, 네가 진정으로 있을 곳은 내 곁 뿐이라는걸 명심하렴. 물러가도 좋아."
"Yes My lady."
베가는 일어서서 고개를 숙인채,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뒷걸음질로 방을 나섰다.
소리나지않게 문을 닫고, 복도를 걸어 한참을 떨어진다. 주위에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고, 감시카메라의 감시범위에서도 사각인 것을 확인하고서야 베가는 벽에 몸을 기댄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아......"
살해당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문답에서, 한번이라도 실수했다면 버밀리온은 자신을 그대로 처분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타마모를 죽이라는 명령을 어기고 역으로 죽을뻔한 그녀와 그 부하의 목숨을 살려서 데려왔으니까. 그 이상한 꼬맹이는 도중에 갑자기 사라졌지만, 어쨌든 망국기업의 아지트까지 두사람을 무사히 데려온 것은 기적과도 같았다. 그리고 본래라면 항명죄로 처분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자신을, 버밀리온은 손바닥을 뒤집어서 타마모에게 은혜를 입히려고 마음을 바꿔먹었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라면 최대한 유리한 쪽으로 결론을 낸다. 그렇기에 버밀리온이 마음을 바꾼것이겠지만, 그렇게 유도한 것은 베가 자신이다. 아니, 좀더 엄밀히 말하자면, 자신의 등 뒤에서 실을 당기고 있던 그 남자---
[한가해보이는데. 예정대로 돌아가는 모양이야.]
갑자기 머릿속 어딘가에 울려퍼지는 자신 이외의 누군가의 목소리에, 베가는 눈을 감고 익숙치않은 감각으로 대답을 송신했다.
[이렇게 될걸 예상하고 있었던거야?]
[네가 말했던 네 상관의 성격을 계산해보면, 결과는 뻔하지.]
[......무서운놈 같으니라고.]
베가는, 아까 버밀리온의 앞에 있을때보다 더 공포를 느끼며 자신의 몸을 양팔로 끌어안았다. 하지만 부르르르 떨리는 몸의 충격은 좀처럼 가라앉을 줄을 몰랐다.
[저 타마모는, 네놈에게 있어서 불구대천의 원수 같은거 아니었어? 그런데도 그런 연극을 해서까지 살려보낼 필요가 있었어?]
[그자리에서 그년을 죽여버린다고 해도, 제대로 된 복수는 안돼. 게다가, 아직 '그사람'은 그 여우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까. 그걸 위해 널 그쪽에 보낸거야. ......잊지는 않았겠지?]
[알고 있어. 그것도 네가 말한대로 돌아가고 있어. 조만간 나는 스콜 뮤젤의 파벌로 옮겨가게 될 모양이야.]
[스콜 뮤젤...... 타마모를 주워왔다던 망국기업의 간부인가? 뭐, 좋아. 이후도 좋은 소식 부탁해. 이쪽은 그동안 네가 언제 빠져나와도 괜찮도록 자리를 준비하고 있을테니까.]
[믿어도 되는거겠지?]
베가의, 어딘가 절실한 목소리에 대한 대답은, 코웃음치는 듯한 소년의 목소리.
[안믿으면, 무슨 방법이라도 있어? 이미 넌 돌이킬수 없는곳까지 발을 담궜어. 마지막 마침표를 찍을때까지는 계속 주변을 속이면서, 첩자노릇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마치 자신에게 선택권이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넌 그때 나를 찌른 그 순간 이 모든걸 결정한거야. 그게, 너에게 남아있던 마지막 선택이었고.]
[네가 하라고 했잖아!]
[했지. 하지만, 행동한건 너야.]
[협박한 주제에!!!!!!]
[그게 싫었다면, 아주 죽을만큼 깊게 찔렀어야지. 그래서, 이제와서 그걸 후회하는거야?]
소년의 약올리는듯한 목소리에, 베가는 반대로 차분해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후회는 안해. ...네말대로, 결정하고 실행한건 나야. 그러니 마지막까지 어울려줘야겠어.]
[좋은 각오야.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베가, 아니 노엘 뒤노아라고 불러야 하나?]
[네놈에게 그 이름으로 불릴 이유는 없어, 마왕. 이젠, 그 이름으로 날 부를 사람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으니까.]
[좋을대로 해. 뭐, 조만간 적당한 이름을 하나 붙여줄께. 그럼, 이만. 또 필요하면 연락하지.]
그 말을 마지막으로 텔레파시는 끊겼다. 베가는 눈을 감고, 자신이 처한 상황과 '그 순간'을 회상했다.
이치카의 동료들이, 죽어가는 타마모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고 하는 순간.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자신의 머릿속에 날아온 것은 오리무라 이치카의 사념을 통한 명령. 그것은 매우 단순한 몇마디였지만, 그 내용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베가에게 '자기 자신에게 기습으로 보이게 공격을 걸고, 타마모와 벤토를 회수하여 망국기업으로 돌아가라'는 명령이었다.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도저히 그것을 거역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결국 시키는대로 이치카의 옆구리에 집게발을 쑤셔넣고, 모두가 경악하는 틈을 타서 목표물을 데리고 도망쳤다. 그 이후 의식을 되찾은 이치카로부터 지시를 받고, 그대로 움직이면서 자신의 상사까지 속였다.
목적은 단순명료했다. 망국기업에 심어진 스파이. 덤으로, 타마모의 감시와 벤토의 서포트. 여차하면 벤토를 망국기업에서 빼내면서 자기자신도 빠져나온다. 그것이 저 마왕, 오리무라 이치카의 계획.
일견 무모하다고 밖에 볼수없는 비현실적인 계획. 그러나 그는 이미 한 나라의 대표후보생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자기편으로 삼은 전적이 있고, 그 뒤에는 세계 최강의 여자 '브륜힐트' 오리무라 치후유 와 세계 최흉의 과학자 시노노노 타바네가 있다.
저정도의 배경을 가지고 있다면, 오리무라 이치카는 진심으로 망국기업을 쳐부수러 올 작정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정도의 힘을 그는 기르고 있는 것이다. 이미 어느정도 다룰 수 있는 IS의 숫자만 해도 이미 3세대나 그 이상으로 6대, 거기에 뭔지 모를 인형병기까지 추가 되어있고, 시노노노 타바네에 필적할만한 천재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그와는 별도로 무언가의 조직을 배후에 거느리고 있는 낌새까지 있다. 여기에 IS학원을 통째로 아군으로 붙이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망국기업에 필적할만한 거대한 세력으로 견주어도 무방하다. 그렇게까지 가지 않더라도 다른 누군가, 예를 들어 망국기업과 적대하고 있는 뒷세계의 거대조직인 팔스 하츠나 디바인 칠드런등과 손을 잡기라도 한다면 밸런스는 순식간에 기울게 된다. 오리무라 이치카에게 그런 것을 주저할만한 도덕성이나 결벽성이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필요하다면 그는 태연하게 살아있는 사람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정도의 일도 서슴지 않는 결단성과 잔인성을 가지고 있다.
'이걸로, 괜찮은거겠지? 당신이 말한대로 저 마왕의 밑에 붙었으니까. ......천국은 포기해야겠네. 죽고나서 지옥에서 보자고, 아버지.'
벤토는 다시 한번 한숨을 쉬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빨리 샤워를 하고 한숨 푹 자고싶을뿐이었다.
"......너답지 않은 짓을 했군."
이치카의 자백을 들은 치후유는,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한숨을 쉴 뿐이었다. 벼락이 떨어질 것을 각오한 이치카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치후유를 쳐다봤다. 그렇게 눈을 동그랗게 뜨는 동생에게 치후유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핀잔을 줄 뿐이다.
"이미 저지른 짓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해도 소용없겠지. 네녀석이 하루이틀 그러는 것도 아니고. 내가 걱정하고 있는건, 눈앞에서 '죽여야할 적'을 그대로 보내주고도 네 몸이 괜찮은건가 하는 점뿐이다."
"아아......"
한번 자신에게 적의나 악의를 품은 자에 대해서는, 그 원인이 되는 대상의 완전 소멸에 의해서만 몸과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특유의 정신구조, '살의의 연쇄'. 그 대상중에서도 절대적인 복수심을 품고 있는 구룡요호를 자신의 손으로 살려보낸다는, 그에게 있어서는 있을 수 없는 행동. 게다가 그것을 위해 취한 수단은, 자기 자신을 공격하게 하는 것. 아무리 봐도 이치카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뿐이다. 그런 누나에 대해 이치카는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복잡한 미소로 대답했다.
"응, 그거지. 나도 조금은 성장을 했다고 할까? 더 큰 적을 잡기 위해, 포석을 좀 깐거지. 기왕이면 일망타진하면 좋잖아?"
"망국기업을 통째로 멸할셈이냐?"
"그게 내 건전하고 무난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두사람 다 결코 언성을 높이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도, 두사람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긴장 같은것이 흐르고 있었다.
"그것만은 아니겠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치후유의 추궁에, 이치카는 시치미를 뗐다. 하지만, 다음에 들려온 말에는 반응할 수 밖에 없었다.
"쿠요우 치아키. 아니, 지금은 망국기업의 벤토, 라고 불러야 할까."
치아키의 이름이 치후유의 입에서 나오자, 이치카는 눈에 보이게 당황했다. 잠시후 진정하고는 인상을 구기며 이치카가 말했다.
"호키쨩에게 들은거야?"
"정보 소스는 누구라도 상관없겠지. 중요한건, 네가 뭘 생각하는가, 다. 이치카, 너는 그녀를 어떻게 하고싶은거지?"
치후유의 추궁에 이치카는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아무리 고개를 돌려도, 치후유의 눈으로부터는 도망갈 수 없다. 치후유는 묵묵히 이치카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치카는 쥐어짜내는듯한 목소리로, 답했다.
"......모르겠어. 하지만, 어떻게든 해주고싶어."
"그녀는 망국기업이다. 적이야. 게다가, 그녀가 정말로 '저쪽'에서의 네 누나였다고해도 그 자신에게 그 기억은 없어."
"알아, 그런건! 하지만...... 지금의 그사람은 아무런 선택지도 없이 구룡요호에게 끌려다니고 있을 뿐이야! 최소한, 그사람에게 선택의 기회는 주고싶어. 어떤 위치에 설 건지. 적이 되든, 그렇지 않든, 최소한 자신의 의지로 결정하게 해주고싶어!"
-그것은 이치카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현재 자신의 누나는 치후유뿐이다. 쿠요우 치아키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인물. 물론 그녀가 자신들쪽으로 와주면 기쁘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벤토로써의 자아를 가지고 있고, 자신의 장소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자기 맘대로 간섭해서 바꾸는 것이, 과연 얼마나 그녀를 위한 일이 되는 것일까?
그렇기에, 이치카가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밑 준비뿐이다. 만에 하나 그녀가 이쪽으로 넘어오기로 마음을 바꾼다면, 언제라도 그녀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것. 그것을 위해 베가를 망국기업에 잠입시키고, 그것을 위해 철천지원수인 타마모도 살려서 보냈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이치카는 망설임없이 망국기업을 파멸시킬것이다.
원래부터 망국기업과는 결판을 지을 생각이었다. 자신의 납치를 꾀했을때부터, 그건 이미 결정사항이다. 이제와서 이유가 하나 더해졌을뿐이다.
그런 이치카의 결심을 보고, 치후유는 팔짱을 낀채 무표정하게 못을 박았다.
"......만약 적이 되겠다고 결심한다면, 어떻게 할 셈인거냐?"
"......그건, 그때 생각하겠어! 우선은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할거야!"
자신의 적으로 돌아서는 모든 것을 용서하지 않는 이치카에게서 나왔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발언. 그에게 있어서, 쿠요우 치아키라는 존재가, 벤토라는 존재가 어떤 위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고뇌에 찬 말이었다. 치후유는 그렇게 괴로워하는 자신의 동생을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지만, 다행히도 이치카는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치후유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결국 치후유는 하고싶은 말을 삼킨채 무난한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알았다. 피곤할텐데, 이만 들어가봐라."
"......미안, 치후유 누나."
"사과할 건 없겠지. 네가 생각하고, 결정해서 행동에 옮긴거다. 다른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네 행동을 지지할거다."
"치후유 누나......"
이해받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치후유의 그 말에 이치카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릴만큼 감격했다. 그런 동생을 보며, 치후유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풀어지면서 이치카의 머리에 손을 얹어 가볍게 쓰다듬었다.
"바보같이. 남자가 우는거 아냐."
"울긴... 누가 운다고 그래...! 아하하...... 젠장, 눈에 뭐가 들어가서...... 안되겠다. 나, 먼저 들어가서 씻고 쉴께. 누나도 여름의 밤바람은 추우니까, 너무 늦게까지 나와있지마."
"아아, 나도 곧 들어갈거다. 너야말로, 피로가 쌓였을텐데 일찍 자라."
기쁨의 눈물을 채 숨기지 못한 이치카가 쑥스러워하며 얼굴을 가리고 여관으로 달아나듯이 뛰는 것을 보며, 치후유의 얼굴에는 살포시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 미소는, 이치카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짐과 동시에 사라졌다.
"지금 무서운 얼굴 하고 있어, 후유쨩."
"시끄러워. 가족끼리의 대화를 엿듣다니, 악취미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밖에 말 할 도리가 없는데, 레오나."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대답하는 치후유. 언제나 갑자기 불쑥불쑥 나타나는 이 오랜 친구의 등장법에 대해선 이미 내성이 붙어서 웬만해선 놀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서 들려온 목소리에는 깜짝놀랄수 밖에 없었다.
"'우리집 남동생을 어디서 굴러먹다온 개뼈다귀에게 줄까보냐~~!'라는 표정하고 있어 치-쨩♡"
"타, 타바네?! 어째서 네가?!"
그럴리가 없다. 그 레오나와 타바네가 같이 나타날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을리가 없는 일이 지금 눈앞에서 일어났다. 기겁하여 돌아본 그곳에는 방긋방긋 웃는 타바네와, 면목없다는듯이 쓴웃음을 짓는 레오나가 함께 있었다.
"어떻게 된거냐? 어째서 너희 둘이 함께....."
"역시 그 반응, 치-쨩도 전부 다 알고 있었던거지?"
타바네의 말에 치후유는 아뿔싸,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타바네는 치후유를 탓하려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치후유는 레오나에게 비난의 시선을 던졌다.
"...어떻게 된거냐. 어째서 타바네가 기억을 되찾은거지?"
"설명하자면 복잡한데, 일단 내가 한 짓은 아냐. 좀 사고가 있어서, 타바네는 스스로 기억을 떠올린거야."
"하지만 그런일이 생겼더라도, 너라면 다시 타바네의 기억을 지웠을텐데. 그걸 가능하게 하는 힘이 너에게는 있잖아."
치후유의 말에, 레오나는 눈을 감았다. 지금도 떠오르는, 그 순간이 머릿속에 다시 재생되었다.
-오모카게섬에서 돌아오는 G캐롯의 안.
모두들 전투의 피로와 부상, 그리고 긴장이 풀린 반동때문에 시체처럼 뻗어서 자고 있었다.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이는 조종하는 타바네 한명뿐.
-삐빅.
레이더에 나타난 IS 코어의 미약한 반응. 쿠로유리의 접근을 감지한 타바네는, G캐럿을 허공에 멈춘채 잠시 기다렸다. 수초후 나타난 레오나의 모습을 보고, 타바네는 입구를 열어 그녀를 맞아들였다.
"어서와, 레-쨩. 어땠어?"
"으응, 어떻게든 지구 규모의 대폭발만큼은 막았어. 그래도, 오모이데님 자체는 완전히 부서졌고, 그 공동도 파묻혔어. 아마 두번다시 이용당하는 일은 없을거야."
"그렇구나... 응, 수고했어!"
타바네는 까치발을 하면서 손을 뻗어, 자신보다도 키가 큰 사촌 언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레오나는 쑥스러워하면서도 그것을 거절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부끄럽긴 한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화제를 바꿨다.
"애들은, 다 자?"
"응, 피곤한가봐. 레-쨩도 같이 잘래? 여러가지로 피곤할텐데."
"아, 나는 괜찮아. 타바네야말로, 갑자기 여러가지 기억을 떠올리게 되어서 힘들텐데. 조종은 내가 할테니까, 도착할때까지는 좀 쉬는게 어때?"
레오나의 제안에 타바네는 순간 솔깃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좀처럼 넘어오지 않는 타바네를 향해, 레오나는 바닥에 앉아서 자신의 무릎을 가리키며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무릎베게 해줄까? 옛날엔 종종 낮잠잘때 이렇게 했잖아."
"아하하, 레-쨩도. 그거 옛날 일이잖아."
"역시, 기억하고 있어 그것도?"
"응, 전부. 그럼 모처럼이니까, 실례하겠습니다~~~"
타바네는 레오나의 무릎베게에 냉큼 달려들어서 머리를 기대고 눈을 붙였다. 상당히 피로가 쌓였던지, 타바네의 숨소리는 금방 고르게 변하며 잠에 빠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처럼 편안하게 잠들어있는 시노노노 타바네. 그런 그녀의 잠든 얼굴을 쳐다보는 레오나의 얼굴은 온화했다. 그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면서 옛날의 추억을 회상하기라도 하는 것일까. 그러나 그 표정은 점차 괴로워져가고있다.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손을 들어 한참을 망설이던 레오나는 마침내 결심한듯이 그 손을 타바네의 머리를 향해 가져갔다.
그러나 앞으로 한치, 조금만 더 가면 되는 곳에서, 그 손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가 붙들고 있기라도 한듯이, 거기서 조금도 움직이질 못했다. 물론 그 손을 방해하는것은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었다.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레오나의 마음속의 갈등뿐.
치켜든 손을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한참을 그러고 있던 레오나는 결국 그 손을 다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원래라면 망설일 것은 없었다. 그것이 가장 좋은 일일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도 그녀는 결국 결심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기억, 지우지 않는거야?"
"타, 타바네...?! 깨어있었어?"
"지우는 쪽이, 레-쨩에게 있어서 편한거잖아?"
전부 꿰뚫어보고있었다. 그것을 알고, 그러면서도 타바네는 레오나가 자신의 기억에 다시 손을 대는 것을 묵인하려고 했다. 그 의미를 깨달은 레오나는, 순간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직 눈을 감은채인 타바네가, 말을 이었다.
"나는 레-쨩이 뭘 하려고 하는지는 잘 몰라. 하지만, 그건 분명히 나나 치쨩, 잇군, 호키쨩에게 있어서 피해를 주는 일은 아닐거야. 그 부분에 있어서, 나는 레-쨩을 믿어."
"타바네......"
"...그러니까, 지워도 좋아. 기억. 그편이, 레-쨩에게 있어서 더 편한거잖아?"
알아야 할 진실, 자신의 실태도 모두 잊은채, 자신만의 세계에 틀어박혀서 민폐나 끼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 대인관계가 극도로 나빠서 인간의 개체구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여자.
타바네는 다시 한번 자신의 발로, 그런 우스꽝스러운 마리오네트의 역할을 맡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너는......"
"괜찮아. 레-쨩이 이렇게 무사하다는 걸 알았으니까, 난 그것만으로도 만족해. 게다가 레-쨩은, 아직도 날 위해서 애써주고 있는 거잖아? 나, 그 사실을 안 것만으로도 기뻐. 그러니까, 됐어."
"됐다니......"
"믿고 있으니까. 치-쨩도, 레-쨩도, 나에게 있어서 둘도 없이 소중한 사람들이고, 그런 소중한 사람들이 날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걸. 거기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난 괜찮아."
이토록 전폭적인 신뢰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보낸 적이 있었을까. 어쩌면 세계를 뒤집어 엎을지도 모르는 결정을, 지금 레오나는 하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것은 레오나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과연 자신이 이런 호의와 신뢰를 받아도 되는 것일까. 과연, 타바네의 신뢰에 자신은 보답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 보답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자신을 믿어주는 타바네에 대해서,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최대의 일이니까. 그것을 위해, '로어마스터'라는 이름을 걸고 지금까지 활동해온 것이니까.
레오나는 다시 한번 오른손을 들었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고, 각오를 다진채 이번에야말로 타바네의 머리를 향해 손을 내렸다.
"그래서, 결국 못했다고?"
"면목없어. 다른 애들 기억은 전부 적절하게 손봐서서, 쿠로유리라던가 그런 결정적인 부분만큼은 수정했지만."
레오나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푹 숙였고, 타바네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그런 레오나의 팔에 팔짱을 낀채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웃후후후~~ 레-쨩은 타바네씨에게 약하니까."
"모처럼 기특한 소리를 하는가 했더니 그게 목적이었던거니?! 이 애는 정말......"
"괜찮잖아~~~~ 모처럼 오랜만에 셋이 모였는데!"
"큭... 나, 나이를 좀 생각해! 벌써 스물 넷이나 먹은 다 큰 처녀가 어린애처럼 매달려서 응석이나 부리고!"
"그 응석에 못이기고 있는 너도 그다지 큰 소리 칠 입장은 아닌 것 같은데."
"후, 후유쨩까지......"
치후유의 칼날같은 말에 심장이 후벼파여진 레오나는 실제로 심장에 대못이 박힌것처럼 무릎이 풀썩 꺽일뻔했다. 물론 치후유에게 악의는 없었지만, 워낙 찔리는 구석이 많은 레오나에게는 실로 정문일침이었다. 결국 그런 레오나의 모습을 보면서 치후유도 딱딱한 표정을 풀고 웃어버렸고, 레오나도 거기에 이끌리듯이 웃음을 터트리며 세 소꿉친구는 즐거운듯이 함께 웃었다.
"그래서, 결국 타바네에게 '계획'에 대해 다 설명해버린거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시 진지한 표정이 된 치후유. 그 말을 받아 레오나도 다시 몸을 일으키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최소한의 부분은 설명을 했어. 나머진 알아서 이 애가 이해하겠지."
"정말, 엉망진창이라니까. 타바네씨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막나가는 계획은 안세울텐데."
""너에게만은 듣고싶지 않아!!""
자기만은 정상인이라는 양 혼자 빠져나가려는 타바네에게, 치후유와 레오나가 동시에 구박했다. 10년전까지는 몇백번이나 반복되었던 구도였다. 타바네는 거의 본능적인 흐름에 따라 주저앉아서 머리를 껴안고 '잘못했어요~~~'라는 맥없는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물론 전혀 반성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그럼 타바네씨는 뭘 하면 돼? 지금처럼 삐에로를 연기하면서 세계의 시선을 끌고 있으면 되는거야?"
"아아, 그래. 타바네는 표면에서, 레오나는 지금처럼 뒷면에서 녀석들을 뒤흔든다. 아무래도 이치카도 나름대로 망국기업을 분쇄해버리려고 뭔가 획책하고 있는모양이야. '동기야 어쨌든', 그걸 지원하는 형식으로 일을 일으키면 되겠지."
"망국기업이라. ......괜찮아, 후유쨩? 역시 '그녀'를 신경쓰고 있는거 아냐?"
"에? 그녀라니 누구?"
"왜, 있었잖아. 그 검은 댕기머리의 네코마타(猫又:일본의 요괴로, 꼬리가 둘로 갈라진 고양이 요괴) 아가씨. '저쪽'세계에서는 나츠군, 그러니까 레이...군이었던가? 그의 누나의 표류체. 이름이 벤토라고 했던가?"
"아아, 있었지 그런게."
표류체, 라고 하는 것은 저쪽세계에서 황천회귀로 이쪽세계에 불려와, 이쪽 세계의 인간의 몸에 씌어서 융합되어버린 존재를 가리키는 단어로써 붙인 가칭. 즉 오리무라 이치카나 쿠즈노하 타마모 같은 이들을 말한다.
그리고, 지금 레오나가 말하는 대상인 벤토 역시, 저쪽 세계에서 레이 챤의 누나였던 '쿠요우 치아키'의 표류체라는 사실이 플래너에 의해 밝혀졌다. 즉, 이치카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누나'의 위치에, 치후유 외의 인간이 올라서게 된 것이다.
기본적으로 현재 이치카의 정신상태는 매우 불안정하다. 그런 그가 태연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오리무라 치후유라고 하는 누나, 즉 가족이 존재함으로써 그의 '일상'을 유지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자리는 본래라면 쿠요우 치아키가 위치하고 있던 것. 어떻게 보면 치후유는 치아키의 빈자리를 차지한 것이라고 볼 수 도 있다. 과연, 치아키가 원래의 자리로 복귀한다면 치후유는 어떻게 될 것인지. 그리고 이치카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이치카의 지금의 현상태를 보아할때, 치후유를 버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러나, '누나'의 자리에 두사람이 과연 동시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 그런 사태를 고려해보지 않을 수 없다. 치후유는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그 IF에 대한 자신의 결론을 내놓았다.
"벤토가, 쿠요우 치아키로써의 자신을 인식하고 순순히 이쪽으로 넘어온다면 그건 인정할 수 밖에 없겠지. 하지만, 만약 그렇지 않고 그녀의 존재가 이치카를 괴롭게 만든다면...... 나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여자를 이 손으로 쳐부순다."
그 의지는 너무나도 강고해서, 두사람에게 반박이나 야유의 여지조차 빼앗아버렸다. 타바네가 입을 연 것은, 정확하게 그 대답으로부터 5분이 경과한 뒤였다.
"......치-쨩, 정말이야? 그런짓 했다간, 아무리 잇군이라도 치-쨩을 용서하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각오하고 있어. 아아, 그런건 알고 있어. 이것이 얼마나 비열하고 추한 마음인지, 나 자신도 알고 있어. 하지만......"
치후유는 한번 말을 끊고 눈을 감았다.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마음속의 의사표명. 그것에는, 그정도의 용기가 필요했다. 다시 눈을 뜬 치후유에게, 더이상 망설임은 없었다.
"이치카는 내 남동생이다. 그것을 뺴앗아가려는 자는, 누구라도 용납못해. 하물며 상처를 입히기라도 한다면...... 나는 모든 것을 걸고 그것을 쳐부순다."
"물론, 우리들도 도울거야. 그렇지 타바네?"
"물+론! 어디서 굴러먹다온 말뼈다귀인지 모를 그런 여자에게 잇군을 뺴앗길 수야 없지. 타바네씨도 치-쨩을 전력으로 응원할거야!"
두 친구의 응원에 치후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했다.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너무나도 그녀들 다운 모습에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세상의 그 누가 비겁하다고 해도 상관없다. 자신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자기 자신을 위해, 그것을 위해서라면 오물을 뒤집어쓰고 진흙탕을 들이마시는 일이 있더라도 결코 멈추지 않는다. 10년전 치후유와 레오나가 결심했듯이, 이번에는 거기에 타바네가 새로이 끼었을 뿐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걸리면 되는거지, 레오나?"
"당초의 계획으로는 '축제'까지는 순조롭게 간다면 1년정도 걸릴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번사건으로 발생한 변수를 고려해본다면 어쩌면 더 단축될지도. 반년도 안남았을지도."
"'백귀야행제百鬼夜行際', 였지? 레-쨩에게 대충 설명은 들었어. 그럼 난 뭘 하면 돼?"
"교섭용 카드가 필요해. 코어의 양산체계와, 즉시 쓸 수 있는 코어를 몇대 준비해줘."
"그건 상관없지만, 누구랑 교섭하게? 미국에라도 가져갈거야?"
"부자에게 동전 하나는 큰 돈이 아니지만, 가난한 사람에게 가방 한 가득 든 지폐다발은 목에서 손에 나올만큼 원하는 거겠지. 미국보다 가까운 나라가, 이 나라의 이웃에는 있으니까."
치후유의 말에 레오나가 손뼉을 딱 치며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과연, 2대 브륜힐트 말이구나. 장 희명張熙明 중장中將이랬던가? 후유쨩은 그녀와 친했지?"
"그럭저럭. 이전부터 연락은 취하고 있고, 이야기 해보면 알겠지만 말은 잘 통하는 상대야."
"알았어. 그럼 그건은 후유쨩이 맡기로 하고. 그럼 이후 우리끼리의 연락은 어떻게? 적임이 없다면, 내가 사람을 보낼텐데."
"레오나 너에게 부릴만한 사람이 있나? 그건 그것대로 놀라운 일인데."
레오나의 제안에 치후유가 심술궃은 얼굴로 놀리듯이 말했다. 사실 언제나 정체를 감추고 다니는 그녀에게 있어서, 정체가 드러날지도 모르는 지인은 웬만해서는 족쇄에 불과하다. 게다가 레오나 그녀가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일 자체가 드물기도 하고. 보통은 실컷 이용하고나서 기억을 지워버리기가 일쑤다. 그런 부분을 지적하자 레오나는 얼굴을 붉히면서 항의했다.
"나, 나라고 해서 신뢰하고 있는 아이 정도는 있다고. 정말, 너희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거니?"
"......전형적인 흑막?"
"얀데레주제에 실은 어딘가 얼빠진 언니??"
친구들의 가차없는 솔직한 평가에 레오나는 저도 모르게 무릎에 힘이 빠지면서 꺽일것 같았다.
"이런 애들을 친구라고 믿고 있는 나는......"
"다 평소의 행실 탓이지. 어쨌든 연락이라면.... 그렇군. 적당한 인재가 있어. 그녀석을 중간 파이프로 쓰도록 하지."
"OK. 일단 전용회선은 타바네씨가 설치해둘께. 그럼, 자세한건 나중에 봐 치-쨩, 레-쨩!"
"응. 언제 한번, 느긋하게 이야기 할 시간을 만들께. 나도 이만 실례."
"여기에 있었어, 호키쨩?"
바다가 훤히 보이는 모래사장 위에, 긴 머리카락을 묶지도 않고 그대로 늘어트린채 무릎을 끌어안고 있는 소녀에게 다가간 이치카는 우롱차캔을 하나 건네며 옆에 앉았다. 호키는 캔을 받으며 이치카에게 말을 건넸다.
"쉬지 않아도 되는거냐?"
"뭐, 튼튼하신 몸이라서. 상처 자체야 벌써 다 나았고. 볼래?"
"돼, 됐어!"
옷을 걷어올려서 찔린 옆구리를 보이려는 이치카에게, 호키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때릴듯이 손을 들어올렸다. 이치카는 킬킬거리며 웃으면서 들어올린 옷자락을 다시 내리며 말했다.
"바닷가 날씨는 꽤 추워. 그러다가 감기걸린다."
"그러는 이치카야말로."
두사람의 지금 옷차림은 여관에서 준비한 유카타차림. 바닷바람을 맞기에는 조금 가벼운 옷차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인사같은 말을 가볍게 교환하고나서, 둘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것을 먼저 깬. 것은, 시노노노 호키였다.
"괜찮은거냐? 몸은."
"응? 그러니까 다 나았다니......" "그쪽이 아니라! ......일부러 놓아준거잖아? 그 여우를."
호키의 날카로운 지적에, 이치카는 표정을 바꾸지 않은채 대답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간단해. 나는 그 여우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베가와 벤토는 가까이에서 봤어. 네가 그 두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그 두사람이 널 어떻게 대하는지."
"......그래서?"
"우선 그 상황에서 베가가 널 찔렀다는 것 자체가 믿어지지 않는다. 그녀는 너에게 뭔지 모를 두려움을 품으면서 너에게 복종하고 있었어. 아마도 이치카가 우리들에게는 보여주지 않은, 뭔가를 보여준거겠지. 상당히 무서운 꼴을 당한 것 같았으니까. 적어도 그 FH라는 녀석들과 싸운 이후 재합류한 그녀의 모습은 명백하게 이상했다. 그런 녀석이, 기회가 왔다고 해서 그렇게 간단히 널 배신하고 저쪽으로 붙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하물며, 원래 없애려고 하던 적인 타마모 일행을 구하면서까지."
"계속해봐."
"두번째로, 온갖 적의와 살의를 즉시 눈치채는 너에게 기습공격같은게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이상해. 하물며 요인화되어있던 너라면 그런 공격따위 진즉에 눈치채고 피하거나 막았을테니까. 즉, 그 공격은 네가 사전에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허용한 공격이라는 것."
"......세실리아도 그렇고, 내 주변엔 왜 이렇게 명탐정들이 많을까나. 그래서?"
"내가 그 상황을 종합해서 내린 결론은 하나뿐이다. 이치카, 넌 일부러 베가를 배신하게 만들어서, 적에게 잠복시킨거다. 목적은 여러가지 있겠지만, 아마도 가장 중요한 목적은 그 벤토...... 아니, 쿠요우 치아키와 관련이 있겠지. 틀린가?"
호키의 추론을 들은 이치카는 잠시 눈을 감더니, 그대로 몸을 무너트리면서 호키에게 머리를 맡겼다. 호키는 놀라는 기색도 없이, 이치카의 머리를 무릎으로 받아 그대로 무릎베개를 해줬다.
"...치후유 누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어떻게 그렇게 남의 속을 들여다보듯이 아는걸까나. 나 그렇게 알기 쉬운 녀석이었나?"
"치후유 언니에게도 들킨거냐. 한심하군."
"용서없구나아------"
호키의 허벅지에 얼굴을 묻은채 자조하면서 이치카가 흘린 말에, 호키는 부드럽게 웃으며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 머리을 쓰다듬었다.
"......안물어봐?"
"내가 알아야 할 일이라면, 이치카가 먼저 말해주겠지. 믿고 있다. '동지'잖아?"
"---너, 치사해. 그래버리면 내가 말할 수 밖에 없잖아."
"언제나 혼자서 뭐든지 정해버리는 독재 리더에게는 이정도가 적절해."
"이렇게 말하면 저렇게 대답하고...... 언제부터 이렇게 달변이 된건지."
"전부 네탓이다. 자신의 평소의 행실을 원망해라."
시원시원하게 대답하는 호키의 태도에, 이치카는 못당하겠다는듯이 결국 한숨과 함께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호키에게는 도저히 이길 도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이치카는 대신 다른 말을 꺼냈다.
"생일 축하, 늦어져서 미안."
"......기억해주고 있었나?"
"잊을리가 없잖아, 7월 7일. 정말이지, 세상에서 제일 정신사나운 생일파티였지."
"그걸 생일파티라고 간단히 결정지어버리는 너의 센스를 한탄할 뿐이다. 명색이 생일축하라면서, 축하 선물 하나 준비 안하는 박정한 놈 같으니라고."
"그럴리가 없잖아. 제대로 준비했다고?"
몸을 일으키며, 자신의 유카타 품속에 손을 넣어 뭔가를 꺼내서 그것을 호키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두손으로 받은 호키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건...... 머리띠?"
그것은 보통 시판용의 머리띠에 비해 상당히 긴, 총 0.5미터정도는 되어보이는 백색과 적색이 섞인 머리띠였다. 디자인 자체는 지금 호키가 하고 있는 진녹색의 것과 비슷했지만, 이렇게까지 긴 것은 없었다.
"그냥 머리띠가 아냐. 봐, 뒷면에 글자가 새겨져있지?"
이치카의 말에 따라 뒤집어보자, 거기에는 금색으로 글자가 수놓아져있었다. '시노노노 호키의 15세 생일을 축하하여. 오리무라 이치카로부터.'
"이건, 이치카가 직접 새긴건가?"
"고생 좀 했다고. 직접 손으로 하려니까. 어때, 마음에 들어?"
웃고 있는 이치카의 얼굴을 보며 호키는 순수하게 감동했다. 호키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른채, 그 머리띠를 이치카에게 내밀며 말했다.
"이치카. 괜찮다면, 직접 묶어주지 않겠나?"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호키는 이치카에게 등을 돌리고 머리카락을 내맡겼다. 이치카는 조심스러운 솜씨로, 호키의 머리카락을 익숙한 포니테일로 묶었다. 남아있는 양쪽 끝은 살짝 리본모양으로 만들어서 귓가에 장식하는 작업까지 끝나자, 호키는 뒤로 돌아보며 이치카를 향해 물었다.
"어, 어때 이치카. 잘 어울리나?"
어딘가 주저하는듯한 호키의 모습에, 이치카는 만면의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응, 아주 잘 어울려. 예쁘고."
"...!! 바, 바보가! 그런 소릴 태연하게 하니까 믿을 수가 없는거야!"
"예쁜걸 예쁘다고 했는데 그럼 뭘 어쩌라고."
칭찬했는데도 바보라는 소리를 듣자 이치카는 뚱해졌고, 얼굴이 빨개진 호키는 뭔가 들고 이치카에게 징벌을 내릴만한 흉기를 찾았지만 공교롭게도 늘 가지고 다니는 검은 유카타 차림이라 휴대하지 않고 있었다. 우선 되는 대로 신발을 벗어서 이치카를 후려갈기려고 했지만, 이미 이치카는 저 멀리 도망가고 없었다.
"폭력반대!"
"그렇다면 폭력을 유발하지 말아야지! 거기서! 한대만 맞아!"
"어째서야! 난 생일선물을 준것 뿐인데, 불공평해!"
"세상은 원래 불공평한거야!" "꼭 타바네 누나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사람과 비교하지마!"
밤의 해변가를 소리지르면서 쫓고 쫓기는 두사람. 보기에 따라서는 한폭의 그림과도 같은 청춘남녀의 풍경이라고 보지 못할 것도 없다. 그러나, 그들을 지켜보는 것은 밤하늘의 둥근 달 뿐이었다.
7월7일. 칠석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P.S:드, 드디어... 드디어 최종화! 완! 결! 히얏호---
꿈만 같습니다. 드디어 부서진 영혼, 어긋난 운명 1부 완결! 이예이---!!!
....라고 할줄 알았죠? 1부 완결이면 당연히 2부가 있는것. 그리고 2부가 예정되어있다면, 차회예고도 있어야 하겠죠!
다음화는 에필로그 겸 차회예고 나갑니다. 그럼 많은 감상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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