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피오네] 우울한 신살자는 친구를 바란다-스물 여섯번째 이야기 by 아르니엘

 

 

 

 스물여섯번째 이야기.

 

 

 

 "선배~ 놀러왔어요!"

 [놀러오면안돼죠. 혼나야겠네요.]

 

 -.

 

 철없는후배에게 선배로써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 가볍게 꿀밤을 먹인 것은, 목소리를 잃은 가희 오토나시 미쿠=후지사키 미라이. 경음부의 부장이자,지금은 유령부가 된 부를 홀로 지켜온 소녀. 하지만 최근에 가입하게 된 두 새로운 유령부원(...) 덕분에, 간신히 최소 서클 유지 인원수를 맞출수 있어서 안심한그녀는 현재 경음부에서 음악은 안하고 놀러온 신입부원 무라사키 유카리와 놀아주고 있었다.

 

 "에헤헤...... 그런데, 뭐하는거에요 지금?"

 

 두발로 걸어다니지도 못해 전용 휠체어로밖에 움직일 수 없는 미라이는, 그 상태에서도 여러가지 작업을 할수 있도록 휠체어에 노트북이나 책등을 펼수있는 소형 데스크를 달아놓고 있었다. 유카리가 들어오기전까지, 미라이는 그 데스크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뭔가를 열심히 작업중이었던 것이다.

 

 [작곡중이에요. 연주할 기회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작은 인원으로 연주하려면 전자악기쪽도공부해야 할거같아서.]

 "오오... 굉장해요, 뭔가 전문가 같아!"

 [...저기, 일단은 한때마나 그 전문가였는데.]

 

 기계음이섞인 합성 목소리에 감정을 싣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지금의 미라이의 목소리는 어째서인지 약간 맥이 빠진것 같았다. 유카리는 헤헤헤 하고 웃으며 옆에서 들여다봤지만, 잠시후머리를 싸매고 물러났다.

 

 "...전혀모르겠어요."

 [. 악기는 딱히 다뤄본것 없다고 했죠. 노래는?]

 "...혼자서가라오케는 가끔 가는데... 에헤헤."

 

 모처럼경음부에 들어왔으니 가능하면 본격적인 활동에 참가시킬수 없을까 한 생각이었지만, 정작 유카리는 경험이없다보니 처음부터 시작해야할 판이다. 고민하던 미라이는 문득 다른 방향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럼, 혹시 춤은? 걷는걸 보니까 조금 배운거 같던데.]

 ", 그거라면... 중학교때까진 신체조를 했는데, 그건 안돼요? 일단 현대회에서 3위입상은 한적 있는데."

 [어머나, 그랬구나. 그거라면...... , 목소리는 나쁘지 않고, 악기 연주 대신 노래와 춤이라면......]

 

 뭔가골똘히 생각하는 미라이. 유카리는 기대에 가득찬 눈으로 선배를 올려다봤다.

 

 ", 혹시 저, 센터? 센터될 수 있어요?!"

 [...우리, 스쿨 아이돌 부가 아니라 경음부에요 무라사키 양. 서브컬쳐가 정말애들을 많이 망쳐놨다니까......]

 

 소리없는한숨을 쉬는 시늉을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선배에게, 유카리는 깔깔깔 웃으면서 맞장구를 쳤다.

 

 "뭐어때요. 꿈은 꿔 볼 수 있는거 잖아요!"

 [그렇게좋은 것도 아니에요. 진심으로 하겠다면 프로덕션에 소개는 시켜줄 수 있지만, 정말로 하고싶은건 아니잖아요?]

 "......에헤헤, 사실 별로 아이돌엔 관심 없어요."

 [그건그것대로 좀.]

 

 전직인기 아이돌은 쓴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처음부터 그냥 해본 소리라는 것 쯤은 파악하고 있었지만혹시나해서 물어봤을 뿐이다.

 

 [그러고보니, 마츠나가 양은 오늘 같이 안왔네요. 바쁜가요?]

 ", 타카코 쨩? 감기 걸려서 오늘 학교 안왔어요."

 [어머, 저런. 학교에 연락해온건가요? 봄인데...... 몸 조심 해야할텐데...]

 "...?"

 [...?]

 

 둘은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서로 말이 맞지 않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게뭔지를 파악하는데 좀 시간이 걸린듯 하다. 먼저 깨달은 것은 유카리였다.

 

 ", 저기... 타카코는 저랑 같이 살아요."

 [아아. 자취인가요?]

 

 여고생둘이서 한집에서 산다고 하면, 가장 온건한 해답이 그것일 것이다. 분명히올바른 답과는 무지막지한 거리가 있는 추론이지만, 어떤 의미로는 아주 틀리지도 않았기에 유카리는 대충긍정했다.

 

 ", . 원래는 저기 무사시노에 살았거든요. 고등학교는 도쿄로 오려고 이사왔어요."

 [그랬구나. 무라사키 양도, 건강에는 주의해요.봄 감기가 요즘 독하다던데.]

 "우와...... 진심어린 걱정이 마음에 스며들어요. 행복해!"

 

 약간오버액션으로 감동을 표현하며 미라이의 품에 얼굴을 묻고 고개를 마구 부벼댔다. 남자가 이랬으면 보통따귀 한두대 맞고 그자리에서 쫓겨나는 것이 세상의 법칙이지만, 같은 여자에 귀여운(...?)후배라는 점을 악용해 유카리는 마구 응석을 부리며 스킨쉽을 시도했다.다른 사람 같았다면 그래도 머리에 알밤 한대쯤은 먹였겠지만, 미라이는 철권 제재 대신 유카리의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보통 사람은 상대가 누구든 머리에 손대는걸 대체로 싫어하는 법이고, 유카리도 대부분의 경우는 매우 싫어하지만 그녀가 친한 사람 일부에 한해서, 상대가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강아지나 고양이가 되어서 행복해하는 습성이 있었다. 그리고 이 습성은 때와장소를 가리지 않지만, 학교 안에서는 기본적으로 유카리와 타카코는 '친구만들기 계획'에 따라 모르는 사이로 되어 있기 때문에(물론연락망에 따라 같은 주소를 쓰고 있는 것을 아는 담임은 제외지만 이 담임은 지독한 귀차니스트여서 상관하지 않는다)타카코에게는 어리광을 부릴수 없다. 그 역할을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후지사키 미라이인것이다. 그렇게 마냥 어리광을 부리던 유카리에게, 갑자기이상이 발생했다.

 

 "....?!"

 "?!"

 

 갑자기비명을 지르며 미라이의 품속에서 스르르 힘없이 쓰러지는 유카리. 미라이는 키보드를 조작할 여유도 없이쓰러지는 유카리의 몸을 끌어안았다. 조금전까지 활기가 가득차 있던 것이 거짓말처럼, 유카리의 몸에는 기운이 없었다. 기분탓인지, 체온도 상당히 낮아진 것 같았다. 휠체어에 앉은채 양팔로 유카리를잡고 있느라 이도저도 못하는 미라이는 당황하다가, 급히 누군가에게 메일을 보냈다. 지금 이자리에서, 자기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없다. 언제나 타인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살수 없는, 후지사키 미라이는그런 인간이니까.

 

 

 

 ", 으음...... ?!"

 "정신들어?"

 

 유카리가눈을 뜬 것은, 낯선 천장. 이름 모를 약품냄새가 은은히퍼지는 것으로 보아 양호실이리라. 몸을 벌떡 일으키자마자 옆에서 들려온 사람소리에 놀라 쳐다보자, 무덤덤한 표정의 낯선 남학생이 유카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 , ..."

 "후지사키와같은 반인 히다카 란日高藍이다. 1학년 A반의 무라사키 유카리지?"

 ", 그런데요......"

 

 낯선선배와 갑자기 마주하게 되어 경계하는 유카리를 보며, 히다카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빠르게 말했다.

 

 "갑자기후지사키에게 연락이 왔다. 부실에서 후배가 쓰러졌다고. 그애가 사람을 옮길수도 없고, 그래서 내가 널 여기까지 옮겼어. 후지사키는걱정하느라 지켜보고 싶어했지만, 알다시피 그애도 몸이 건강한 편은 아니야. 벌써 귀가 시켰고... 넌 괜찮은가? 네 반의 담임선생님께는 갑자기 쓰러졌다고 보고해놨다. 지금은 하교시간이고. 실례지만 네 가방을 챙겨서 교실에서 가져왔다. 소지품을 뒤지진 않았으니까안심해도 좋아."

 ", ......"

 

 한꺼번에속사포처럼 쏟아내는 히다카의 말에 당황하면서도 필요한 정보를 머리속에 정리해나갔다. 다행히 쓰러진 이후별일은 없었고, 지금도 피로나 그외에 안좋은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이 낯선 선배는 미라이의 클래스메이트... 그것도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유카리를 부탁하며맡길 수 있을 정도면 믿을만한 사람일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유카리는, 우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서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히다카 선배. 이젠 괜찮은 거 같아요."

 "그래. 혹시 모르니 병원에 한번 들러보고. 여기, 네 가방."

 

 건네주는가방을 받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한번 더 감사인사를 하고 유카리는 양호실을 나갔다.

 

 

 

 '벌써, 이런 시간이......'

 

 귀갓길에접어들자, 벌써 하늘이 주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오후수업을 다 빼먹었지만 어차피 그거 더 듣는다고 성적이 더 올라갈것도 아니고,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리기위해 다른 잡다한 생각을 하던 유카리는, 아직도 타카코가 누워있는지 집에 전화를 걸어서 확인해보기로했다. 다행히 전화벨이 다섯번을 울리기 전에 받고, 익숙한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카리야? 좀 늦네, 지금 하교길?]

 ". 조금 일이 있어서. 타카코 쨩, 몸은좀 어때?"

 [...시원찮아. 미안한데, 저녁은 밖에서 좀 먹고 올래? 도저히 주방에 설 기운이 없어.]

 "..., 사갈까?"

 

 자연히어두워지는 유카리의 목소리에, 수화기 저편에서는 잠시 대답이 없었다.소리 없이 쓴웃음을 짓는 타카코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 같았다.

 

 [사놓은거 있어. 너야말로 몸 조심하고. , 네가 감기같은게 걸리진 않을 것 같지만.]

 ", 알았어. 그럼, 먹고들어갈께."

 [너무늦진 말고. 이상한 사람 따라가지 말고.]

 "타카코쨩은 우리 엄마야?!"

 

 실없는소리를 해대며 전화를 마치고, 기분이 훨씬 나아진 유카리는 우선 저녁 식사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아버지 유산을 처분한 돈이 아직 넉넉하고, 사와노미야 카오루가 매달공물(용돈)이라며 개인적으로 바치는(넘겨주는) 생활비도 있다. 타카코가같이 살게 된 이후엔 생활비는 거의 그녀에게 맡기고 있지만 지갑 자체는 스스로 쥐고 있기 때문에 웬만한 동년배 여학생보다는 훨씬 부자인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고급 레스토링에도 얼마든지 드나들 수 있을 정도. 다만문제는, 뼛속까지 서민인지라 그런곳의 소위 고급 요리는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것. 그렇게 여기저기 헤메고 다니던 유카리는, 우연히 아는 얼굴과 마주치게되었다.   

 

 

 

 "정말우연이군요, 이런 곳에서 뵙게 될 줄이야... 게다가 짐까지들어주시다니 황송해서 어쩌죠."

 "... 우연이니까."

 

 정말로우연이라고 밖에 할 도리가 없었다. 장을 보고 돌아오는길인지 무거운 비닐봉지를 몇개나 들고 가는 마리야유리를 발견하고, 아무 생각없이 말을 걸었다. 딱히 화제가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아는 얼굴을 만나서 반사적인 행동. 마리야도 당연히 캄피오네의 인사를 무시할수는 없어서 마주 인사하고, 평범한 인사만 나누고 헤어질 참이었던 둘은 그냥 헤어지기가 뭣했는지 몇마디안부인사등을 나누었다. 그리고 타카코가 감기때문에 누워있다는 소리를 듣고, 모르는 사이도 아니니 문병을 간다는 말이 나오고 아니 그럴것까지야 하고 받고 결국 어쩌다가 외식하러 돌아다닌다는소리가 나오자 유리는 '그럼 저희집에서 드시고 가세요'라는, 단순한 사교성 멘트로는 생각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안그래도 뭘먹을까 고민중이던 차라 별 생각없이 거기에 수긍하고, 오는 말에 가는 말이 더해지면서 그럼 짐은 반들겠다고 유카리가 말을 꺼냈다.

 

 "평범한서민 가정요리라서,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니, 이쪽도 평범한 서민이니까요. 오히려 고급요리는 못먹어요. 전에 카오루 씨가 데려가준 고급 호텔인지 뭔지, 이상한 외국요리만잔뜩 있고 먹을거 없어서 배고파서 혼났다니까요? 결국 초밥 조금 먹고 말았는데. , 그리고 편하게 말해도 되는데.그쪽, 나랑 동갑인 고1이잖아요. 보니까 쿠사나기 군이랑은 편하게 말하는 거 같던데."

 "쿠사나기씨 말인가요? 그건 그분이 편하게 말해달라고 부탁하셔서... 하지만역시 나찰의 군주 되시는 분들 상대로 말을 놓는다는 건......"

 ", 타카코 쨩도 사라 쨩도 에나도 다 편하게 말하는걸요. 정 못하겠다면, 강요해도 되는데."

 

 악당같은얼굴을 하며(어디까지나 본인 생각으로) 악당같아 보이는(끈질긴 것 같지만 본인 생각에) 대사를 하는 유카리에게, 마리야는 일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수줍게 웃으며 답했다.

 

 "그럼, 무라사키 씨라고 부르면 되나요? 그럼, 무라사키 씨도 저에게 편하게 말해주시면 됩니다. 경어 같은걸 쓰실필요는......"

 ", 그치만...... , 상관없나. 그럼 마리야 씨도 말 까."

 "..., 쿠사나기 씨도 그런 말 하셨는데, 말 깐다는게 무슨 말인가요?"

 

 유카리는잠시 멍하니 서있었다. 상상외로 마리야 유리란 아가씨는 양갓집 규수였다. 여중생도 담배빵을 놓는 요즘 세상에 '말을 깐다'는 단어를 모를 정도로 온실배양된 미소녀라니. 그런건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안에서만 존재하는게 아니었던가 하고 잠시 생각했지만, 마리야와 같은 무녀공주인 세이슈인 에나도 좀 파천황이긴해도 어떤 의미로는 양갓집 규수라는걸 생각해보면 납득이 갔다.

 

 

 

 -드르륵.

 

 ", 언니! 어서와, 많이늦었......?"

 

 마리야히카리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현관으로 뛰어나가서 언니-마리야 유리를 맞이하다가, 언니의 뒤를 이어서 들어오는 낯선 소녀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 했다. 입고있는 옷은 마리야가 다니는 죠난 고교의 교복이 아니었다. 얼굴에는 안경을 끼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걸로 봐서 이 집에 처음 온 것은 틀림없는듯 하다. 글쎄, 과연 누구일까. 히카리는 열심히 머리를 굴리면서 상대의 특징을 관찰했다.

 

 

 1. 교복이틀리다. 즉 언니인 유리와 다른 학교의 학생이다.

 2. 계속두리번거리고 있다.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 여자아이답지않은 두꺼운 뿔테의 촌스러운 디자인의 안경이 그 추측을 더 확고히 했다.

 3. 언니의짐으로 보이는 장바구니를 일부 나누어 들고 있다. 시간상으로 보아 단순 방문객은 아니고, 아마도 저녁 초대를 받아 온게 아닐까.

 4. 반대손에 가방을 들고 있다. 즉 하교길에 집에 들르지 않고 바로 마리야 가에 온 것. 사전에 누굴 초대한다는 말이 없었으니 계획 된 것이 아니라 우연한 조우.

 5. 이근방 학교의 교복은 아니다.

 

 

 이상의관찰 결과를 더하고 초등학생 치고는 명석한 추리력을 발휘한 결과, 히카리가 낸 결론은,

 

 "어서와언니. 그리고 옆에 이 언니는... 누구야?"

 

 ...명탐정도아니고 알리가 없었다. 결국 평범하게 질문한 히카리에게, 유리는조금 곤란한듯이 애매한 미소를 짓다가 대답했다.

 

 "히카리너도 이야기는 들었지? 일곱번째와 여덞번째 나찰의 군주가 일본에 탄생했다고...... 이분이 그 일곱번째이신, 무라사키 유카리님. 오늘은 저녁식사에 초대해서 오신거니까, 무례하게 굴면 안돼."

 "와앗?!"

 

 히카리는깜짝 놀랐다. , 자기 집에 마왕이 다짜고짜 저녁을 먹으면대다수의 선량한 초등학교 6학년은 놀랄 것이다. 하지만 아직천진난만한 나이와 성격 탓인지, 아니면 그녀에 대해 사전에 어느정도 지식이 있어서인지, 두려워하기보다는 밝게 웃으며 반갑게 맞아들였다.

 

 "어서오세요! 마츠나가 언니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유리 언니의 동생인 마리야히카리라고 합니다!"

 

 기세좋게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히카리에게, 오히려 밀리는듯이 저도 모르게 뒤로 한걸음 물러선 유카리는 어색한웃음을 만들어내며 혼잣말로 투덜거렸다.

 

 "타카코쨩 입에서 나온 시점에서 대체 어떤 식의 소개를 했는지 무지 불길한데.... , 여차하면 나중에 한번 더 지옥 보내버리면 되겠지."

 "? 무슨말 하셨어요?"

 "아무것도. 자기소개가 아직이었네. 알고는 있겠지만, 무라사키 유카리야. 나도 네 이야기는 타카코 쨩에게 좀 들었어. 액 떨치기의 재능을 가진 견습 무녀공주라며? 빨리 열심히 노력해서타카코 쨩의 뒤를 이으렴."

 

 비어있는한손으로 자연스럽게 히카리의 머리에 손을 얹어 가볍게 쓰다듬어주었다. 옆에 있던 유리가 움찔하는 걸보고 금방 손을 뗐지만, 히카리는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유카리의 손에 들려있는 짐을 빼앗듯이 받아들며집안으로 안내했다. 그 모습에 독기가 빠져버려, 유카리의언동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활기찬여동생이네. 마리야씨랑은 반대로."

 "아직철이 없어서 겁이 없는 것 뿐이랍니다. 혹시 기분을 상하시는 일이 있더라도 부디 벌은 저에게만 내려주시고동생은 용서해주세요."

 "......아니, 저기...... 아냐, 아무것도. 그럼 온 김에 마리야씨 부모님에게도 인사하는게 좋을까?"

 ", 부모님은 지금 외국에 좀 나가계신답니다. 내일쯤에 돌아오실 예정이에요."

 "외국? 그럼 집에 지금 여동생이랑 둘이 있는거? 어라, 그럼 저녁은 누가 만드는....?"

 

 거실로안내되면서 그런 의문을 던지는 유카리였지만, 대답은 금방 눈으로 알았다. 가방을 놓고 교복 위에 바로 에이프런을 걸치는 유리를 향해, 유카리는마음속 깊이 질투했다.

 

 "......어디까지 여자력이 충만해야 성이 차는거야 마리야씨는. 양심이 있으면 결점 하나쯤은있으라구."

 "? ...죄송하지만 여자력이 뭔가요?" ", 아니 됐어, 몰라도 돼."

 

 고개를갸웃거리는 마리야에게, 손을 설레설레 저으며 유카리는 식탁에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잠시후 히카리도 나와서 자매가 함께 요리에 전념하는 모습은 상당히 가정적이고 좋은 분위기였다. 이게 전부 연기라면 상을 줘도 좋다고 생각할정도로 이상적인, 주로남자들에게 있어서 이상적인 규중처녀의 모습이다. 조금 구시대적이긴 하다만. 유카리는 너무 헌신적이라던가 가사만능이라던가 그런것에 대해 환상은 품고 있지 않는 타입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호의적으로 보진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마리야 정도의 미소녀에 세상물정 잘 모르고(오면서 들은 이야기로는 아직 휴대폰도 없다고 한다), 가사만능에 헌신적인여자아이라면 남자아이들은 누구라도 끌릴 것이다. 그리고, 그런이상적인 여자아이를 한창나이의 소년인 쿠사나기 고도에 접근시킨것은 정사편찬위원회의 의향이라 들었다. 이것은아마카스 토마의 목을 졸라서는 짤짤짤 흔들어서 털어낸 정보. 거짓말을 간파하는 유카리를 상대로 속이거나얼버무리는 것이 통하지 않는 것은 그들도 이미 뼈저리게 느끼고 있으므로 간단히 털어놓았다. 말하자면,'캄피오네라 해도 한창나이의 소년이니 미소녀로 헤롱헤롱하게 만들면 OK!'라는발상인 모양이다. ......애당초 그 1년전에 유카리에대해서는 그런 시도가 없지 않았나 싶지만, 유카리는 여자아이고 그렇다고 미소년을 붙인다고 될 일도 아니지않은가? , 마츠나가 타카코가 비슷한 의미로 그런 역할을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지만, 타카코는 원래부터 위원회가 보낸 인물이 아니라 굳이 따지자면 유카리쪽의인물이다. 타카코가 일으킨 폭주에 어쩌다보니 승산하여서, 후지사와사라의 조정안 덕분에 지금의 타카코의 위치가 있긴 하지만 지금도 어느쪽이냐 하면 위원회보다는 유카리쪽에 기울어있는 인물인 것이다.

 

 '마왕에게방울 목걸이를 채우기 위한 미인계라. 본인에게 자각이 없는 부분이 좀 치명적으로 약점이긴 한데. 아니, 이 경우는 오히려 좋게 작용한걸까.'

 

 첩보영화에나오는 꽃뱀들마냥, 처음부터 불순한 의도로 접근했다면 아무리 쿠사나기 고도라도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리야 유리는 연애면에 있어서 오히려 치명적일정도로 서툴렀고, 반면에또 성실하고 헌신적이기도 했다. 남자를 유혹하고 농락하는 스킬은 결여되어 있지만, 전혀 반대방향에서는 꽤 호감도가 높다. 게다가 쿠사나기 고도도 그연배의 소년 치고는 지나치게 이상한 면이 있다. 딱히 '그런'쪽에 흥미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원래 스포츠소년이었다고도 하고여자보다는 친구가 더 좋은 성격이리라. 그렇기에 마리야 유리도 고도에게 접근 자체는 쉽지만, 아직까지 깊게 파고들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아마카스의 한탄섞인 하소연이었다., 최대의 장벽은 내가 본처네 하고 있는 낯짝의 그 금발의 이탈리아 소녀겠지만.

 

 

 

 유리가만드는 요리는 확실히 맛있었다. 평범한 가정요리였지만 맛과 정성이 느껴지는, 평범하게 '좋은' 요리였다. 그리고 그런 평범한 요리를, 유카리는 극히 최근에야 다시 입에 댈수 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잊자. 나쁜건 잊는거야.'

 "맛있어. 마리야 씨, 요리 잘하네, 부러워."

 "감사합니다무라사키 씨. 혹시 입맛에 맞지 않는게 있으시면 언제라도 말해주세요."

 "이감자조림도 좀 드셔보세요! 언니의 감자조림은 맛이 잘 배어있어서 정말 맛있어요!"

 

 잠시손이 멈춘 유카리에게, 마리야 자매는 이것 저것 권하며 친절하게 대해줬다. 사실 생각해보면 유카리는 요전번 아테나 사건때 쿠사나기 고도와 싸잡아서 마리야도 속여넘긴 적이 있었다. 아무리 유카리가 입장적으로 위에 서있다고 해도, 두려움을 살 이유는되지만 친절하게 대해질 이유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리야가 뭔가 속여넘기거나 함정을 판 것도아니다. 그런 것이라면 벌써 유카리가 알고 있었을 테니까. 히카리가권해주는 감자조림을 입에 넣어 오물거리면서, 유카리는 그렇게 마리야 유리의 진심을 탐색하려 하고 있었다. 수십 수백킬로미터 밖에 있는 자의 상념조차 읽을수 있는 권능이지만, 무적인것은 아니다. 지금의 마리야 자매를 상대로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마츠나가씨가 아프시다고 하니, 돌아가셔서 같이 드시록 좀 싸드릴까요? 원래조금 많이 만들었거든요."

 ", 아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아뇨, 부담가지실 필요는 없으니까요."

 

 악의라면맞서 공격하겠지만, 선의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기 힘들다. 게다가특별히 거절할만한 이유도, 마리야 유리라는 손에 대해 악감정도 없다.유카리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저녁을 대접받고 반찬까지 얻어가게 되었다. 반찬통은 다음에 언제 기회가 되면 돌려주면 된다는 말까지 들은 이상, 다시돌려준다고 말하기도 힘들었다. 결국, 마리야 가에서 저녁대접을받은 유카리는, 그 손에 유리가 챙겨준 음식들이 담긴 비닐을 들고 귀가길에 올랐다.

 

 

 

 오늘은나쁘지 않았다. 타카코가 좀 감기로 쓰러지긴 했지만, 학교에선미라이 선배에게 마음껏 응석을 부렸고 귀가길에는 뜻하지 않게 마리야 가에 초대도 받았다. 이정도만 되어도, 유카리 기준으로는 충분히 행복한 하루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유카리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누가 봤다면 저녁먹은 것이 잘못되었는가 하고 걱정할 정도로 창백한 얼굴이었다. 가슴 부위에 얹은 손이 옷을 강하게 움켜쥐며, 금방이라도 심장이 파열할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유카리는 좌우지간 사람의 눈이 띄지 않는 뒷골목으로 향했다. 그리고, 타인의 시선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벽에 등을 기대고는힘없이 주저앉았다.

 

 "흐윽... ....! 안돼, 이런데서... , 아직... 하고싶은게 많은데......!"

 

 스스로도알 수 있을정도로 미약해진 목소리로, 필사적으로 고통을 가라앉히려고 심호흡을 했다.

 

 

 

 몇분을그러고 있었을까. 겨우 숨소리가 안정되기 시작하자, 유카리는팔을 아무렇게나 바닥에 내팽개쳐두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와. 거기 있지?"

 "명하신다면, 나의 주."

 

 밤의어둠속에서 형태를 빚어내듯이, 아무것도 없던 공간속에서 홀연히 나타난 것은 유카리와 똑같은 외모, 똑같은 복장을 한 소녀. 하지만 그 정체는, 과거 유카리의 손에 의해 살해당하고, 그 힘의 일부로 흡수당하면서다시 자아가 주어져 종속신으로써의 삶을 살고 있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태모신 티아마트이자, 그리스 신화에서온갖 괴물을 낳은 마물들의 어미 에키드나, 그리고 고대 페르시아-이란에서세개의 머리를 가졌다고 알려진 악룡신 아지 다하카등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신이다. 주인의 부름에 따라모습을 드러내어 고개를 조아린 부하에게, 유카리는 증오스러운 눈을 향하며 질문을 던졌다.

 

 "설마...... 벌써인거야?"

 "추측하시는대로. 주의 수명이 거의 다하였습니다. 몸의 상태로 보아, 오늘이나 내일이면 다하지 않을까 하고."

 "웃기지마!!"

 

 -.

 

 아무렇게나휘두른 유카리의 주먹을 맞고, 옆의 벽이 소리를 내면서 움푹 패였다.그녀의 주먹에 새빨간 피가 흘러내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다크의 멱살을 붙잡고 외쳤다.

 

 "딱히힘을 많이 쓰지도 않았잖아...! 그렇게 많이 모았는데...!!! 벌써...!"

 "모처럼모아놓은 수명도, 거의 대부분 되돌려주셨지 않습니까. 그리고, '제악의 근원'의 권능은 효율이 썩 좋지는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계실텐데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셨습니다. 당신이죽음으로부터 멀어지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주께서는 이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멱살을잡히고도 침착하게 풀어놓는 다크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분명히유카리는 이 사태를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얼마든지 강구할 수 있었다. 그것을 해오지 않은것은, 그저 평범한,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에 젖어있었기에. 그것이 이렇게 비싼 대가로 돌아올 거라고는 생각치 못했지만.

 

 유카리는고민했다. 그 수단을 쓰지 않으면, 자신은 천수를 다해 죽어버린다. 그것만은 절대 싫다. 어떻게 하면 될까. 어떻게 하면 그 수단을 쓰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렇게 고민하던 유카리의 머릿속에, 타인의 강렬한 '사념'이 스며들어왔다.

 

 "?!"

 "왜그러십니까, 주여?"

 "...죽으란법은 없나봐. 마침, 좋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날 태워줘."

 "이것이천명인가. 납득했습니다. 어디라도 함께하지요."

 

 다크의모습이 사라지며, 유카리의 몸은 바닥으로-정확히는 그 밑의스스로의 그림자속으로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리고 잠시후, 유카리가거기에 있었다는 흔적은 무엇하나 남지 않았다.

 

 

 

 -다음날, 유카리는 학교를 결석했다.


[캄피오네] 우울한 신살자는 친구를 바란다 -스물 다섯번째 이야기 by 아르니엘



 '그녀'는, 꿈을 꾸고 있었다.


 잊어버리고 싶은, 그날의 꿈을.


 그녀로부터 모든 것을 빼앗아간, 그 악몽의 사고현장을.


 잊고 싶었다. 떨치고 싶었다. 하지만 잊을수 없었다.


 그 악몽의 현장을 만들어낸 범인의, 기억나지 않는 얼굴을 제외하면.


 


 스물 다섯번째 이야기.
 



 '으, 으음... 안돼, 또 자버렸어.'


 어슴푸레 눈을 뜨며, 소녀는 눈을 비볐다. 자기전에 렌즈를 빼놨던가? 눈 앞이 좀 흐릿하다.
 옆의 책상위를 손으로 짚어서 렌즈를 찾아 눈에 끼워넣고, 그제서야 맑아진 시야로 주변을 바라보았다.
 
 익숙해진 부실은, 여전히 혼자 뿐이다. 쓸쓸한 광경이지만 익숙해졌다. 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이 교실은 자신을 둘러싼 많은 사람들이 시끌벅적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이렇게 한산하게 된 것은, 결론을 말하자면 자신의 탓이다.
 자신이 뭘 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도 피해자다. 하지만, 자신이 원인이 되어 이 교실-경음악부는 자신에 대한 유령부원 2명을 제외하면 모두 나가버렸다.


 역사도 전통도 제법 있는 호쿠세이 고교 경음부가, 자신때문에 폐부 위기에 몰려있다. 그 사실은 너무나도 가슴아픈 일이었지만, 자신의 힘 만으론 어떻게도 할 수 없다. 학기초에 몇명, 구경삼아 들어온 신입생이 있었지만 자신의 꼴을 보고는 금방 나가버렸다. 하긴, 자기같은 사람이 경음부에 있으면 방해만 되겠지. 차라리 자신이 나가버릴까 하고 몇번이나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를 이꼴로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도망가는 것은 너무나도 무책임한 일이었다.


 이름뿐이긴 해도 부장의 자리에 앉아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든 부를 살리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하지만, 너무나도 무력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암울한 생각에 빠져있었던 탓일까. 문을 열고 들어오는 두명의 1학년을 눈치채는 것이, 약간 늦어버렸다.


 


 "실례합니다....?"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간 유카리와 타카코는, 안에 몇걸음 들어간 순간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췄다. 아무도 없었기 때문은 아니다. 그 안에는 확실히, 이곳의 부원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한명 있었다. 교복의 리본 색으로 보아 2학년의 선배. 하지만, 처음엔 그것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만큼 안에 있는 사람의 모습은, 여러가지로 의외였다. 그래서 뭐라고 해야 할지 둘이 말을 고르고 있는 사이에, '그녀'가 먼저 '소리'를 냈다.


 -타탁, 타타탁.


 [...입부 지망생?]


 성대를 울리는 목소리 대신, 타타탁 하는 키보드 소리와 그 뒤에 따라온 기계합성음에, 유카리는 정신을 차렸다.


 "아, 네... 저기, 여기는 경음부...가 맞는거죠?"
 
 -타탁, 타타탁.


 [그래요. 나는 2학년의 후지사키. 후지사키 미라이藤咲 未来. 일단은, 부장.]


 자신을 소개한 그 소녀는, 교실의 한 가운데에서 다소 중량감이 있어보이는 전동식 휠체어에 앉은채 오른쪽 팔걸이 근처에 설치된 키보드를 보지도 않고 부지런히 타이핑 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엔터가 눌러지고 1초후, 그녀가 목에 감고 있는 머플러 안쪽에서 합성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에, 뭐야 이거?" "혹시, 목을 다쳐서 말을 할 수 없는 건가요?"


 상황 파악이 조금 느린 유카리를 대신 타카코가 한발 먼저 파악하고 질문했다. 그것은 질문이라기보다는 확인이었지만, 휠체어의 소녀는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고 놀라고는 잠시후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알았나요?]


 기계음치고는 인간의 목소리에 많이 닮은 그 목소리의 질문에, 타카코는 팔짱을 끼고 잠시 말을 고르다가 대답했다.


 "장난 치고는 공이 너무 많이 들어갔으니까요. 그 휠체어, 특주품이죠? 분명 2년전인가에 나왔던 물건으로, 휠체어 바퀴를 자력으로 굴릴 정도의 악력도 없는 환자를 위해 개발된거라고 들은 기억이 있네요. 돌아가신 증조할머니가 휠체어 신세를 자주 져서 조금은 알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배는 딱히 천 같은걸로 하반신을 가리고 있거나 하진 않았어요. 보통 다리를 다친 경우는 상처를 드러내지 않는게 상호간의 예의 같은 것인데도. 그렇다면 부상은 다리 자체가 아니라, 아마도 척추 손상으로 인한 하반신 마비.


 그리고, 목의 머플러. 벌써 5월의 날씨에 그건 너무 덥겠죠. 게다가 따듯한 실내의 창가에서도 벗고 있지 않다는 것은 보온 효과가 아니라 무언가를 가리고 있다는 것-아마도 척추를 다친 사고에서, 목에도 큰 상처를 입은게 아닐까. 뭐, 이정도까지는 생각했지만요."


 어느정도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정도까지는 눈치챈다. 문제는, 그것을 일절의 사양도 배려도 없이 그저 느낀 진실 그대로 내뱉는 무신경함---이지만,


 -타닥, 탁.


 [전부 사실. 아주 목소리가 안나오는건 아니라서 증폭하면 간신히 들릴 정도로는 되고, 목의 마이크에는 그런 기능도 있지만 그다지 듣기 좋은 목소리는 아니에요.]
 
 왜인지, 기쁜듯이 웃으며 녹색 머리카락의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무자비한 고발을 긍정했다. 그 주고받음을 옆에서 지켜보며, 가장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것은 방관자로 팽개쳐진, 그다지 통찰력이 좋지 못한 소녀.
 
 "...어, 저기, 잘은 모르겠지만 그럼 지금 내는 목소리는 뭐죠?"


 어리둥절한 후배를 향해, 미라이는 키보드의 위에 설치된 작은 모니터를 보여줬다. 액정 화면에는 뭔가 악보 같은 화면이 떠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두사람은 본 기억이 있었다.


 "아, 이거...... 무슨, 노래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던가 그거 아니에요?" "보컬로이드라고, 사람 성문패턴 분해해서 재조립하는 프로그램이었을걸. 그걸로 입력하면 된다는데, 난 그거 복잡해서 못쓰겠던데."


 -타다닥, 타닥.


 [본사에 부탁해서, 조금 커스터마이즈 했어요. 목소리는 원래 제거니까.]
 "응?"


 유카리는 혼란에 빠졌다. 이게 시판하는 물건인건 알고 있었고, 대충 어떤것인지는 동영상 투고 사이트등에서 결과물등을 본 적도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사용되는 목소리는 당연히 실존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채록하여 사용한다는 것도. 그런데, 그게 원래 자기 목소리?


 "아... 혹시 선배, 고교생 성우이자 아이돌이던 오토나시 미쿠音無未来 아니에요? 유카리 너도 보는 그 마법소녀물 작품 있잖아, 거기서 네가 좋아하던 빨간머리 캐릭터 성우."
 "아, 그 캐릭터...인데, 에에에에에에?! 그러고보니, 목소리 톤이 어디서 들어본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고는 입을 막는 유카리. 미라이는 조금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기억하는 사람 있네요. 활동 그만둔지 반년이 넘어서, 다들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그럴리가요. 작년에 갑자기 작품 활동 그만두고나서 엄청 시끄러웠는데 다들. 아이돌쪽 팬들도 꽤 걱정했다구요, 소식없이 활동중단해서. ...뭐, 나도 그때는 좀 여러모로 제정신이 아니라서 나중에 알았지만."


 떠올리는것만도 끔찍한 닛코사건 당시의 기억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당시엔 정말로 최악이라 아이돌이나 챙기고 있을 겨를리 없었다. 지옥 구경은 질리도록 했고.
 그당시 참사의 '원흉'도 언제적 일인지 짐작이 간듯, 어색한 웃음을 떠올리며 화제를 돌렸다.


 "그, 그래서... 어쨌뜬 굉장한 우연이네요 선배! 전 무라사키 유카리라고 해요! 옆에는 친구인 마츠나가 타카코. 신입생이구요, 저기 괜찮은 부활동 들려고 찾고 있는데... 여기 지금 신입부원 받고 있어요?"
 [받고 있다고 할까.]


 잠시 망설이던 미라이는, 다시 다음에 할 말을 타이핑 했다. 일일히 그렇게 해야 한다니 귀찮아보이지만, 그래도 그런식으로라도 목소리로 말하려고 하는 그녀의 노력이 어딘지 절실하게 느껴져서 둘은 별말을 하지 않았다.


 [작년엔 여러모로 활기찼지만, 사고를 당하고 나서... 이런 몸이 되니까, 선배들도 졸업하고... 지금은 다 빠져나가버리고, 지금은 인원도 부족한 상황. 유령부원 포함해도 3명뿐이라서, 5명 채우지 않으면 조만간 폐부될거에요. 그러니까, 들어와주면...... 고맙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뭔가 더 말할것이 있다는 표정으로 고민하던 미라이는 다시 손가락을 놀려서 말을 이었다.


 [두사람, 뭔가 악기 다뤄본 적은 있나요?]
 "음... 일렉기타랑 드럼은 조금. 중학교때 밴드부는 한적 있는데. 그외에는 경음하곤 안어울리지만 횡적橫笛을 조금?"
 "에헤헤... 초등학교때 트라이앵글이랑 리코더 밖에......"


 타카코는 그래도 좀 가망이 있었지만 이 유카리란 아이는 절망적이다. 굳이 그 성적을 묻지 않은 것은 미라이의 자비심이었다. 사실 저 고백을 하면서 지은 유카리의 표정만 봐도 실력을 알 수 있을정도니까. 그렇기에, 그녀는 망설였던 진짜 이유를 고백했다.


 [실은, 아마 신입 부원이 들어와도 활동은 힘들거에요. 기존 부원 두명은 정말로 이름만 남겨주고 있는거라서, 세명으론 제대로 된 활동도 못할거고. 저도, 이런 몸이라.]
 "아, 그건 괜찮은데. 실은 우리도 성실한 부활동 하고는 좀 거리가 먼 불량 학생들이라서요."
 "......?"


 키보드를 건드리지도 않고,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그래도 단순한 감정표현까지 프로그램의 힘을 빌릴 필요는 없었던 모양이지만, 타카코의 말은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타카코는 유카리의 머리를 엉망진창으로 거칠게 쓰다듬으면서 추가 설명을 개시했다.
 
 "음, 실은 이 애가 좀 뭐랄까, 커뮤 장애 같은거라서요." "잠깐, 누가 커뮤 장애야?! 그렇게까지 심하진 않아!" "그래서 친구 몇명?" "...뀨우우우우우우."


 타카코의 말을 끊고 항의한 유카리의 격노는, 냉정한 진실 안에 단숨에 사그러들었다. 신살의 마왕이란 거창한 이명을 가진 친구를 겨우 세 단어로 구석에 찌그러드는 타레팬더로 만들어버린 타카코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선배에게 마저 설명을 했다.


 -요는, 이 친구는 사람 사귀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거기에 자기도 좀 책임이 많이 있다.
 -클럽활동을 해서 좁은 규모에서부터 우선 친구를 사귀는 연습을 시키고 싶다.
 -그 조건을 만족할만한 클럽이 별로 없어서 찾고 있던 중, 구교사의 구석을 차지하던 경음부를 발견했다.


 즉, 경음부 활동 자체보다는 사람 사귀기의 일환으로써의 가입을 원한다는, 어떻게 보면 불손한 동기를 타카코가 고백하자, 미라이는 눈이 동그래져서 멍해있더니 잠시후 물었다.


 [마츠나가 양, 솔직하네요. 보통 그런건 입밖에 내지 않고, 감춰둘텐데. 아까도 그랬지만, 혹시 생각한걸 그대로 입에 내는 타입?]
 "음...... 꼭 그런건 아니에요. 그냥, 거짓말 해도 다 아는 사람이랑 지내다보니. 게다가, 이런 건 말 안하고 덮어두는 쪽이 오히려 실례라고 생각해서요. '아까'도."


 아까. 즉, 미라이의 상처등을 파악하고, 일부러 그것을 말로 한 것. 보기에 따라선, 상대의 상처를 후벼파는 무신경한 행위로도 보인다. 아니, 보통은 그런 식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미라이는 그것에 대해 화를 내지도, 굴욕을 느끼지도 않고, 그저 기쁜듯이 웃었다. 그 이유를, 미라이도 타카코도 서로 이해하고 있었다. 모르는 것은 지금도 구석에 가서 늘어져있는 유카리 정도.


 [대단하네요. 마치 심리상담사 같아요.]
 "뭐, 이런거 잘하는 친구가 있어서요. 조금 흉내내봤을 뿐이에요. ...어쨌든, 사람이 좀 너무 적긴 하지만 선배 정도라면 저녀석에게도 도움이 될것 같고."
 [잘은 모르겠지만, 활기찬 후배님 같네요. 같이 지낼수 있으면 저도 기뻐요. 그럼, 가입할 할거라면 여기 가입 신청서.]
 
 미라이가 벽장의 서랍을 열어 가입신청서를 2장 꺼내는 사이에, 타카코는 유카리를 다독여서 오늘 저녁 메뉴로 환심을 사서 유혹했다. 유카리도 별다른 이견은 없고, 무엇보다 후지사키 미라이 라는 인간이 워낙 강렬한 캐릭터였기에 흥미가 당기기도 했다. 경음부라는 클럽 자체도 뭔가 멋있어보였고. 자신들이 들어감으로써 경음부의 폐부를 막는다는 사실이 '상대에게 도움이 되었다', 라는 것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아무도 그것을 지적하지 않는데다가 자신의 이득이 더 컸기때문에 패스.


 


 그렇게 무라사키 유카리는 새로운 놀이장소를 얻었고, 새로운 인연과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인연은 새로운 트러블의 불씨가 되는 것을, 아직 그녀는 깨닫지 못했다.



 
 남아메리카,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시. 동부 고급주택가 지하의 비밀방.



 "아테나가, 일본에?"


 아직 성년이 되지 못한 소녀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어둠속으로 퍼져나갔다. 성가대에서 소프라노 정도는 가볍게 맡을 수 있는 아름다운 목소리지만, 거기에 담긴 감정은 결코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네, 대행 각하. 하지만 일본 현지의 조직이 내세운 신살자에 의해 패퇴되어 떠났다고 합니다. 소문으로 듣던 8번째 캄피오네, 쿠사나기 고도 라는 자의 행동이라고 합니다."


 소녀의 앞에 직립부동의 자세로 보고하는 것은, 옛 제국의 군복을 걸친 장년의 남자. 한쪽 눈을 잃고 안대를 하고 있지만, 방안을 비추는 촛불에 의해 보이는 그 나머지 한쪽 눈의 안광은 사람을 위압할만한 것이었다. 그 시선을 마주 바라보는 금발벽안의 백인 소녀 역시, 남자와 같은 군복 차림이었다.


 "소문으로는 들었지만... 존재가 확실해진겁니까? Oberst(대령)."
 "이탈리아의 마술결사에서 파견나간 마술사가 그의 측근이 되었다고 합니다. 틀림없는 정보입니다."
 "그럼, 극동의 원숭이들따위가, 감히 신살의 마왕을 둘이나 얻었다는 이야기군요."


 목소리 만으로 사람을 죽일수 있다면, 지금 소녀의 목소리는 틀림없이 살인 음성일 것이다. 그 떨리는 목소리 안에 내포된 살의는, 틀림없이 지금 언급되지 않은 또 한명의 신살자-그 내성적이고 겁쟁이에 도망칠줄이나 아는 주제에 남의 먹이를 가로챘던 그 안경잡이 소녀를 향한 것이었다. 대령이라 불린 장년의 남자는 그런 소녀의 살의를 태연하게 받아넘기며 보고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각하. 좀더 자세한 정보를 파악하시겠다면 부하를 파견하겠습니다만."
 "파견해봤자 곧 발각되어 처형될 뿐이겠죠. 그 보팔 토끼Vorpan Bunny의 귀는 자기 험담하는 소리라면 마음속의 혼잣말조차 잡아내니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고귀한 희생은 우리들의 초석이 되겠지만, 동포의 개죽음을 방관할정도로 인적 자원의 여유는 없습니다. 내버려두세요. 지금은 그쪽보다 '성배'를 손에 넣는게 우선입니다."


 한때 자신이 손에 들어올뻔 했던 영광의 자리를, 아무런 자격도 경륜도 없는 초짜가 갑자기 툭 튀어나와 가로챈 주제에 신살자라고 떠받들리는 꼴은 자존심 높은 소녀로써는 견딜 수 없는 굴욕이었다. 온 세상에 대해 겁먹은 채 눈치만 살피는 그런 약골따위를 마왕으로 축복하다니, 대체 기준이 뭐냐고 불평을 늘어놓고 싶지만 이미 지나간 일. 지금은 그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 많이 남아있다. 그 좀도둑은 제껴놓자. 그렇게 스스로에게 다짐한 소녀는 지금 '결사'가 당면한 계획을 화제로 올렸다.


 "가장 원류에 가까운 신조神祖-마녀왕과의 동맹입니까."
 "그 도둑년은 찢어발겨도 시원찮은 천한 것이지만, 좋은 일 하나는 해주었어요. 영국의 흑왕자를 두들겨준 덕분에 마녀왕의 활동의 폭이 넓어졌고, 덕분에 우리도 그녀와 접촉할 수 있었습니다. 성창-오리지널 롱기누스는 이미 우리의 손에 있으니, 마녀왕이 가진 성배를 손에 넣으면 세계는 우리의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안그런가요?"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그럼, 조속히 회담 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전에."


 애꾸 대령의 한쪽 눈빛이, 아까와는 다른 엄격한 빛을 띄었다. 무슨 말이 나오려고 하는지 몰라서 자동적으로 긴장한 소녀에게, 대령은 한발자국씩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보팔 버니를 잡으려면, 뭐가 필요한지는 알고 있으십니까?"
 "엣, 그건 안티오키아의 성스러운...... 핫!"
 


 울끈불끈 근육질과는 안 어울리게 생글생글 웃는 대령의 모습에, 소녀는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키고 땀을 줄줄 흘리며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그제서야 유도심문에 걸려든 것에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서, 대령의 솥뚜껑만한 손이 소녀의 어깨를 잡았다. 어릴적부터 소녀의 교육담당이기도 했던 이 우락부락한 군인이 다음에 뭘 할지는 이미 몸에 뼈저리게 새겨져있었고,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런 저속한 오락 영화따윈 보면 안된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그것도 하필이면 영국놈들이 만든 것 따위! 이 늙은이의 말은 이제 귓등으로도 듣지 않으시겠다는겁니까!"


 -철썩! 철썩!


 "잘못했어요! 그치만 재미있는걸! 으아앙, 엄마 살려줘요!!!"


 무릎위에 엎드리게 하고는 가차없이 소녀의 엉덩이를 매타작하는 장년의 군인. 시츄에이션만 보면 어디의 아동학대 포르노로도 보일수 있지만, 쌍방의 명예를 위해서 다행히도 여기에는 두사람 밖에 없었다. 이곳은 그녀의 집무실이고, 그녀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사적인 공간에 제3자를 개입시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이 이번에는 역으로 나와 수난을 당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이 충실한 늙은 군인을 향해 욕을 퍼부을만큼 그녀는 대담하지는 않았다. 신살자조차 발아래로 내려보는, 이 세계의 마법사 업계에 있어서 이단적인 감각을 가진 그녀지만, 어릴때부터 제정신이 아닌 엄마를 대신하여 자신을 길러준 이 노 군인에게 대해서는 도저히 머리를 들 수 없다. ......그래도 명색이 자기는 상관이고 여긴 상관의 집무실인데 일말의 주저도 없이 볼기를 치는건 어떨까 생각하지만.


 


 "...큿, 지독한 꼴을 당했어요."


 얼마나 두들겨맞았는지 빨갛게 달아오른 엉덩이를 쓰다듬으면서, 소녀는 다시 책상 앞에 섰다. 대령은 무슨 일 있었냐는둥 시치미를 뚝 떼고는 엄숙한 얼굴로 보고했다.


 "그럼 전 이만. 실은 웨스트 박사가 연구실에 들러달라고 하더군요. 롱기누스 카피에 뭔가 진전이 있는듯 합니다."
 "정말인가요? ...슬슬 성창 기사단도 꿈이 아니군요. 서두르라고 해주세요. 어차피 추가 예산 신청 소리도 나올테니, 15% 증액까지는 허가한다고 전해주시면 됩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Sieg Reich(제국 만세)."
 "Sieg Reich."


 지금은 사멸한, 옛 제국식 경례를 서로 나누고, 대령은 절도있는 걸음걸이로 걸어서 돌아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소녀는 한숨을 쉬었다.


 


 고작 16세의 나이. 그 어린 나이에, 소녀가 어깨에 짊어진 짐은 너무나도 무거웠다. 60년의 숙원, 60년의 원한, 60년의 광기. 이미 반세기가 넘은 과거의 망령이, 자신의 발목을 잡아끌고 끝없는 과거의 수렁으로 빨아들이려 하고 있었다.


 유일한 육친인 어머니는 성장촉진제로 투여된 마약과 마술의 과다 시술으로 인해 정신이상을 일으켰고, 자신은 어릴때부터 조직의 수장으로써 영재교육을 받으며 천재적인 재능의 두각을 나타내어 모두의 위에 앉아있는 것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소녀는 총명하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도 깨닫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 있다고 해도 어쩔수 없었다. 고작 하나나 두명의, 천재나 카리스마에 의해서 이 조직은 움직이지 않는다. 이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이미 지나간 과거의 망령. 조직의 톱이라고 한들, 그 망집을 달성하기 위한 일개 부품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소녀의 이름은 힐데가르트 브라운 히틀러. 20세기의 악마라 불리던 독재자의 피를 잇는 저주받은 혈통의 계승자이며, 제3제국 잔당들의 '총통Führer 대행'이자 비밀결사 툴레 학회Thule Geselschaft의 '기계마도사Panzer Magier'의 호칭을 가진 마법사였다.




P.S1:오리지널 캐릭터들의 등장입니다. 후지사키 미라이는 물론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 아가씨가 모티브. 그만큼 밝지는 않습니다만. 아무래도 좋을 이야기지만, 휠체어는 야마하 제품.
P.S2:오리지널 적도 등장했습니다. 너무 떡밥을 흘리기만 했으니 조금씩 회수도 해야겠지요. 다만 본편에서도 나왔지만, 당면한 적은 아닙니다. 언제 다시 나오려나.



[캄피오네] 우울한 신살자는 친구를 바란다 -스물네번째 이야기- by 아르니엘

스물 네번째 이야기.



“실례, 마리아 유리 양, 있나요?”
“아, 마츠나가 양.”

아테나와의 허무한(…) 사투로부터 일주일 뒤. 방과후.

그 싸움의 사후 보고라던가 기타등등을 이야기하기 위해 유리네 신사의 응접실에 모인 고도 일행은,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온 불청객을 맞이하게 되었다. 도쿄를 거점으로 하는 또 다른 마왕-무라사키 유카리의 측근 이라고 할까 보모 역인 마츠나가 타카코. 유카리의 곁에 있을때는 워낙 유카리의 마이너스 포스가 주변을 다 잡아먹어서 눈에 띄지 않았지만, 이렇게 보면 거짓말처럼 눈에 띄는, 강한 인상의 미소녀였다.

“쿠사나기 군에, 브랑델리 양도 있었네. 방해좀 할께.”
“아, 그래. 마츠나가 타카코 양 이었지? 무슨 용무?”

자기도 손님인 주제에 마치 집주인 같은 태도로 에리카가 인사를 받았다. 그 여왕과도 같은 태도가 너무 자연스러워 태클걸 의지조차 일어나지 않는 소년소녀들. 타카코도 거기에 지지 않듯이 멋대로 다다미위에 앉았다. 유리도 별 말 없이 그녀에게 차를 내어왔다.

“그렇네. 대충 사후처리 및 보고 라고 할까? 그쪽도 듣고싶을테고. ‘그 뒤’의 이야기를.”




그날 밤.

고도 일행을 내팽개쳐두고, 유카리와 아테나는 귀가했다. 그리고 밤새도록 실컷 놀고, 해가 뜨고나서야 잠들었다. 신도 잠을 자야 하는지는 조금 미묘하다만. 어쨌든 그렇게 푹 놀고나서, 결국 아테나는 약속대로 일본을 떠났다. 가기전에 유카리가 정사편찬위원회에 의뢰해서 얻은 위성전화를 떠맡겨진 것은, 지상을 저 좋을대로 떠돌아다니는 따르지 않는 신에게 인간이 채울 수 있는 최소한의 고양이 방울이었다. 당연하지만 소지자의 위치 추적이 되는 물건으로, 일견 불쾌할지도 모를 그 제안을 아테나는 놀랄정도로 쉽게 승낙했다. 하는 김에 인터넷 메일 어드레스까지 만들어 연락을 주고 받는 상황. 그외에도 세계적으로 무수한 이용자를 가지는 동영상 사이트의 어카운트라던가, 꽤나 이것저것 만든 모양이다. 기계문명과 신이라고 하면 거리가 멀어보이지만, 지혜의 신 답게 마치 원래부터 다뤄왔던 것처럼 익숙하게 전자기기를 다루는 그 모습을 보며 위원회의 고위층들도 감탄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신과의 우호적인(비록 중간에 중개역으로 서있는 자가 캄피오네 사상 최흉을 다투는 흉폭한 마왕이긴 하지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은 강력한 카드가 된다. 물론 우호적인 관계를 맺었다고 해서 그 신을 자신들의 의지대로 부릴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대화의 창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타 마술 결사에 비해 우월한 입장인 것이다.

그리고, 문제의 마왕님은......

"지금 시험공부한다고 정신 없어."
"...시험공부, 인가요?"
"의외네요. 그 마왕님, 공부 제대로 할 것 같진 않은데."
"브랑델리양, 당신 유카리에게 당하고도 아직 기세가 살아있네요. 좋은 근성이긴 한데, 그 애 앞에선 그 근성 안내보이는게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유리의 혼잣말을 받는 식으로 가볍게 유카리를 디스해대는 에리카를 보며 타카코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 한마디에 입을 봉인당한다는 경험을 하고도, 좀처럼 두려워할줄 모르는 배짱좋은 라틴계의 금발 미소녀. 확실히 어딜 가도 여왕처럼 그 위광을 떨칠 타입이지만, 유카리에게 있어서는 주저않고 벌레처럼 눌러죽일 타입이다. '실제로 그렇게 당했던' 전적이 있는 몸으로써 장담해도 좋다.


"충고, 감사히 받아들이죠."
"그게 좋을거에요. 지금 이 대화는 전부 유카리 귀에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앉은 자리에서 도쿄 도내 정도는 가볍게 도청할 수 있는 아이니까."
"......진짜냐...... 권능이란 뭐든지 있는 거구만."

같은 캄피오네로써 크게 탄식한 것은 쿠사나기 고도 였다. 그가 지금까지 본 캄피오네는 이탈리아의 살바토레 도니밖에 없었고, 그의 권능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직관적으로 전투 일변도였기 때문에 자신의 케이스까지 합쳐도 권능이란 어떻게든 직접 전투와 관련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도청 같은 권능까지 있다면 생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어보였다.

"정확히는 그게 무슨 권능인지 우리도 몰라요. 우리의 왕의 권능중 확실해진 것은 다크씨를 소환하는 뿐이고. 그런건 좀처럼 말을 안하니까. 그쪽이랑 달라서, 우린 딱히 그애의 스탭은 아니에요."
"아니, 에리카도 딱히 스탭이라는건..."
"그래, 난 고도의 애인이자 제1기사로써 여기 있는걸."
"신사에서 불결한 행위는 삼가해주세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날아오는 마리야의 위엄어린 제제가 없었다면 고도는 애저녁에 에리카에게 농락당해있었을 것이다. 쿠사나기 왕 진영의 역학관계를 한눈에 파악한 타카코는 말을 이었다.

"이번 사건때문에 학기초부터 전혀 공부 안했으니까. 원래 머리가 좋은 아이도 아니고, 오히려 공부는 아래쪽인걸요. 후지사와랑 다크님이 붙잡고 공부시키고는 있는데, 여차하면 마법으로 시험범위의 지식을 머리속에 강제주입한다고."
"머리속에 강제주입이라니, 그거 혹시 '교수'의 마법을 말하는 거야?"

신을 상대로 싸울때마다, '전사'의 권능인 신을 베는 황금의 검을 만들어내기 위해 해당 신의 지식을 에리카로부터 키스당하면서 주입당하는 경험이 있는 고도는 그 마법에 익숙했다. 그러나 저쪽도 캄피오네. 마법에 대한 저항력은 강력할텐데 어떻게 마법을 걸고 있는것인지.

'설마, 여자끼리 키스를 하는건... 에이, 설마......'
"네, 망상은 거기까지. 애당초 캄피오네의 마법저항력은 외부에서 내부로 오는걸 막는거니까, 내부에서 내부로 향하는건 소용없거든요. 다크님은 유카리랑 한몸이고."
"...과연, 몸의 내부에서 마법을 걸면 마음대로, 라는거네. 우리로써는 생각지도 못할 방법이지만, 납득했어."

얼굴이 빨개진 고도를 대신해서, 에리카가 부연설명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에리카가 흉내내려면 엄지동자만큼 작아져서 고도의 몸 안에 들어가기라도 해야 겠지만 물론 에리카는 그런짓을 할 생각이 요만큼도 없었다. 합법적으로 고도와 키스할 수 있는 권한을 내다버릴 리가 없으니까. 대신 마리야가 얼굴을 붉히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건 컨닝이나 다름없는 부정한 행위잖아요! 마츠나가 씨는 말리지 않는건가요?"
"뭣하면 마리아 양이 말려도 돼요. 사양하진 않을테니. 뭐, 기다리는 결말은 나랑 후지사와의 동료가 되는 거겠지만."
"...예?"
"죽은 다음에 부활하는 좀비의 길. 지옥행 왕복 티켓은 덤. 하기에 따라선 몇번이든 체험할 수 있어. 단점은 고확률로 제정신 유지 못한다는거. 사실 나도 지금도 가끔 밤에 잠을 못자요. 그애 무서워서. 자다 일어나서 그애 목 조르고 싶은 것도 한두번도 아니고. 그래봤자 안죽을 애니까 안하고 있지만. 해볼래요?"

태연하게 말하고 있지만, 내용은 차마 거짓 웃음으로도 수긍하기 힘든 것이므로 마리야는 그저 창백해졌을 뿐이고 에리카는 못들은 척, 고도는 인상을 쓸 뿐이었다. 무라사키 유카리가 성격상 도저히 맞지 않는 건 알고 있었고 그 악행도 어느정도는 전해들었지만, 피해자의 입에서 나오자 그 진실미가 장난아니었다.

"...그건 혹시 지금 나보고 그녀석을 퇴치해달라고 빙 돌려서 부탁하고 있는거야?"
"농담이 아니야, 그런 반역 꾸미기만 해도 난 지금 벌써 죽어있을걸. 뭐, 해본소리에요. 그래서 보고의 뒷내용말인데, 아테나는 도쿄를 떠났어요. 태평양 건너서 유럽으로 간다 그러던데. 아, 이건 증거."

품속에서 휴대폰을 꺼내 잠시 조작하다가, 일행에게 보여주자 거기에는 어딘가의 카지노를 배경으로 해서, 아마도 휴대폰의 셀프 카메라로 찍은듯한 선글라스 모습의 아테나가 손가락으로 V를 그리며 무표정한 얼굴로 찍혀있었다. 처음 만났을때 같은 복장에 선글라스만 낀 그런 모습이 주변의 환락가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태클을 걸어야 할 부분이 있었다. 고도는 마음속으로 몇번이고 다짐을 하고, 타카코에게 물었다.

"대체 이거 어딘데?"
"라스베가스라고 하던데요. 지갑이 비어서 한탕 하러 간다고."
"그럼 안되잖아!!"

매우 상식인같은 반응을 보이며 테이블을 팡팡 두드리는 고도였지만, 아테나는 지금 여기에 없다. 단순한 전령인 타카코에게 따져도 어쩔수 없는 것이었다. 따지려면 본인에게 해야겠지.

"직접 전화해서 따져보시던가요? 전화번호야 가르쳐줄수 있는데."
"...아니, 관두겠어. 모처럼 나가줬는데 다시 불러들일것도 없고. 뭐... 민폐 안끼치면 난 아무래도 좋으니까. 그래서, 전할 말은 그것뿐이야?"
"네. 마지막으로, 이건 내 사적인 의견이지만...... 어쩌다보니 신살자 둘이 현 경계 하나를 사이로 살게 되었지만, 기왕이면 사이 좋게 지내죠. 무리겠지만. 적어도 나나 후지사와는 평화롭길 바라고 있어요."
"그 말이 진심이길 바랄께. 나도 신이니 신살자니 하는 것들과 싸우는건 싫다고. 평범하게 살고 싶어."
"그래요, 그럼, 난 가보도록 할께요 쿠사나기 군. 브랑델리 양도, 마리야 양도 잘 있어요. 이만."

고도의 말에, 온화해보이는 얼굴을 하면서 타카코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일어서서 방을 나갔다. 마리야가 그녀를 배웅하러 나간 사이, 에리카와 고도는 심각한 표정으로 속삭였다.

"고도는 어떻게 생각해? 그녀의 방문. 뭔가의 흉계라던가."
"...아니라고 생각해. 정말로 사후보고만을 위해서 온 걸로 보였어, 나에겐."

고도의 솔직한 감상에, 에리카는 고개를 저었다.

"마츠나가 타카코 양 자신의 의사는 그랬겠지. 하지만 그 뒤에 다른 사람의 의혹이 느껴졌어. 아마도, 후지사와 사라 양이겠지. 무라사키 왕은 그런 책략보다는 힘으로 해치워버리는 스타일인거 같고."
"의혹이라니... 뭔가 꾸미고 있다는 거야?"

고도는 머릿속으로 지금 호명된 후지사와 사라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처음 만난건 이 신사의 경내. 유카리의 권능에 의해 에리카의 입이 봉해지고, 욱 해서는 그녀에게 주먹까지 치켜올리며 위협하고 있던 찰나에 나타난, 단정한 일본인형 같은 미소녀. 에리카나 마리야 같은 미소녀를 요즘 자주 봐서 좀 무뎌졌을지도 모르지만, 그녀들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틀렸다. 어딘지 모르게 인간같지 않다, 고 할까. 인간같지 않은 걸로는 본색을 드러내며 광기를 뿌리고 있던 무라사키 유카리도 마찬가지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카테고리였다. 인간 외의 무언가가 인간의 흉내를 내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첫인상일 뿐, 그녀에 대해 그렇게 잘 아는건 아니다.

"...뭐, 가쿠슈인 다닌다는 시점에서 나랑은 별 세계 사람이지만."
"가쿠슈인? 아, 일본의 로얄 패밀리가 다닌다는? 흐으응...... 뭐, 그런걸로 설마 열등감 느끼는건 아니지?"
"에, 아니 뭐 열등감이라기 보다는..."

열등생은 아니지만, 그래도 과히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닌 고도에게 있어서 그런 곳은 별세계인 것이다. 뭐, 그쪽에서도 캄피오네같은건 별세계 인종이겠지. 아니, 무라사키 유카리와 절친이라는 시점에서 딱히 그렇지도 않겠지만, 어쨋든 평범하게 살아가면서 그렇게 자주 부딪힐만한 인종은 아니다. 그 점에 있어서는 이탈리아의 전통 깊은 마술결사의 차기후계자라는 에리카 브랑델리도 마찬가지.

"그러는 에리카야 말로 묘하게 후지사와 씨를 신경쓰는 것 같던데."
"설마. 그런 철강계 벼락부자 가문의 딸이 나와 비교되는 것 자체가 실례인걸. 다만, 성적과는 별도로 상당히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어. 아마도 그쪽의 실질적 브레인은 그녀일거야. 아마카스 씨도 혀를 내두르던걸? 이쪽 사정에 대해 잘 모르던 시절부터, 정사편찬 위원회의 톱이랑 대등하게 교섭했다고."
"뭐야 그게. 언제적 이야기인데? 무라사키가 캄피오네가 된건 작년이라고 들었는데."
"그 작년의 일. 뭔가 큰 사건이 있었다고 하던데, 유리?"

마침 타카코를 마중하고 돌아온 유리에게 화제가 날아왔다. 유리는 잠시 곤란해하다가, 결심한듯 입을 열었다.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닛코에서 뭔가 큰 사건이 있었던 것 같아요. 상세한건 함구령이 내려졌지만, 하마터면 위원회가 무라사키 씨의 진노를 사서 칸토 지방 전체가 대재앙을 입을뻔 했다고 아마카스 씨가 탄식하는걸 들은적이 있어요. 왜, 작년 가을쯤에 고속도로랑 철도가 파괴된 사건이 있었잖아요? 그게 아무래도 무라사키 씨의 권능에 의한것 같다고..."
"잠깐, 그거라면 나도 뉴스에서 본적 있어. 분명히 국지적인 돌발성 지진인가 뭔가로 고속도로랑 철도 몇개가 끊어져서 열차탈선으로 중상자가 잔뜩 나왔는데 기적적으로 사망자는 없었다던 그 사건 맞지? ...혹시 그 사건, 사망자는 전부 되살려낸건가 그녀석?"

그 안하무인의 성격을 고려하면 좀 상상하기 힘들지만, 그만큼 대참사가 났는데 아무도 안죽었단 것도 좀 거짓말 같긴 하다. 과연 하고 납득하면서, 새삼스레 캄피오네의 민폐력과 터무니없는 스펙을 재확인했다. 물론, 자신은 그런 비상식적인 존재들과는 다르다고 다짐하는 것을 잊지 않고.

"확실히 캄피오네가 할만한 일이네. ...뭐 지나간 일에는 관심없어. 중요한건 그정도 사건을 일으킬 정도로 날뛰던 캄피오네를 진정시키고, 위원회와의 관계를 지속시킨 장본인이 거의 틀림없이 후지사와 사라라는 것. 마츠나가 타카코도 위원회에서 일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위원회가 교섭역으로 삼은건 후지사와일거야."
"하긴, 신사에서 만났을때도 교섭역은 우선 그녀에게 맡겼었지."

그때는 자신이 직접 상대하지 않았기에 그나마 무사했지만, 에리카가 없었다면 분명히 그 말솜씨에 농락당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선 에리카와 같은 인종이라 생각된다. 차이점이라면, 에리카처럼 밝고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여왕과도 같은 품격 대신 타인을 위압하고 자연스럽게 평복하게 만드는 기품이 있었다는 것. 에리카가 벼락부자라고 단정할 정도면 집안이 훌륭하다던가 하는 선천적인 요소가 아니라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얻은 힘일 것이다. 선천적인 재능으로 거기까지 사람을 휘둘러대는 에리카도 어지간하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 에리카와 대등하게 맞설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무섭다.

"평화가 어쩌니 하긴 했지만, 이대로 끝나진 않겠지. 그때까진 그쪽의 정보도 입수해둬야 할거고. ...그 마음을 읽는 힘의 구조를 전혀 모르겠는데. 일단 그것 대책부터 세워야겠어."
"어이, 괜히 건들지 말라고. 나도 평화롭게 지내고 싶어. 신도 건드리지 않으면 재앙을 내리지 않는다고 하잖아."
"어설퍼, 고도. 건드리지 않아도 재앙을 내리는 신이라는건 이미 질릴정도로 보지 않았어?"

확실히, 거기에 있기만 해도 주변에 어떤 형태로든 재앙을 뿌리는게 신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그런 신을 쓰러트릴수 있는 캄피오네는, 따르지 않는 신과 동격의 재앙으로 취급된다. 즉 에리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런 것이다. 결국, 고도는 이렇다할 대꾸를 못하고 얼버무리고는 신사를 빠져나왔다.



"...인생 끝났다."
"포기하지마, 포기하면 거기서 인생 종료야."
"보통 거기는 '시합 종료'라고 생각해! 멋대로 내 인생을 끝내지마!"
"아니, 끝내려고 한건 유카리지만."


수일 후.

'교수'의 술법따윈 필요없다며 자신만만하게 중간 시험을 치러낸 무라사키 유카리. 그러나, 답안지 확인 결과 그녀에게 돌아올 점수는 낙제점 아슬아슬. 이대로라면 보충수업이란 이름의 지옥이 현세에 강림할 것이란 미래를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옥상의 벤치에서 눈물을 흘리며 땅콩버터를 바른 식빵을 입에 문 유카리는 옆자리에 앉은 타카코를 상대로 그런 꽁트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말했잖아, 그런 영문모를 자신감따윈 플라시보 효과도 안된다고."
"큿..! 그치만...... 그치마아아안-------"
"그래그래, 착하지, 울지마. 그리고 내 옷에 코풀지 말고."

은근슬쩍 타카코의 옷에 코풀려고 폼잡고 있던 유카리는 혀를 차고는 고개를 돌렸다. 물론 울음도 거짓울음이다. 타카코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그저 유카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줄 뿐이었다.

"뭐, 낙제는 면할거야, 기운내."
"기운 나겠냐! ...괜찮겠지? 낙제는 면하겠지?"

자기가 말하고도 불안하다는 듯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는 유카리를 마음껏 귀여워하며, 무릎위에 머리를 얹은 이 한심하고 귀여운 친구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면서 어떻게 좀 기운을 북돋아줄까 하고 고민하던 타카코는 손가락을 딱 튕겼다.

"그렇지, 은근슬쩍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결국 클럽 활동은 어떻게 할거야? 다시 찾아볼거야?"
"아, 그렇지. 나도 이런 저런 일이 있어서 잊어버리고 있었어. 그래, 찾자! 저번엔 분명히 학교에 익숙하지 않아서 나에게 맞는 클럽을 못찾은것 뿐일거야!"

과연 그럴지는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지만, 모처럼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겠다고 하는데 막을 생각은 타카코에겐 없었다. 결국 둘은 토요일 학교 옥상에서 점심을 먹고, 그대로 클럽 순례를 돌았다. 이번에야말로 유카리가 들어갈만한 클럽을 찾을 수 있을거라고 다짐하며.



그리고, '그녀'를 만났다.


[캄피오네] 우울한 신살자는 친구를 바란다 -스물세번째 이야기- by 아르니엘

------------------------------------------------------------------------------------------------------------------------------------



스물세번째 이야기.

 

 

 

 

 고도는 황금의 검을 휘둘러 아테나를 압박했다. 아테나의 내력을 입으로 읆으며 그 빛과 숫자를 더해가는 검을 쏘아내어, 지금도 아테나가 외투처럼 두르고 있는 어둠의 장막을 걷어낸다. 그 틈으로 기믹 스피어를 꼬나잡고 돌격한 유카리가 무기를 거대한 해머로 바꾸며 내려쳤다. 아테나는 양손에 든 사슬 검-아테나 블레이드를 교차시켜 그것을 막아내고는, 그 무게를 살려서 몸을 한바퀴 돌리면서 유카리의 옆구리를 향해 양손을 모아 검을 휘둘렀다. 해머의 위력에 몸이 휘둘리던 유카리는 공중에서 몸을 틀어막을 정도의 순발력이 없었기에 대신 해머를 땅에 박듯이 휘두르며 그 반동으로 공중으로 튕겨 올라갔다.

 

 무기를 놓치는 것을 대가로 공격을 피했지만, 거기까지. 다음 동작이 다시 공격에 이어지지 못하면 전장에서의 빈틈은 죽음을 대가로 요구한다. 이래뵈도 유카리는 그럭저럭 실전경험이 있는 편이고, 그런 사실도 머릿속에 들어가있다.

 

 공격 금지!!!!”

 , 또인가!”

 

 금방이라도 유카리를 두 동강낼 기세의 공격이, 허공에 멈춘 채 부들부들 떨렸다. 그 사이에 망치를 다시 창으로 변화시켜 장대높이뛰기의 요령을 응용해 점프해서 후퇴했다. 그리고 그 직후, 뒤늦은 참격이 텅 빈 공간을 갈랐다. 그리고 그 틈을 타서 다시 황금의 검들이 쏟아졌고, 아테나는 양손의 검으로 그것을 받아치며 옆으로 크게 뛰어 피했다.

 

 

 

 조금전부터 이것의 반복. 유카리는 아까부터 격투전을 벌이면서 예의 언령을 통해 틈틈히 아테나를 방해하며 빈틈을 노려댔다. 그 구속력은 아테나를 상대로는 결코 길지는 못했다. 어쩔때는 고작 1초도 버티지 못하고 깨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결코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것이 언령이라면 입 밖으로 내지 못하게 하면 된다는 발상도 있었지만, 아테나는 왜인지 그런 시도는 하지 않았다. 무언가 눈치챈듯, 대신 어둠을 끌어모아 장막처럼 두르며 유카리의 공격 자체를 방어하는 것이 그녀가 취한 대응책이었다. 유카리의 언령은 연속해서 쓰거나 할 수는 없는지 아니면 그 장막을 상대로는 쓸 수 없는지 속수무책인 모양이었다. 거기서 원호하기 시작한 것이 고도. 아테나의 신력 자체를 깍아내는 황금의 검은 아테나의 권능인 어둠의 장막을 걷어냈고, 그 틈새로 다시 유카리가 돌격. 하지만 이 연계는 그럭저럭 잘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몇번이고 유효타를 내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다.

 

 우르스라그나 10번째의 화신, ‘전사의 권능으로 만들어낸 황금의 검은 무한히 있는 것은 아니다. 쓰면 쓸수록 그 힘이 줄어드는 것이다. 아테나의 힘도 줄어들고 있는 것 같지만, 어느쪽이 먼저 바닥을 칠지는 알 수 없다. 만약 유카리가 없고 아테나가 장거리에서 권능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저 두개의 사슬 검을 휘두르며 접근전을 걸어왔다면 고도의 승률은 낮았을 것이다.

 

 , 장난 아닌데… ‘전사의 권능으로 힘을 봉하고 있는데도 이정도로 강력하다니!’

 

 무라사키! 뭔가 다른 권능 없어? 이대론 끝이 안나!”

 뭐야, 무능하게! 그 검은 장식이야?!”

 이익잘난 척 하면서 선배짓 하려면 좀 그럴듯한걸 보여봐! 아니면 비키던가! 방해다!”

 , 방해…! 좋아, 그렇게 까지 말하면 나도 생각이 있다구!”

 

 단순한 도발에 걸린 유카리는 우선 아테나와 거리를 벌렸다. 애당초 권능으로 괴력을 끌어올린다 해도, 본래 제대로 판단할 이성을 버림으로써 얻는 그 능력은 대화할 수 있을정도의 이성을 유지한 현재는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덕분에 투신과 비교하면 전반적인 능력은 떨어진다. 그리고 신체능력을 기반으로 휘두르고 있을 뿐인 기예도 말할 것도 없다. 의외로 체계적인 무기술을 어느 정도 습득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을 뿐. 하지만 싸움의 신인 아테나를 압도할 기술 따위, 그야말로 이탈리아의 검왕이나 중국의 교주 정도의 단련과 센스를 필요로 한다. 기계체조로 단련되어 보통사람에 비해 다소 몸이 날랠 뿐인 유카리가, 신체능력으로도 기술로도 앞서는 아테나 상대로 지금까지 버틴게 용하다. 그렇다면 취할 수단은 근접전투 외의 수단뿐.

 

 노우보우 타리츠 타보리츠 하라보리츠, 샤킨메이 샤킨메이 타라산단 오엔비 소와카!”

 

 그 자신이 의미를 알고 있을지조차 의아한, 이국의 선율이 흐르는 진언을 외우며 손으로는 무드라手印 를 맺는다. 조복주저調伏呪詛로 상징되는 호국의 귀신, 대원수명왕大元帥明王 아타바크의 주문은 어설픈 초보자의 영창에도 비롯하고 제대로 힘을 내려주어, 유카리의 몸에 가득찬 주력을 바탕으로 아테나에게 검은 저주의 창을 내뿜었다. 검은 번개를 휘감으며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주살의 창.

 

 어리석은, 신에게 마법으로 대항하는가!”

 

 물론, 강한 마법저항력을 가지고 있는 신에게 웬만한 마법은 통하지 않는다. 아무리 캄피오네가 뛰어난 주력을 지녔다고 해도 그 힘의 근원은 신에게 강탈한 것. 캄피오네가 항마력이 높은 것처럼, 신 역시 마찬가지인 것이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그것만으로 필살의 일격이 될 대주문을, 아테나는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튕겨냈다. 하지만, 그 저주의 창은 튕겨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창 형태를 이루던 주력이 흩어져 검은 안개로 변해 다시 아테나의 주변에 둘러붙으려 했다. 본래 주살의 주문은 실패하면 술자에게 되돌아가는 양날의 칼이지만, 이 주문은 그리 쉽게 창 끝을 원 주인에게로 바꾸려 들지 않았다

 

 에잇, 번거롭도다!”

 

 단숨에 사슬검을 사방팔방으로 휘둘러 돌풍을 일으키며 안개를 쫓아내는 아테나. 하지만 그 잠깐의 빈틈을 타, 다음 주문의 영창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취향을 바꿨는지, 이탈리아어의 주문이었다.

 

 “Invide sguardo(질시의 시선). Intontimento(현혹), Mestizia(슬픔)…… Jettatore sospensiva(방해의 마안)!”

 

 유카리의 주변에 바람이 몰아치며 머리카락이 치켜올려지자. 그 이마가 갈라지며 흉측하고 커다란 눈동자가 나타나며 아테나를 향했다. 순간, 아테나의 두 손이 경직되며 검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 사시邪視라고?!”

 

 사악한 눈동자가 쳐다보자 아테나의 몸이 마비되었다. 황급히 전신에 주력을 불어넣어 풀었지만,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고도의 황금의 검들이 화살이 되어 날아가 아테나를 재차 공격했다. 아테나는 다시 어둠의 장막을 쳐서 막아내려 했지만, 유카리의 사시에 의한 마비가 풀리는 것이 늦어진 탓에 간발의 차이로 검은 아테나를 가차없이 꿰뚫었다.

 

 크헉?!!”

 

 피는 나오지 않지만, 그것은 치명상이었다. 거기에, 다시 한번 크게 뛰어 거리를 좁힌 유카리가 허공에서 다시 주문을 외웠다.

 

 에쿠스, 입시스, 사마엘, 사마엘…… 소환에 응해 적을 치라, 광인의 검Amens gladius!!”

 옛 제국의 언어라고?! 설마?! !”

 

 양 손바닥에서 뿜어져나오는 새카만 에너지 파가 허공을 갈랐다. 순간의 기민함으로 뒤로 뛰어 한손으로 땅을 짚고 공중제비를 돌며 회피한 아테나는 혀를 찼다.

 

 눈치챘도다! 제아무리 신살의 마왕이라 하나 이렇게 절조없이 다양한 마법을 구사할 재주는 없을 터! 그것이 가능한 자라면 이 자리에 나타날 자들 중에서는 그대뿐이로다, 천의 마법을 구사하며 세상에 재앙을 뿌리는 사룡이여!”

 뭐라고?!”

 

 아테나의 말에 놀란 것은 다름아닌 고도였다. 아테나에게 일격을 먹이는데 실패하고, 뒤로 공중제비를 돌아 고도의 앞에 착지한 소녀는, 아까까지 공투하고 있던 무라사키 유카리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그녀의 손에는 아까까지 휘두르던 무기가 없었다. 그리고 고도를 쳐다보며 짓는 미소는, 그 어린애같이 투정부리던 소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매혹적이고 사악한 분위기를 띄고 있었다.

 

 어머나, 들켜버렸네요. 처음 뵙겠어요, 8번째 신살자 도령. 마왕 무라사키 유카리에게 토벌되어 그 권능의 하나이자 신종臣從하는 자. 아지 다하카라 합니다. 이후 아는 척 해주시길.”

 아지 다하카신인가?!”

 , 아까의 저주의 안개로 시야를 뺏고 바꿔치기 한건가? 그렇다면 진짜는…!!!!”

 

 유카리의 모습을 눈으로 쫓던 아테나는 문득 허공을 보았다. 아테나의 영역인 어두운 밤하늘. 하지만 그 곳에 모이는 찬란한 빛은 아테나가 그토록 싫어하는 태양의 빛.

 

 아지 다하카와 바뀌며 순간적으로 그녀를 발판으로 삼아 높이 뛰어오른 유카리가 기믹 스피어 대신 바꿔든 것은, 한자루의 긴 서양 검. 그 검신이, 지금 한낮의 태양과도 같은 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는 것을 아테나는 놓치지 않았다.

 

 태양의 빛과 열태양의 신검! ‘그 남자의 신검과 같은 검을 가지고 아테나를 치는가!”

 이 검은 태양의 현신, 어둠을 걷어내는 한줄기의 광휘. 만천을 뒤덮는 백열의 검광은 승리를 나타내니!”

 

 밤하늘을 찬란히 비추는 새하얀 태양광이, 유카리의 손에 쥐어진 검의 일섬을 따라 빛의 폭류가 되어 지상을 덮친다. 검의 일격이라기보다는, 한줄기의 열섬포. 태양의 상징인 빛과 열을 함축시킨 그 일격을, 아테나는 밤의 어둠을 스스로의 몸에 흡수하여 대항했다.

 

 나는 겨울을 불러들이고, 죽음을 흩뿌리는 자. 차가운 명부의 지배자. 수확하고 빼앗는 약탈의 여왕. 이 내가 명한다. ‘제악의 근원이여, 죽은 왕이 되어, 망해亡骸를 드러내라!”

 

 빛과 열에 대항하자면, 어둠과 냉기가 적격. 극양과 극음의 두 에너지 기둥이 허공에서 부딪히며 길항한다.

 

 둘의 싸움은 백중세. 먼저 그 힘을 다한 자가 쓰러짐이 도리. 하지만, 그것은 이 자리가 두사람만의 싸움일때의 이야기. 그리고, 신에게 대항할 힘을 가진 신살자는 여기에 또 있었다.

 

 내 곁으로 오라, 승리를 위해서. 불사의 태양이여, 나를 위해 빛나는 준마를 내리소서. 준족이며 영묘한 말이여, 그대의 주인인 광륜을 어서 이끌어라!”

 

 우르스라그나 제3의 화신, 태양의 화신인 백마가 출현했다. 쿠사나기 고도가 소리높여 외친 성구에 호응하여 적을 치기 위해 현현한 것이다. ‘민중에게 피해를 끼치는 악적에게만 사용가능한 귀찮은 권능이지만, 아테나는 이에 해당하는 모양이었다. 그리하여, 이 유메노시마의 상공에 2개의 태양이 출현했다.

 

 태양의 신검이 내뿜는 열선포가 여신을 꿰뚫으려 맹위를 떨치고, 백마가 실어온 플레어가 지면에 내려꽃힌다. 지금이 한밤중이라고 누가 생각할 수 있으리오. 남아있던 어둠을 끌어모으고 인접한 바다에서 수룡을 만들어내 태양에 달려들게 하지만, 쿠사나기 고도가 불러온 태양은 그런 수룡의 맹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단숨에 증발시키는 위력을 보였다.

 

 크읏…… 이걸로, 이겼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러나 썩어도 아테나는 지혜와 싸움의 여신. 단순한 출력을 겨루는 힘겨루기의 싸움도 얼마든지 경험해왔다. 확실히 하나만이면 모를까 두 개의 태양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투란 반드시 1+1 2가 되지는 않는 법이다. 아테나는 열섬포와 겨루던 어둠의 장막을 조금씩 각도를 바꿔가면서, 유카리의 필살의 공격을 조금씩 비틀었다. 그리고, 발 밑에 두 개의 부적을 붙여 하늘 위에 뜬 채로 태양의 신검을 휘두르던 유카리가 눈치챘을 때는 이미 늦었다. 필살의 일격은, 다른 각도에서 적을 공격하던 또 하나의 태양-쿠사나기 고도의 백마를 향해 방향을 바꿔서 날아갔던 것이다.

 

 꺄악?!” “우왓!!” “크읏!”

 

 두 개의 태양이 부딪힌 순간,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섬 전체를 뒤덮을 섬광이 퍼져나갔다. 그리고 가까이에 있던 이들은 이 충격을 직격으로 맞아야 했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유카리 님, 괜찮으십니까?”

 , 아아…. , 괜찮아깜짝 놀랐어.”

 고도, 어디 다친데는 없어?”

 그럭저럭…. 치명상은 없는 거 같아. 고마워 에리카. 너야말로 괜찮냐?”

 

 두 캄피오네를 구해낸 것은, 주인의 모습을 흉내낸 뱀의 신과 아름다운 기사였다. 바로 옆에 있던 아지다하카는 당연하지만, 그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잠복하고 있던 에리카는 모두의 의식 밖에서 필살의 일격을 날리기 위해 기척을 숨기고 있다가 이 급격한 상황의 변화에 즉시 반응하여 고도를 구해낸 것이다. 물론 그녀도 무사하지 않았다. 두개의 태양의 폭발의 지근거리에서 고도를 구해내기 위해 몇 겹이나 되는 방어마법으로 그 초고온을 막아내고, 도약주문으로 고도를 빼내오는 것 까지는 성공했지만 덕분에 남은 주력은 거의 바닥이 났다. 원래라면 고도가 아테나의 비장의 카드를 쓰게 하고 그 빈틈을 만들어 에리카가 비장의 주문인 골고다의 언령을 써서 아테나를 치려는 작전이었지만, 유카리의 개입으로 인해 판이 어지럽혀져 좀처럼 그럴 여유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대신 최후의 순간에서 고도를 구해냈으니, 나쁜 결과는 아니다. 실제로 그 두 태양의 폭발에 휘말려버린 아테나는, 폭심지에서 약 20여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두 검을 지팡이 삼은 채 크게 숨을 몰아 쉬고 있었으니까.

 

 허억…… 허억……”

 헥헥... 위험했다하지만 이걸로, 더 이상 남은 패는 없어! 그렇지? 내 승리야!”

 

 자기도 발 밑이 흔들거리는 주제에 아지다하카에게 한쪽 팔을 걸치고 선 채, 무라사키 유카리는 당당히 승리선언을 했다. 아테나는 전혀 승복한 표정이 아니었지만, 실제로 아직 히든 카드를 남기고 있는 캄피오네 둘을 상대로 이대로 싸우면 분명히 아테나의 승산은 없을 것이다. 고도도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

 

 어이, 무라사키. 네 전화 아냐?”

 “……? 이런 시간이 무슨 알람이지…… ……꺄아아아악!!!!!!”

 

 고도의 지적에 따라 유카리가 품속에서 휴대폰을 꺼내다가, 액정이 다 깨져있는 스마트 폰을 보고 우선 비명을 질렀다. …그 난리 부르스를 추면서 호주머니도 아니고 상의 안주머니에 넣어놨으니, 격투전 중에 깨졌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알람의 이유를 생각하다 깨달은 유카리는 두번째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악!!!!! , 망했다! 니코동 생중계! 30분 전!”

 , 그거, 이번 신작 성우들 인터뷰하는 그거 말입니까!? 본방사수해야 한다고 하시던거?”

 꺄악, 어떻게 해! 지금 액정 깨져서 스마트 폰으로 못 보는데집까지 뛰어가면 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을까? ?”

 

 갑자기 초조해하면서 안절부절못하는 유카리. 고도와 에리카에게는 대체 뭐가 뭔지 몰랐지만, 그것과는 반대로 초조해지는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아니, 사람은 아니지만.

 

 , 기다려라! 오늘 인터뷰 생중계라니, 설마 그 인터뷰의 대상이란 그대와 아래쪽 이름이 같은 그……”

 달리 누구겠어! 우리들의 하얀 마왕님! 신작 발표 때문에 단독 인터뷰 한다고아아 이거 놓치면 난 죽는 수 밖에 없어!” “아니 누구야 하얀 마왕이?! 9번째 캄피오네라도 나타났냐?!” “으으으몰라! 난 갈거야! 뒤는 고도 군이 알아서 해!” “아니 얌마 기다려!”

 

 영문은 모르겠지만, 다 잡은 신을 놔두고 뒤로 돌아서 전력질주 하려는 유카리를 일단 붙잡은 고도. 하지만, 붙잡아야 할 것은 한명 더 있었다.

 

 어이, 아테나! 넌 또 어딜 슬금슬금 가려는거야! 적전 도망이라니 전쟁의 여신이 부끄럽지도 않냐!”

 닥치거라, 이 어리석은 자여! 생방송의 의미도 모르는가, 이 미개인! 한번 놓치면 신이 힘으로도 다시 볼 수 없는 것이 생방송이란 말이다! 어찌 놓칠 수 있단 말이더냐!”

 역으로 화냈다?!”

 

 전투중에도 이렇게까지 매도를 들은 기억은 없었다. 대체 뭐의 생방송이 이런 한밤중에 한다는 것인 지, 어째서 서로 싸우던 신살자와 신이 똑 같은 방송에 목매달고 있는지 고도와 에리카로써는 알 수 없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무라사키 너 말이야, 그게 지금 아테나 상대하는 거 보다 중요한 거냐!?”

 당연히 중요하지! 에잇, 말리지 마! 난 갈거야!”

 그럼 여길 어떻게든 하고 가! 그리고 아테나는 은근슬쩍 도망갈 생각 하지마! 누가 보내준댔냐!”

 에잇, 쪼잔한 사내로다! 대범한 구석이라곤 조금도 없군! 역시 불쾌한 신살자로구나!” “아니, 말도 안되는 소릴 하는건 그쪽이겠지?!”

 

 아무래도 둘 다 텐션이 이상하다. 이렇게 1 1초라도 더 잡혀있고 싶지 않다는 강렬한 의지가 느껴졌지만 무엇이 그녀들을 그렇게 만드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오히려 교섭의 여지가 있다. 고도는 아테나에게 말을 던졌다.

 

 좋아, 그럼 대신 약속해! 애당초 당신과 싸우게 된 건 그쪽이 날뛰면서 싸움을 걸어왔기 떄문이니까! 순순히 물러나서 더 이상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 것! 그럼 난 당신과 싸울 이유가 없어! 어때, 약속할 수 있나!”

 남의 약점을 잡아 교섭을 하려하다니, 과연 마왕의 이름에 걸맞은 사내로다! 확실히 지금 여기서 그대와 사생결단을 낼 여유는 없다본의는 아니나, 그 제안을 받아들이노라!”

 

 너무 쉽게 OK가 떨어져서, 옆에 있던 에리카가 깜짝 놀랐다. 둘은 이미 과거 시칠리아 섬에서, 베르스라그나와 멜카르트라는 두 신의 싸움 사이에 서서 교섭을 행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때에 비하면, 마치 차려진 밥상을 앞에 두고 밥을 떠먹는 것처럼 쉬웠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뭔가 속임수가 있는 것은 아닐까? 에리카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지만,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아테나는 그 일견 굴욕적이기까지 한 종전협정을 받아들이기가 무섭게 달려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붙잡은 고도의 손을 탁 쳐내며 유카리도 외쳤다.

 

 그럼 나도 여기 있을 필요 없지? 가도 되지? 간다? 갈거야!”

 

 동사의 3단변형의 연습이라도 하는듯이 되풀이하더니, 유카리는 발 밑에 검은 안개를 불러내고는 마치 손오공이 근두운을 타듯이 거기에 올라타서 문자그대로 날아갔다. 그리고 아테나는,

 

 에잇,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도다! 나는 천공의 여왕, 하늘 또한 나의 영역!”

 

 등 뒤에서 거대한 새의 날개가 돋아나더니, 그것을 펄럭거리며 유카리의 뒤를 쫓아 날아갔다. 기껏해야 높이 점프하는 정도에 그칠 뿐, 비행의 능력은 없는 고도는 조금 부러워하면서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결국 저 여자들, 뭐가 하고 싶었던거야……?”

 그것보다, 결국 저 둘 무슨 관계였는지 못들었잖아? , 무관계하다는 일은 없는 것 같지만. 거기에 대한 대답은 어떤지, 가르쳐주시겠습니까?”

 어머나. 설마 이 판국에 나에게 화살이 돌아올 줄이야…… 미안하지만 사적 질문은 매니저를 통해 해주세요.”

 댁은 무슨 아이돌이냐!!!!”

 

 태어나서 이분 도쿄 토박이의 긍지를 지키고 있으나, 태클만큼은 웬만한 오사카인 이상으로 칠 수 있다는 자칭 상식인의 필살의 태클이 작렬했다. 그러나 주인과 같은 얼굴을 하면서도 분위기는 전혀 다른, 강력한 카리스마 같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 소녀 모습의 신 아지 다하카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말했다.

 

 그까짓 아이돌 못할 건 뭔가요? 진심으로 데뷔하면 AKB48정도는 손가락 하나로도 누를 수도 있습니다만.”

 피 같은 노력으로 아이돌 업계에 기어올라가 열심히 하는 인간들 상대로 무슨 깽판을 칠 생각인데?! 아니, 이게 아니라! 역시 무라사키와 아테나는 뒤에서 짜고 있었던거냐!?”

 그거야 뭐, 저걸 보면 바보 아닌 이상에야 누구나 알 수 있겠죠.”

 

 너무나도 어이없이, 간단히 실토하는 아지 다하카. 고도는 순간 귀를 의심했지만, 그녀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실제로 당신도 그랬듯이, 신과의 전투가 벌어지면 필연적으로 주변의 피해가 생겨요. 그것을 피하고자 교섭하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겠죠? 그래서 초기에 당신이 아테나와 접촉하는 것을 막으려 했던 거에요, 주인님은.”

 고르고네이온을 넘기라는 게? 그런 조건 들을 수 있을리가 없잖아!”

 하지만 결국 넘겼죠? , 그들이 짜낸 책략이란 것이 워낙 악랄하니. 그래서 성공하나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때까지의 아테나가 완전하지 못했기에 가능했던 이야기. ‘따르지 않는 아테나가 된 순간, 그런 약속 따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지…… 실제로, 이렇게 결국 싸우는 꼴이 되었고요. 마무리는 예상도 못한 방법으로 이루어졌습니다만…… 후후후후……”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웃는 그 모습은, 고도에게는 심히 불쾌했다. 하지만 여기서 신과 2차전을 벌일만한 여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대신 옆에 서 있던 에리카가 질문을 했다.

 

 이 결말은, 그쪽 진영이 바란 바가 아니라고?”

 결론만 보면, 뭐 아슬아슬하게 낙제는 면한 셈이죠. 결과적으로 아테나가 이 땅주인님의 앞마당에서 날뛰는 것은 막았으니까. 그리고 그것은 그대들에게도 결과적으로 나쁜 이야기는 아닐 텐데요. ‘따르지 않는 신의 위협은 살아있는 자연재해나 다름없는 그 맹위. 저 자신이 그러한 따르지 않는 신으로 지금의 주인님 앞에 나타나 날뛰다 토벌당했으니 틀림없는 말이에요. , 그러한 신을 상대로, 평화롭게 일을 마무리 지었으니 이 정도면 해피엔딩 아닌가요?”

 분명히 그렇다. 싸우면서 죽은 사람 하나 나오지 않았으니까. 이탈리아에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수많은 문화유적을 분쇄★갈채☆대옥쇄♥ 해버린 경력이 있는 고도는 처절하게 느꼈다. 자기가 좀 심하게 속고 고생하긴 했지만, 피해가 이 유메노시마의 공원 하나로 그쳤다는 점에선 기적적이다. 그렇다면 딱히 무라사키를 탓할 일은 안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결과론이겠죠? 그렇게 쉽게 넘어가도 되는 건가요?”

 

 에리카는 쉽게 납득하지 못했는지, 정중하게 항의의 말을 입에 담았다. 그러나 상대도 신, 어깨를  으쓱하며 태연하게 답했다.

 

 상식적으로야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애당초 이런 일에 상식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당신들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텐데요.”

 

 그 상식의 적인 신이 직접 말하는 거니 뭐라고 할 여지도 없다. 확실히, 상식따윈 방해만 될 뿐. 여기서 그녀를 붙잡고 불평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결국 고도는 크게 한숨을 쉬고, 한 건 해결된 것에 안심하며 늦은 귀가길을 재촉했다.

 

 

 

 

 한편, 집으로 가는 도중에 길을 잃은 유카리와 아테나는(늘 전철을 타고 다녀서 방향감각을 잃었다) 결국 집에 늦게 도착해서 생방송 사수에 실패했으나, 고도를 통해 사정을 들은 아마카스 토마에 의해 그가 개인 보존용으로 저장해놓은 동영상 파일을 투서의 마법으로 USB째로 전달 받아, 밤 늦게까지 그것을 보면서 즐거워했다. 아마카스 왈 도쿄의 피해를 최저한으로 해서 해결해준 것에 대한 개인적인 사소한 보답이라고 했다.

 

 

 

 그리고, 유카리 일행에게 잊혀져서 버려져있다가 전철이 끊겨서 택시를 타고 귀가한 마츠나가 타카코에 의해  둘은 죽도록 혼났다(후지사와는 마찬가지로 중간에 떨어져있던 마리야 유리를 주워 집에 데려다주면서 자택귀가, 아지 다하카는 다른 길을 통해자력으로 돌아왔다).


[캄피오네] 우울한 신살자는 친구를 바란다 -스물두번째 이야기- by 아르니엘

스물두번째 이야기.



 대치하는 신과 신살자. 이미 싸움은 시작되었다고 해도 좋다.

 아테나가 한번 손가락을 튕기자, 어둠속에서 무수한 올빼미가 날아들었다. 아테나의 상징동물은 올빼미. 종족특성으로 야맹증을 가지고 있는 조류중에서, 몇 안되는 야행성 조류. 이것은 어둠의 여신으로써의 아테나의 속성을 의미한다. 쿠사나기 고도는 이것을 ‘알고 있다’.

 주변의 풀속에서 우글대는 뱀들이 기어온다. ‘허물을 벗는다’는 생태 때문에, 재생과 영원을 상징하는 동물. 풍요와 생명을 관장하는 대지모신들의 속성으로 비유되는 동물이다. 이 또한, 쿠사나기 고도는 ‘알고 있다’.

 알고 있으면, 대처도 할 수 있다. 아테나가 불러낸 올빼미와 뱀의 군세가 덮쳐오는 것을 보며, 고도는 정신을 집중하여 단숨에 언령을 읊었다.

 “모든 사악한 자여, 나를 두려워해라! 힘 있는 자든, 도리에 어긋난 자든, 나를 쓰러트릴 순 없다.
 ---나는 최강이자, 온갖 장해물을 쳐부수는 자이니!”

 황금빛이 번쩍였다. 그야말로 한 순간. 하지만, 그 빛이 사라지자, 다가오던 아테나의 종복들은 일제히 목과 몸통이 토막나서 먼지로 사라졌다. 자연의 생물이 아니다. 아테나의 신력이 낳은 종복. 흔적도 남지 않은 그 종복들을 보며, 아테나가 흥미있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기묘한 무구를 가지고 있도다. 섬광, 참격. 검인가. 재미있도다! 이렇지 않으면 안되지. 그럼 이 몸도 조금 놀아보겠노라. 뭘, 모처럼의 파워업 이벤트의 직후다. 되찾은 힘을 시험하기 위해, 잠시의 양민학살타임은 정석이 아니더냐?”

 묘하게 현대인, 그것도 게임 오타쿠 같은 발언에 고도는 의아하게 여겼지만, 그 직후에 눈앞에 보인 광경에 그런 생각은 완전히 날아갔다.

 “반칙이겠지, 어이……”

 지면이 융기했다. 잔디가 깔린 캠프장의 바닥이 일어나더니, 흙과 풀의 피부를 가진 거대한 뱀의 모습으로 바뀐 것이다. 정신을 차려보면, 길이 4~50미터는 되는 초대형 뱀의 머리 위에서 아테나가 여왕의 품격과 여유를 가지고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양 옆에, 비슷한 뱀이 2마리 더 일어나서, 여왕을 보좌하는 종복처럼 늘어서 있었다.

 “인조의 돌로 덮인 도시 안이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겠지. 아무 생각도 없이 이곳을 전장으로 정했다고 생각했느냐? 단순히 민가가 없으니 인간들에게 가는 피해가 적을 거라고 생각하고 무방비하게 설렁설렁 걸어온 시점에서 그대의 패배는 결정되었노라!”
 “제길, 잔꾀를!”

 처음부터 전장의 선정을 한 곳은 아테나. 그렇다면 당연히 스스로에게 유리한 곳을 골랐다는 것은 상식이다. 대지모신답게 인공의 돌-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보다는, 그나마 자연환경이 인공적으로나마 갖추어져있는 여기가 싸우기가 편했을 터. 물론 자연환경이 남아있는 공원은 도심 안에도 얼마든지 있지만, 일본인 특유의 ‘정돈된 정원 만들기’감각이 대자연의 여신에게는 그다지 유쾌하진 않은 모양이다. 그리고 실제로 일반인 거주지역이 아닌, 구 쓰레기 매립지에 현재는 자연공원인 유메노시마가 전장이라 고도가 어느정도 안도하고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있는 힘껏 싸울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고도도 그렇게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상대의 늘어난 장점이 이쪽의 메꿔진 단점을 능가한다면 그것은 의미가 없다……!

 “나의 종복들아, 신살자를 물어뜯고, 그 강건한 육체로 깔아뭉개라!”
 “우와악!!” “달려라, 헤르마스의 장화!”

 괴수들의 육탄공격에 당하게 될 고도를 구한 것은 에리카의 마법이었다. 그녀의 발 밑에 마법진이 펼쳐지며, 도약력을 강화하여 마치 날아다니듯이 뛸 수 있게 하는 힘이 깃들며 고도를 끌어 안은채 뒤로 크게 뛴 것이다. 고도가 있던 자리는 두 마리의 뱀에 의해 움푹 패였다. 대체 중량이 몇 톤이나 되는지 짐작도 가지 않는 그 두꺼운 몸통에 얻어맞았다간 갈비뼈 몇 대 부러지는 것으로는 끝나지 않으리라. 하지만 그렇기에 쓸 수 있는 수단도 있다.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리고 착지한 에리카의 팔에서 벗어난 고도는 곧바로 거대한 적을 상대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했다.

 “그리하여 그대는 계약을 깨고 세상에 악을 초래하였도다.
 주는 말씀하셨으니, 죄인에게는 심판을 내리라.
 등골을 부수고 뼈와 머리카락과 뇌수까지 도려내어 피와 진흙과 함께 짓밟으라.
 나는 날카로워 다가서기 어려운 자일지니, 주의 말씀으로 그대에게 파멸을 내리리라!”

 밤하늘이 전율하고, 인공의 매립지는 미약한 지진을 일으킨다. 우르스라그나 10의 화신중 하나, ‘멧돼지’의 현현을 깨달은 천지가 반응하는 것이다.

 고도의 머리 위 상공에 공간의 균열이 생기며, 칠흑의 털을 가진 거대한 짐승이 붉은 눈을 번뜩이며 지금이라도 튀어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몸길이는 족히 20미터. 뱀들에게는 못하지만, 그 흉흉한 신기와 폭력성이 깃든 전신의 오라는 그야말로 파괴의 화신이라 부르기에 충분했다. 좁은 균열을 비집고 멧돼지가 지면에 네 다리로 착지하자, 가볍게 쿵 하고 주변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가 민가였다면 지금의 진동만으로도 심각한 피해가 났을 것이기에 차마 쓸 수 없었던 것. 하지만 인적이 없고, 게다가 소환 조건인 ‘거대하고 무거운 것을 대상으로 할 것’이라는 조건도 적의 거대함 덕분에  충분히 달성했다. 주변에 다른 기물들을 부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는 마음이 편했다. 바로 요전번에 로마에서 이녀석의 폭주 때문에 콜로세움을 박살낸 기억이 생생한 고도로써는 그런 걱정은 피하고 싶었다.

 “쿠워어어어어어어어어!!!!!!!!!!!!!!”

 멧돼지는 단순히 들이박는 것 만이 재주가 아니다. 그 포효는 강력한 초음파로 주변의 건축물을 박살내고, 돌진의 여파만으로 진도 5의 국소적 지진을 일으킨다. 그리고 공격목표가 완전히 파괴될때까지 몇번이고 돌격해서 들이받고 마구 날뛴다. 아테나가 불러낸 뱀에도 절대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날뛰어라! 오늘은 도중에 돌려보내는 그런 째째한 짓 안 할 테니, 마음껏 박살내!”

 고도의 보기 드문 씀씀이에, 멧돼지는 기뻐날뛰는 기색으로 돌격했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커다란 건축물 같은 것을 미끼로 불러내서는 적을 공격하도록 컨트롤 하는 식이었기 때문에, 늘 파괴욕구를 완전히 다 해소하지 못하고 도중에 돌아가야 했던 멧돼지였던 만큼 이번의 고도의 배포 큰 허가는 이 녀석에게도 기쁜 소식이었을터. 그야말로 목마른 자가 오아시스를 향해 달려가듯이, 검은 괴수는 아름다운 여신을 태운 뱀을 향해 돌격했다!



 “…벌써 시작했나? 화려한걸, ‘8번째’는. 저거라면 유카리에 필적할만한 재앙을 일으킬 수 있을 거 같아.”
 “그래? 난 그래도 유카리 쪽이 위라고 생각하는데. 민폐도로는.”

 전장이 되어버린 공원에서 수 km 떨어진 해양박물관 옥상. 이미 폐관해서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그곳에, 두 소녀가 있었다. 가죽 점퍼를 입은 날카로운 눈초리의 소녀의 혼잣말에, 쌍안경을 눈에서 뗀 다른 소녀가 대답했다.

 착각할리도 없는 인상적인 미모의 이 소녀들은 물론 마츠나가 타카코와 후지사와 사라. 무라사키 유카리의 친구들이자 그녀에게 목숨을 저당 잡힌 소녀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아테나와 쿠사나기 고도의 싸움을 관찰하고 있었다.

 “역시 아테나는 ‘따르지 않는 신’의 성질에 이기지 못한걸까?”
 “듣기론 그쪽이 신들에게 있어서는 ‘본성’에 가깝다고 하니까… 이기지 못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본성이 해방된 느낌이겠지? …가까이 있던 유카리도 무사하진 못했겠네.”
 “뭐, 치명적이진 않겠지만. 우리 마왕님도 어지간하진 않고…… 그렇죠? 다크 씨.”
 [말할 필요도 없지.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 무엇보다도 그 증거. 주께서는 무사하시다.]

 사라의 말을 받아 대답한 것은, 그녀들의 약 5미터 정도 후방. 어둠속에 숨어 있어 모습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 윤곽은 대략 150~160센티미터 가량의 인간으로 보였다.

 “플랜 B, 무사히 성사되려면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할 텐데요. 괜찮을 것 같나요?”
 [늦을 것 같으면 이쪽에서 불러내면 그만. 이제 와서 아스트랄 플레인에서 헤메고 다닐 유카리님도 아니시고.]
 “……새삼 생각하는데, 다크 씨 보다 사라 네가 더 악랄한 것 같아. 처음부터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한거 아니야?”

 타카코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초 유카리 일행이 세운 계획은 2가지. 아테나가 고르고네이온을 받아들고 약속대로 떠나는 것을 상정하여, 유카리가 고도 일행을 대신해서 아테나를 상대하는 척 하고는 그대로 떠나보내게 하는 플랜 A. 하지만, 같은 ‘따르지 않는 신’으로써 강림했었던 기억이 있는 다크=아지 다하카의 경험에 의거해, 아테나가 약속을 어기고 날뛸 경우, 쿠사나기 고도와 힘을 합쳐 아테나를 치는 플랜 B.

 유카리는 아테나를 믿고 싶어 했지만, 아지다하카의 말을 무시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 플랜 B를 허락했고, 결과는 지금 현재에 이른다. 계획에 착오가 있었다면, 아테나도 유카리에 맞서 싸우긴 했지만 살의는 품지 않았다는 것. 그래도 결코 얕보지는 않았고, 둘의 권능이 정면 충돌한 결과 열려버린 차원의 틈새로 유카리가 빨려 들어가버렸다. 그 과정을, 두 사람은 여기서 지켜보고 있었다.

 다만 아테나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가 있었는데, 그것은 유카리가 아지 다하카를 미리 소환해서 따로 떼어놓았다는 것. 유카리가 가진 권능중에서도 가장 이질적인 이 권능 ‘사왕군림’은, 아지 다하카를 신격을 가진 채로 불러낼 수 있다는 것. 비록 ‘따르지 않는 신’이 아니라 종속신에 가까운 상태지만, 그래도 신임에는 변함이 없다. 게다가, 아지 다하카로부터 강탈한 다른 권능들을 일시적으로 포기하는 것으로 독립된 아지 다하카의 힘은 더욱 강해진다. 모든 권능을 양도하게 되면, 그야말로 ‘따르지 않는 아지 다하카’시절과 같은 힘을 가진 강대한 신의 재림이다. 지금은 거기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웬만한 신수 따위는 단독으로 쓰러트릴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진 신이다. 본래의 모습은 눈에 띄기 때문에 감추고 있지만 인간의 형태를 한 지금으로도, 인간들중 최고의 마법사를 가득히 능가하는 전투력의 소유자인 것이다.

 [확실히, 후지사와의 간계는 상당한 혜안이다. 그 나이에 그 정도의 성취라니 미래가 기대되는구나. 그대라면 훌륭한 악녀가 될 것이다.]
 “칭찬 아니거든요 그것. …아스트랄 플레인으로 가는 문을 여는 마법은 상당히 준비가 많이 필요한 고위 마법이라고 들었는데, 괜찮나요 그렇게 느긋하게 있어도?”
 [핫. 천의 마법을 숨쉬듯이 다루는 이 아지 다하카에게 인간 마법사의 기준을 끌어다 대다니. 알겠느냐. 설령 천혜의 재능을 가진 자가 그 평생을 수련에 바친다고 해도 신에게 있어서는 최저 기본레벨에 불과한 것이다. 게임으로 말하자면 인간의 한계가 99레벨이라고 치자. 그러면, 신은 99레벨이 시작 레벨인 것이다.]

 “무리게임이라는 레벨이 아니잖아요 그거.”
 “우선 99레벨에 오르기 전에 보통의 인간은 죽겠죠. 수명의 한계도 있을 거고.”

[…… 그 레벨 차를 터무니 없는 강운과 온갖 작위적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 여러가지 우연이 겹쳐, 간신히 신의 살해라고 하는 업적을 이루는 것이 신살자이다. 똑 같은 조건에서 한가지만 부족했어도, 그런 것은 간단히 실패해버리는 것이야. 그리고, 한번 신살에 성공한 자가 두번째, 세번째에서 맥없이 죽어버리는 일은 의외로 드물지.]
 “뭐 유카리가 간단히 죽을 거라곤 생각되지 않지만, 쿠사나기 군도?”
 [글쎄, 어떨까나.]

 거기서, 얼굴을 보이지 않는 다크는 고도와 아테나가 싸우는 곳을 향해 슬쩍 시선을 향하며 즐거워보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흐음… ‘멧돼지’에 이어서는 괴력… 저건 ‘숫소’인가. 과연, 이건 재미있겠는걸. 놈이 살해한 신이 누구인지 알 것 같노라. 공교롭게도 나와는 적대관계인 신이구나. 흐음, 과연 놈이 그 신의 힘을 어디까지 강탈했을지. 경우에 따라서는, 아테나를 상대로도 좋은 승부가 될지도 모르겠구나. 만일 놈이 ‘백마’까지 강탈했다면, 조금 재미있는 전개가 될 지도 모르겠구나. 뭐, 좋은 기회다. 너희들도 잘 봐 둬라. 태고의 지모신과 햇병아리 신살자의 싸움 같은 것은 돈내고도 볼 수 없는 것이니.”
 “오히려 카메라 같은걸로 녹화해서 팔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건 나뿐인가?”
 [……마츠나가 타카코. 천재냐, 네놈?!]




 밀리고 있다. 아테나는 미소를 무너트리지 않은 채, 적이 불러낸 파괴의 화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한때는 길항하는가 했지만, 기어이 저 검은 짐승은 여신이 불러낸 종복을 갈갈이 찢고, 물어뜯었다. 신살자가 다루는 권능답다고 하면 그만이지만, 과연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 듯 하다. 물론, 그 멧돼지는 아테나가 타고 있는 큰 뱀이 물어죽였지만, 이번엔 상대가 자신의 내력을 말로 읆으며 만들어낸 황금의 검이 그 큰 뱀을 유린했다. 실로 기억하기도 싫은 불쾌한 과거를 적대자의 입으로 읆어지면 당연히 분노하지만, 그보다 먼저 지혜의 여신으로써의 영지가 상대의 권능의 정체를 밝혀냈다.

 “…젊다고는 하다 마왕 나부랭이. 조금 얕봤는지도 모르겠구나. 그러나 그 권능의 정체, 밝혀냈도다! 정복하는 자, 승리하는 자. 새로운 신왕 미트라를 섬기며 그의 무기로 옛 신들을 토벌하는 고약한 자, 베르스라그나! 그대가 살해한 신의 이름은 이것이로다!”
 “칫, 권능 2개만 봤는데도 손바닥 안을 다 들여다 본건가! 더럽다 신!”
 
 혀를 차는 고도. 완전히 안 들킬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빠르다. 상대의 신력을 직접 쳐서 신격을 무력화하는 ‘전사’의 권능. 상대 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만들어낼 수 있는 언령의 검. 에리카를 통해 그 지식을 마법으로 전수받아, 아테나의 신격을 치는 검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가 그것을 눈치챘다면 당연히 그에 맞는 대응을 해올 터.

 “어디까지 그 권능을 찬탈했는지는 모르겠다만, 당당히 싸움을 걸어온 이상 이 몸에게 유효한 태양의 권능 또한 가지고 있다고 봐도 좋겠지. 그걸 아끼고 있는 것은, 이 몸을 화나게 해서 빈틈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렸다?”

 속셈이 간파당한 고도는 자연스럽게 눈살을 찌푸렸다. 넘어오지 않는다면 다른 수를 써야 한다. 하지만, 그럴 여유는 없었다. 아테나는 이미 견제로 스트레이트를 날리려드는 참이었다. 그녀의 눈이 순간 파충류의 그것처럼 날카롭게 변하더니, 번뜩 하고 안광을 뿌렸다.
 
 “메두사의 이름을 갖고 있는 이 몸이 석화의 권능을 가지고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겐가? 아니라면, 어디 한번 막아보거라!”

 아테나의 시선이 닿는 즉시, 주변의 공원이 석화되기 시작했다. 아스팔트 바닥도, 잔디도, 수풀도, 심지어 바다조차도.

 물론, 피할 새도 없었던 고도의 몸도 마찬가지로 석화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눈깜짝할 사이에 돌로 바뀐 주변에 비하면, 아직 무릎 아래까지만 석화되지 않은 고도는 양반이다. 캄피오네로써의 높은 마법내성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완전무효가 아닌 이상 당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이런 능력이 대도심 속에서 펼쳐지면 도쿄는 순식간에 석상들의 도시가 되어버린다. 우선은 이 석화부터 어떻게 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손에 든 검을 강화하기 위한 언령을 입에 담으려고 할 때.

 “석화 취소! 당장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아아아앗!!!!!”



 “주인공 등장, 이네. 역시 주인공의 필수조건은 타이밍 맞추는 능력이야.”
 “…그런건가요?”
 [모르는게냐? 히어로 란 놈은 늘 적의 대사 타이밍까지 읽고 계산해서 등장하는 능력을 자동적으로 가지고 있지 않더냐.]
 “아, 후지사와는 모를지도. 정통파 아가씨라서 만화나 애니나 특촬 같은거 안보는 인간이거든.”
 [쯧. 인생의 절반을 허비하고 있구나. 한심하기는.]
 “…대체 지금의 대화 어디에서 내가 매도당할 여지가 있었던거죠? 뭐 어쨌든... 우리 마왕님도 돌아오셨겠다, 당신도 가야 하는거 아닌가요? 다크 씨.”
 […지금까지 하는 소릴 뭘 들은게냐. 히어로의 생명은 타이밍이라니까? 그러니 물론……]
 ““물론?””
 [……나도 타이밍 맞춰서 나가야지.]



 밤하늘의 어둠이 산산히 부서지며, 마치 아침의 해가 뜬 것 같은 찬란한 광휘와 함께 천공에서 떨어진 것은 아테나가 ‘어둠속으로 떠나갔다’고 말했던 무라사키 유카리였다. 그 찬란한 광휘를 발하는 광원-한자루의 검을 양손으로 쥔채 떨어지며 유카리가 외친 말은 아테나에 의해 돌로 변해버린 주변을 한순간에 원래대로의 모습으로 돌려보냈다. 신이 일으킨 기적을, 말 몇마디로 취소해버린 그 힘은 확실히 굉장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그녀는 자신의 추락은 막지 못했다.

 “꺄아아아아악!!!!!”
 “에라아아아앗!!!!”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것은 이루어졌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소녀를, 필사적으로 달려간 소년이 몸을 날려 받아내는 장면. 허공에서 한바퀴 몸을 회전시키며 바닥에 무사히 착지하는 그 모습은 전직 야구소년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다만 영화와 다른 것은, 품에 안겨있는 소녀가 소년의 얼굴을 발로 걷어찼다는 것이지만.

 “어딜 만져, 어딜!”
 “푸학…! 야, 너 구해준 사람에게!”
 “누가 해달래! 혼자서 처리도 못하면서!”
 “이게 진짜… 아오!”

 코피가 주르륵 흐르는 것을 느끼고 손등으로 대충 닦으면서 고도는 진심으로 괜히 걱정하고 구해줬다고 생각했다. 자기발로 지면에 서고는, 한 손에 빛이 사그러들어 보통의 검으로 돌아온 서양검을 든 유카리는 고도를 한번 노려보고는 흥 하고 코웃음을 치고는 고개를 돌려 아테나를 향했다. 뱀을 잃고 대지에 내려온 아테나도 유카리를 보고는 피식 웃었다.

 “흐음, 끈질기구나. 허나 그 빛, 설마하니 ‘제악의 근원’인 그대가 태양의 권능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불만있어?! 약속이나 어기고, 키 좀 커졌다고 건방져!”
 “흐음, 그러는 그대는 여전히 작고 말이지.”

 아테나가 별 생각없이 한 그 대답에, 유카리는 문득 아테나의 성장한 몸을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점차 그 시선이 아테나의 몸중 유난히 성장해버린 특정 부위를 쳐다보고, 이어서 자신의 같은 부위를 쳐다봤다. 그리고, 잠시 후.

 “가슴 좀 크다고 뻐기지 마 이 배신자가아아아아아!!!!!!!!!”
 “우왓, 뭐야 갑자기…?! 에잇 모르겠다, 이 흐름에 타서 협격이다!”
 [영문을 모르겠군…… 그러나 덤비겠다면 좋다. 둘다 덤벼보라!]

 분노에 빠져 광전사의 권능을 발동시켜 흉흉한 안광을 내뿜으며, 다시 빛을 내뿜기 시작한 태양의 신검-갈라틴을 잡고 돌격하는 유카리. 그리고 상황 파악은 미처 못했지만, 아테나의 공격이 일시적으로 멈춘 것을 호기로 여기고 마찬가지로 황금의 검을 쥔채 뒤를 따르는 고도. 신살자 둘의 공격을 받는 몸이 되면서도, 싸움의 여신 답게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커다란 낫을 만들어 맞이하는 아테나.

 신살자들의 싸움은, 새로운 스텝으로 넘어갔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