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 스트라토스] 부서진 영혼, 어긋난 운명 47화(完) by 아르니엘



부서진 영혼, 어긋난 운명 47화


 카게츠장, HQ.

 오리무라 치후유는 무사히 돌아온 제자들을 앞에 두고 보고를 듣고 있었다.

 그녀의 앞에 있는 것은 오리무라 이치카, 시노노노 호키, 세실리아 올코트, 팡 링잉, 시노노노 샤를로트, 라우라 보디비히, 휴가 아오이의 7명.

 "...보고는 이상입니다."
 "알았다. 다들 실전을 겪고도 무사해서 다행이다. 출발은 내일 오전이니, 오늘은 별실에서 휴식을 취해라. 해산."
 
 그다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목소리로, 치후유는 간결하게 전달사항만을 전달했다. 그리고 흩어져서 자기방으로 돌아가는 일행중 한명‐남동생을 불러세웠다.

 "오리무라는 잠시 남아라. 할 이야기가 있다."
 "예? ...알겠습니다."
 "무슨 일때문에 그러는겁니까?"
 
 피곤해 죽겠다는 얼굴의 이치카. 다른이들은 무슨일인지 걱정스러운 얼굴로 돌아봤지만 치후유의 시선 한방에 다들 흩어졌다.

 치후유는 잠시 묵묵히 뭔가를 생각하다가, 결심한 듯이 이치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잠시 걸어서 도착한 곳은, 여관 뒤의 오솔길을 빠져나온곳에 있는 절벽위 비밀이야기를 하기에는 확실히 절호의 장소다. 치후유는 그제서야 간신히 입을 열었다.

 "솔직하게 대답해줬으면 한다. 거기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 이야기라면 아까 보고에서 다 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서면상으로 위에 제출하기 위한 용도의 보고서. 그 이상의 일을, 너희들은 겪었겠지?"

 이치카는 순간 보이지 않게 움찔했다. 확실히 그말대로. 일행이 보고한 것은 어디까지나 실바리오 가스펠을 격추한 내용에 대해서만. 도중에 벤토의 난입에 대해서도, 베가가 끼어든 것도, 하물며 오모카게섬에 대해서는 보고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것을 가장 강하게 주장한 것은 의외로 시노노노 타바네였다.

 '이런거 솔직하게 말해봤자 머리가 이상하다고 생각되던가 기밀정보때문에 입막음 당할뿐인걸. 괜찮아, 치‐쨩에게는 내가 말해둘테니까!'

 묘하게 믿음직스러운 대사를 하는 타바네. 그녀의 태도에 위화감을 느낀 이들도 있었지만, 뭐라고 해도 다들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귀찮은 일을 떠맡아준다면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일행은 공식화 할 수 있는 내용, 즉 복음과의 싸움과, 그 뒤에 이상 전파에 휩싸여서 추락한 후 시노노노 타바네에게 구조되었다는 내용만을 공식보고로 올렸다. 중간 내용이 대폭으로 빠져있는 부분을 빼면 거짓말은 아니다.

 야가미 카구야와 키리사키 키리카는 별실을 배당받아 거기서 쉬고 있다. 두사람은 타바네와 함께 구조를 위해 떠났던 휴가 아오이의 지인이라는 것으로 대충 설명하고, 히무카이 샤나와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타바네로부터 설명을 들었을터인 치후유는 어째서 지금 이 타이밍에 이런 질문을 해오는 것일까. 이치카는 그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대략의 사정은 타바네로부터 이야기 들었다. 하지만, 몇가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말이다. 예를 들면, 그 야소가미 레오나."
 "아아, 그사람? 그러고보니 도중에 다시 재합류를 하긴 했는데, 깨어보니 없더라고. 타바네씨도 모르겠다고 하고. 도중에 뛰어내린건지...... 그러고보니 그사람도 꽤나 수수께끼였지."

 결국 그녀에 대해서는 끝까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IS도 없이 맨몸으로 IS에 필적하는 전투력을 내지 않나, 시노노노류 고무술을 달인급으로 구사하질 않나.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치후유는 어딘지 괴로운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원래대로 되돌렸다.

 "그쪽은 나중에 나도 조사를 해보도록 하지. 너희들은 신경쓰지마라. 그러고보니 이치카, 마지막에 당했다는 옆구리는 괜찮은거냐?"
 "아아, 그거. 그럭저럭 다 낫긴 했어. 즉석에서 요인으로 변했으니까 재생력이 빨리 듣기도 했고." "너답지 않은 실태군."

 치후유의 말에, 이치카는 속으로 혀를 찼다. 그렇다.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설령 천재 타바네는 속일 수 있어도 치후유는 속일 수 없었다. 그런 보고, 통할리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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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싸움이 끝난 공동 안. 츠즈키 쿄우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타마모는 네조각으로 찢겨나가 바닥에 떨어져있었다. 그러나, 그런 상태라고 해도 방심할 수 없다는 것을, 지난번에 쿠즈노하 타마모와 싸운적이 있는 소년소녀들은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네조각으로 찢겨나간 육체가 꿈틀거리면서 다시 서로 붙기 시작하며, 타마모는 조금씩 되살아나려고 하고 있었다.

 "크윽, 괴물인가!" "확실히 요인은, 뇌와 심장, 꼬리가 남아있으면 재생할 수 있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끝장을 내겠어!"

 그렇게 기세좋게 먼저 나아간건 호키였다. 그녀의 카라와레 일섬이라면, 아직도 버둥거리는 타마모를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앞을 가로막은것은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었다.

 "안돼! 엄마를 죽이지 말아요!"
 "?!"

 호키의 앞을 가로막고 양 팔을 옆으로 펼친 인물은, 조금전까지 벤토의 품 안에 안겨있던 작은 소녀였다. 전투중에는 완전히 관심외의 인물이었던 그 소녀의 난입에 호키는 당황했다.

 "어, 엄마라고?"
 "엄마가 나쁜건 알아요...... 그치만, 그래도 엄마가 죽는걸 보고싶지 않아요! 부탁이야, 죽이지 말아줘요!"

 호키는 치켜든 칼날을 내려칠 수 없었다. 소녀의 말이 충격적인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소녀는 '딸이 보는 앞에서 그 부모를 죽일 수 있을만큼' 냉정하게는 될 수 없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냉정한 판단을 늘 요구받는 현역군인인 라우라조차도 일시적으로 멈췄을 정도니까. 그나마 냉정하게 마무리를 지으려고 든 것은 아오이 정도였을까.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타마모와 그 앞을 가로막는 소녀‐모니카에게 가있는 그때에, 사건이 일어났다.

 "크악!!!!"
 "이, 이치카?!!!"

 뒤에서 들려온 비명소리에 일행이 일제히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믿어지지 않는 광경이 보였다. 안타레스의 집게발‐아다만틴 시저스가, 이치카의 옆구리를 깊게 찌르고 있는 참상이 거기에는 있었다. 이치카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얼굴로 베가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베가는 냉혹한 얼굴로 그런 이치카의 시선을 무시하고는 집게발을 들어 이치카의 몸을 집어올리더니, 냅다 호키에게 내던졌다.

 "윽, 이치카!"

 그리고 이치카를 받아든 호키의 옆을 스쳐지나가듯이 순간가속으로 빠져나가며, 즉각 땅에 떨어진 타마모와 소녀를 한손으로 회수하며 베가는 벤토를 향해 외쳤다.

 "뭘 멍하니 서있는거야! 튀어!"
 "다, 당신...?!"
 "죽고싶어?! 에잇, 귀찮아!"

 설득하는 과정조차 귀찮아하면서, 베가는 그대로 벤토의 멱살을 붙잡고 날아올랐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다른 일행들이 영격하려했지만, 베가는 순간가속으로 단숨에 공동의 입구를 빠져나가 금새 보이지 않게 되었다. 호키를 비롯한 몇명은 이치카에게 다가가서 상처를 살폈다. 다행인 것은 타마모에게 마지막 공격을 퍼부었을때 요인으로 변신한 상태라 상처의 회복이 빨랐다는 것. 그렇다고 해도 의식불명에 떨어진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그 상황을 악화시킨 것은 샤나의 외침이었다.

 "개체명 '오모이데님'으로부터 강력한 레니게이드 바이러스 반응. 이 반응은...... 핵융합의 전조단계입니다."
 "자폭할 셈인가?! 언니, 어떻게 좀 해봐!"
 "으읏...... 안돼, 아까의 싸움으로 코어가 전부 오버히트해버렸어...... 쓸수 있게 만들기까지 최소한 10분은 걸려!"

 여동생의 외침에, 그러나 언제나 여유있는 표정의 천재과학자도 안색이 새파래졌다. 유일한 희망이 무너진 것을 본 소녀들의 표정에 절망감이 감돌았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타바네에게 말을 건 것은 레오나였다.

 "타바네. 모두를 데리고 피난해. 여기는 내가 어떻게 해보겠어."
 "어떻게 하다니, 뭘 어떻게 할건...... 아."
 
 말하던 도중 타바네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이 말을 멈췄다. 그리고 대신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맡겨도 되는거지?"
 "맡겨둬. 아마도, 이것이 본래 이번 사건에 있어서 내 역할일 테니까. ...나츠군과 다른 애들을 부탁해."
 "응. 그럼, 나중에 봐."

 타바네는 레오나와의 짧은 작별인사를 마치고, 다른 이들을 몰아치면서 서둘러 그 자리에서 대피했다. 다른 이들은 혼자 남겨두고 떠나는 것에 저항감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대폭발이 일어날 것이 뻔한 장소에 남아있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일행이 떠난 직후. 오모카게섬은 거대한 폭발과 함께 지구상에서 그 모습을 완전히 감추었다. 


 -어딘지 모를 곳에 있는, 넓고 어두운 방.

 방의 중앙에 위치한 의자에 앉아있는 것은, 금색과 은색의 머리칼이 섞인 롱헤어를 늘어트린 20대 초반의 여성.

 한팔로 턱을 괴고, 다른 한팔로 풍만한 가슴을 받치고 다리를 꼰채 눈앞에 있는 존재를 내려다보는 그 여자는, 온화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웃고 있었지만, 그녀를 잘 아는 사람은 결코 그녀의 웃음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망국기업 간부회, 버밀리온 쉔지. 통칭 레이디 버밀리온.

  그녀의 앞에서 현재 한쪽 무릎을 꿇은채 보고를 올리고 있는, 코드네임 베가-노엘 뒤노아의 직속상관이다.

 "과연, 재미있는 이야기야. 간부의 폭주를 막고, 그 부하의 생명과 덤으로 소중한 IS까지 건져온 공적. 훌륭해. 이번의 네 공은 간부회에 상주해서 충분한 상을 받게 될거야."

 따듯한 상사의 치하의 말에, 그러나 베가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상사에 대해, 다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버밀리온은 꼰 다리를 바꾸며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있잖니? 내가 잘 기억이 안나서 그러는데 하나 대답해주지 않겠어? 내가 너를 거기에 왜 보냈더라?
 "물론, '간부회의 동의하에 벌어지는 닥터 쿠즈노하 타마모의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서', 였죠."

 베가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거짓말을 했다. 상사의 질문에는 늦으면 안된다. 그녀는 어떠한 대답이든, 자신의 말에 대한 대답이 곧장 돌아오는것을 좋아하니까. 버밀리온의 밑에서 일하게 된 이후로, 뼈속까지 새긴 처세법이다.

 "응, 그랬었지. 그랫어. 나도 참, 벌써부터 기억력이 깜빡깜빡한다니까. 똑똑한 부하를 둬서 난 행복해."
 "칭찬의 말씀 감사합니다, 레이디."

 숙인 고개를 들지 않은채 역시 곧바로 대답하는 베가. 그런 베가의 태도와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버밀리온은 미소를 띄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폭탄을 던져왔다.

 "아, 그러고보니 그 문제의 Crazy Fox년 말인데. 네가 꽤 맘에 들었나봐. 나보고 널 주면 안되냐고 그러던데. 쿡쿡쿡...... 넌 어떻게 생각해?"

 베가는 일순 망설였다. 정말로, 한순간의 일이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어 대답하는데는 1초의 경과가 필요했다.

 "명하시는 대로, 레이디."
 "......정말? 그럼 내가 가라고 하면, 날 떠나서 가버릴꺼야?"
 "그것이 레이디가 원하시는 일이라면요. 하지만, 어디로 가더라도 제가 충성을 바치는 대상은 당신 한사람 뿐입니다."

 망국기업의 간부들 중에서도 유별나게 '독재자', '지배자'의 기질을 드러내며 폭군으로 군림하는 자신의 상관을 향해, 내심을 결코 들키지 않으리라고 다짐하면서 입에 발린 말을 하는 베가. 과연 그녀의 말을 얼마나 믿었을까. 확실한 것은, 레이디 버밀리온은 그녀의 대답에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불만을 표하지는 않았다는 것. 대신 손을 들어서 까딱까딱하면서 불렀다.

 베가가 무릎으로 기어서 버밀리온의 앞까지 다가가자, 버밀리온은 베가의 턱을 한손으로 잡아서 자신쪽으로 강하게 끌어당겼다. 베가는 순간 긴장했지만, 곧 그 긴장을 풀고 자신의 상관에게 자신의 몸을 맡겼다. 한참의 침묵동안, 둘은 시선을 마주했다.

 먼저 침묵을 깬건 버밀리온이었다.

 "베가. 아니, 노엘. 너는 나에게 거짓말을 하지는 않겠지?"
 "물론입니다. 자기 딸을 도구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아버지로부터, 저를 건져주시고 지금까지 키워주신 레이디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지금 이순간까지 변함이 없습니다."

 자크 뒤노아에 의해 망국기업에 팔려오다시피 한 그녀를 재미있어 하며 자신의 직속으로 거둔 것이 이 눈앞의 변덕스러운 상관이다. 물론 그 상관의 변덕에 휘말려서 몇번이나 죽을뻔한 적도 있지만, 은혜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 된다. 아버지와 비교해서 어느쪽이 더 지독하냐고 한다면, 비교하기가 곤란하겠지만.

 그렇기에 베가는 더더욱 태연하게 그런 말을 했고, 버밀리온은 그 말을 믿었는지, 턱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네 말을 믿겠어. 조만간 소속변경이 있을거야. 하지만 어디에 있더라도, 네가 진정으로 있을 곳은 내 곁 뿐이라는걸 명심하렴. 물러가도 좋아."
 "Yes My lady."

 베가는 일어서서 고개를 숙인채,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뒷걸음질로 방을 나섰다.

 소리나지않게 문을 닫고, 복도를 걸어 한참을 떨어진다. 주위에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고, 감시카메라의 감시범위에서도 사각인 것을 확인하고서야 베가는 벽에 몸을 기댄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아......"

 살해당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문답에서, 한번이라도 실수했다면 버밀리온은 자신을 그대로 처분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타마모를 죽이라는 명령을 어기고 역으로 죽을뻔한 그녀와 그 부하의 목숨을 살려서 데려왔으니까. 그 이상한 꼬맹이는 도중에 갑자기 사라졌지만, 어쨌든 망국기업의 아지트까지 두사람을 무사히 데려온 것은 기적과도 같았다. 그리고 본래라면 항명죄로 처분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자신을, 버밀리온은 손바닥을 뒤집어서 타마모에게 은혜를 입히려고 마음을 바꿔먹었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라면 최대한 유리한 쪽으로 결론을 낸다. 그렇기에 버밀리온이 마음을 바꾼것이겠지만, 그렇게 유도한 것은 베가 자신이다. 아니, 좀더 엄밀히 말하자면, 자신의 등 뒤에서 실을 당기고 있던 그 남자---

 [한가해보이는데. 예정대로 돌아가는 모양이야.]

 갑자기 머릿속 어딘가에 울려퍼지는 자신 이외의 누군가의 목소리에, 베가는 눈을 감고 익숙치않은 감각으로 대답을 송신했다.

 [이렇게 될걸 예상하고 있었던거야?]  
 [네가 말했던 네 상관의 성격을 계산해보면, 결과는 뻔하지.]
 [......무서운놈 같으니라고.]

 베가는, 아까 버밀리온의 앞에 있을때보다 더 공포를 느끼며 자신의 몸을 양팔로 끌어안았다. 하지만 부르르르 떨리는 몸의 충격은 좀처럼 가라앉을 줄을 몰랐다.

 [저 타마모는, 네놈에게 있어서 불구대천의 원수 같은거 아니었어? 그런데도 그런 연극을 해서까지 살려보낼 필요가 있었어?]
 [그자리에서 그년을 죽여버린다고 해도, 제대로 된 복수는 안돼. 게다가, 아직 '그사람'은 그 여우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까. 그걸 위해 널 그쪽에 보낸거야. ......잊지는 않았겠지?]
 [알고 있어. 그것도 네가 말한대로 돌아가고 있어. 조만간 나는 스콜 뮤젤의 파벌로 옮겨가게 될 모양이야.]
 [스콜 뮤젤...... 타마모를 주워왔다던 망국기업의 간부인가? 뭐, 좋아. 이후도 좋은 소식 부탁해. 이쪽은 그동안 네가 언제 빠져나와도 괜찮도록 자리를 준비하고 있을테니까.]
 [믿어도 되는거겠지?]
 
 베가의, 어딘가 절실한 목소리에 대한 대답은, 코웃음치는 듯한 소년의 목소리.

 [안믿으면, 무슨 방법이라도 있어? 이미 넌 돌이킬수 없는곳까지 발을 담궜어. 마지막 마침표를 찍을때까지는 계속 주변을 속이면서, 첩자노릇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마치 자신에게 선택권이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넌 그때 나를 찌른 그 순간 이 모든걸 결정한거야. 그게, 너에게 남아있던 마지막 선택이었고.]
 [네가 하라고 했잖아!]
 [했지. 하지만, 행동한건 너야.]
 [협박한 주제에!!!!!!]
 [그게 싫었다면, 아주 죽을만큼 깊게 찔렀어야지. 그래서, 이제와서 그걸 후회하는거야?]

 소년의 약올리는듯한 목소리에, 베가는 반대로 차분해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후회는 안해. ...네말대로, 결정하고 실행한건 나야. 그러니 마지막까지 어울려줘야겠어.]
 [좋은 각오야.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베가, 아니 노엘 뒤노아라고 불러야 하나?]
 [네놈에게 그 이름으로 불릴 이유는 없어, 마왕. 이젠, 그 이름으로 날 부를 사람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으니까.]
 [좋을대로 해. 뭐, 조만간 적당한 이름을 하나 붙여줄께. 그럼, 이만. 또 필요하면 연락하지.]

 그 말을 마지막으로 텔레파시는 끊겼다. 베가는 눈을 감고, 자신이 처한 상황과 '그 순간'을 회상했다.


 이치카의 동료들이, 죽어가는 타마모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고 하는 순간.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자신의 머릿속에 날아온 것은 오리무라 이치카의 사념을 통한 명령. 그것은 매우 단순한 몇마디였지만, 그 내용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베가에게 '자기 자신에게 기습으로 보이게 공격을 걸고, 타마모와 벤토를 회수하여 망국기업으로 돌아가라'는 명령이었다.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도저히 그것을 거역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결국 시키는대로 이치카의 옆구리에 집게발을 쑤셔넣고, 모두가 경악하는 틈을 타서 목표물을 데리고 도망쳤다. 그 이후 의식을 되찾은 이치카로부터 지시를 받고, 그대로 움직이면서 자신의 상사까지 속였다.

  목적은 단순명료했다. 망국기업에 심어진 스파이. 덤으로, 타마모의 감시와 벤토의 서포트. 여차하면 벤토를 망국기업에서 빼내면서 자기자신도 빠져나온다. 그것이 저 마왕, 오리무라 이치카의 계획.

 일견 무모하다고 밖에 볼수없는 비현실적인 계획. 그러나 그는 이미 한 나라의 대표후보생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자기편으로 삼은 전적이 있고, 그 뒤에는 세계 최강의 여자 '브륜힐트' 오리무라 치후유 와 세계 최흉의 과학자 시노노노 타바네가 있다.

 저정도의 배경을 가지고 있다면, 오리무라 이치카는 진심으로 망국기업을 쳐부수러 올 작정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정도의 힘을 그는 기르고 있는 것이다. 이미 어느정도 다룰 수 있는 IS의 숫자만 해도 이미 3세대나 그 이상으로 6대, 거기에 뭔지 모를 인형병기까지 추가 되어있고, 시노노노 타바네에 필적할만한 천재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그와는 별도로 무언가의 조직을 배후에 거느리고 있는 낌새까지 있다. 여기에 IS학원을 통째로 아군으로 붙이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망국기업에 필적할만한 거대한 세력으로 견주어도 무방하다. 그렇게까지 가지 않더라도 다른 누군가, 예를 들어 망국기업과 적대하고 있는 뒷세계의 거대조직인 팔스 하츠나 디바인 칠드런등과 손을 잡기라도 한다면 밸런스는 순식간에 기울게 된다.  오리무라 이치카에게 그런 것을 주저할만한 도덕성이나 결벽성이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필요하다면 그는 태연하게 살아있는 사람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정도의 일도 서슴지 않는 결단성과 잔인성을 가지고 있다.

 '이걸로, 괜찮은거겠지? 당신이 말한대로 저 마왕의 밑에 붙었으니까. ......천국은 포기해야겠네. 죽고나서 지옥에서 보자고, 아버지.'

 벤토는 다시 한번 한숨을 쉬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빨리 샤워를 하고 한숨 푹 자고싶을뿐이었다.



  "......너답지 않은 짓을 했군."

 이치카의 자백을 들은 치후유는,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한숨을 쉴 뿐이었다. 벼락이 떨어질 것을 각오한 이치카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치후유를 쳐다봤다. 그렇게 눈을 동그랗게 뜨는 동생에게 치후유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핀잔을 줄 뿐이다.

 "이미 저지른 짓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해도 소용없겠지. 네녀석이 하루이틀 그러는 것도 아니고. 내가 걱정하고 있는건, 눈앞에서 '죽여야할 적'을 그대로 보내주고도 네 몸이 괜찮은건가 하는 점뿐이다."
 "아아......"

 한번 자신에게 적의나 악의를 품은 자에 대해서는, 그 원인이 되는 대상의 완전 소멸에 의해서만 몸과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특유의 정신구조, '살의의 연쇄'. 그 대상중에서도 절대적인 복수심을 품고 있는 구룡요호를 자신의 손으로 살려보낸다는, 그에게 있어서는 있을 수 없는 행동. 게다가 그것을 위해 취한 수단은, 자기 자신을 공격하게 하는 것. 아무리 봐도 이치카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뿐이다. 그런 누나에 대해 이치카는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복잡한 미소로 대답했다.

 "응, 그거지. 나도 조금은 성장을 했다고 할까? 더 큰 적을 잡기 위해, 포석을 좀 깐거지. 기왕이면 일망타진하면 좋잖아?"
 "망국기업을 통째로 멸할셈이냐?"
 "그게 내 건전하고 무난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두사람 다 결코 언성을 높이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도, 두사람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긴장 같은것이 흐르고 있었다.

 "그것만은 아니겠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치후유의 추궁에, 이치카는 시치미를 뗐다. 하지만, 다음에 들려온  말에는 반응할 수 밖에 없었다.

 "쿠요우 치아키. 아니, 지금은 망국기업의 벤토, 라고 불러야 할까."
 
 치아키의 이름이 치후유의 입에서 나오자, 이치카는 눈에 보이게 당황했다. 잠시후 진정하고는 인상을 구기며 이치카가 말했다.

 "호키쨩에게 들은거야?"
 "정보 소스는 누구라도 상관없겠지. 중요한건, 네가 뭘 생각하는가, 다. 이치카, 너는 그녀를 어떻게 하고싶은거지?"

 치후유의 추궁에 이치카는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아무리 고개를 돌려도, 치후유의 눈으로부터는 도망갈 수 없다. 치후유는 묵묵히 이치카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치카는 쥐어짜내는듯한 목소리로, 답했다.

 "......모르겠어. 하지만, 어떻게든 해주고싶어."
 "그녀는 망국기업이다. 적이야. 게다가, 그녀가 정말로 '저쪽'에서의 네 누나였다고해도 그 자신에게 그 기억은 없어."
 "알아, 그런건! 하지만...... 지금의 그사람은 아무런 선택지도 없이 구룡요호에게 끌려다니고 있을 뿐이야! 최소한, 그사람에게 선택의 기회는 주고싶어. 어떤 위치에 설 건지. 적이 되든, 그렇지 않든, 최소한 자신의 의지로 결정하게 해주고싶어!"
 
 

 -그것은 이치카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현재 자신의 누나는 치후유뿐이다. 쿠요우 치아키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인물. 물론 그녀가 자신들쪽으로 와주면 기쁘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벤토로써의 자아를 가지고 있고, 자신의 장소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자기 맘대로 간섭해서 바꾸는 것이, 과연 얼마나 그녀를 위한 일이 되는 것일까?

 그렇기에, 이치카가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밑 준비뿐이다. 만에 하나 그녀가 이쪽으로 넘어오기로 마음을 바꾼다면, 언제라도 그녀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것. 그것을 위해 베가를 망국기업에 잠입시키고, 그것을 위해 철천지원수인 타마모도 살려서 보냈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이치카는 망설임없이 망국기업을 파멸시킬것이다.

 원래부터 망국기업과는 결판을 지을 생각이었다. 자신의 납치를 꾀했을때부터, 그건 이미 결정사항이다. 이제와서 이유가 하나 더해졌을뿐이다.

 그런 이치카의 결심을 보고, 치후유는 팔짱을 낀채 무표정하게 못을 박았다.

 "......만약 적이 되겠다고 결심한다면, 어떻게 할 셈인거냐?"
 "......그건, 그때 생각하겠어! 우선은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할거야!"

 자신의 적으로 돌아서는 모든 것을 용서하지 않는 이치카에게서 나왔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발언. 그에게 있어서, 쿠요우 치아키라는 존재가, 벤토라는 존재가 어떤 위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고뇌에 찬 말이었다. 치후유는 그렇게 괴로워하는 자신의 동생을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지만, 다행히도 이치카는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치후유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결국 치후유는 하고싶은 말을 삼킨채 무난한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알았다. 피곤할텐데, 이만 들어가봐라."
 "......미안, 치후유 누나."
 "사과할 건 없겠지. 네가 생각하고, 결정해서 행동에 옮긴거다. 다른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네 행동을 지지할거다."
 "치후유 누나......"

 이해받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치후유의 그 말에 이치카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릴만큼 감격했다. 그런 동생을 보며, 치후유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풀어지면서 이치카의 머리에 손을 얹어 가볍게 쓰다듬었다.

 "바보같이. 남자가 우는거 아냐."
 "울긴... 누가 운다고 그래...! 아하하...... 젠장, 눈에 뭐가 들어가서...... 안되겠다. 나, 먼저 들어가서 씻고 쉴께. 누나도 여름의 밤바람은 추우니까, 너무 늦게까지 나와있지마."
 "아아, 나도 곧 들어갈거다. 너야말로, 피로가 쌓였을텐데 일찍 자라."

 기쁨의 눈물을 채 숨기지 못한 이치카가 쑥스러워하며 얼굴을 가리고 여관으로 달아나듯이 뛰는 것을 보며, 치후유의 얼굴에는 살포시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 미소는, 이치카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짐과 동시에 사라졌다.

 "지금 무서운 얼굴 하고 있어, 후유쨩."
 "시끄러워. 가족끼리의 대화를 엿듣다니, 악취미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밖에 말 할 도리가 없는데, 레오나."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대답하는 치후유. 언제나 갑자기 불쑥불쑥 나타나는 이 오랜 친구의 등장법에 대해선 이미 내성이 붙어서 웬만해선 놀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서 들려온 목소리에는 깜짝놀랄수 밖에 없었다.

 "'우리집 남동생을 어디서 굴러먹다온 개뼈다귀에게 줄까보냐~~!'라는 표정하고 있어 치-쨩♡"
 "타, 타바네?! 어째서 네가?!"

 그럴리가 없다. 그 레오나와 타바네가 같이 나타날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을리가 없는 일이 지금 눈앞에서 일어났다. 기겁하여 돌아본 그곳에는 방긋방긋 웃는 타바네와, 면목없다는듯이 쓴웃음을 짓는 레오나가 함께 있었다.

 "어떻게 된거냐? 어째서 너희 둘이 함께....."
 "역시 그 반응, 치-쨩도 전부 다 알고 있었던거지?"

 타바네의 말에 치후유는 아뿔싸,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타바네는 치후유를 탓하려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치후유는 레오나에게 비난의 시선을 던졌다.

 "...어떻게 된거냐. 어째서 타바네가 기억을 되찾은거지?"
 "설명하자면 복잡한데, 일단 내가 한 짓은 아냐. 좀 사고가 있어서, 타바네는 스스로 기억을 떠올린거야."
 "하지만 그런일이 생겼더라도, 너라면 다시 타바네의 기억을 지웠을텐데. 그걸 가능하게 하는 힘이 너에게는 있잖아."
 
 치후유의 말에, 레오나는 눈을 감았다. 지금도 떠오르는, 그 순간이 머릿속에 다시 재생되었다.


 -오모카게섬에서 돌아오는 G캐롯의 안.

 모두들 전투의 피로와 부상, 그리고 긴장이 풀린 반동때문에 시체처럼 뻗어서 자고 있었다.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이는 조종하는 타바네 한명뿐.

 -삐빅.

 레이더에 나타난 IS 코어의 미약한 반응. 쿠로유리의 접근을 감지한 타바네는, G캐럿을 허공에 멈춘채 잠시 기다렸다. 수초후 나타난 레오나의 모습을 보고, 타바네는 입구를 열어 그녀를 맞아들였다.

 "어서와, 레-쨩. 어땠어?"
 "으응, 어떻게든 지구 규모의 대폭발만큼은 막았어. 그래도, 오모이데님 자체는 완전히 부서졌고, 그 공동도 파묻혔어. 아마 두번다시 이용당하는 일은 없을거야."
 "그렇구나... 응, 수고했어!"

 타바네는 까치발을 하면서 손을 뻗어, 자신보다도 키가 큰 사촌 언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레오나는 쑥스러워하면서도 그것을 거절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부끄럽긴 한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화제를 바꿨다.

 "애들은, 다 자?"
 "응, 피곤한가봐. 레-쨩도 같이 잘래? 여러가지로 피곤할텐데."
 "아, 나는 괜찮아. 타바네야말로, 갑자기 여러가지 기억을 떠올리게 되어서 힘들텐데. 조종은 내가 할테니까, 도착할때까지는 좀 쉬는게 어때?"
 
 레오나의 제안에 타바네는 순간 솔깃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좀처럼 넘어오지 않는 타바네를 향해, 레오나는 바닥에 앉아서 자신의 무릎을 가리키며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무릎베게 해줄까? 옛날엔 종종 낮잠잘때 이렇게 했잖아."
 "아하하, 레-쨩도. 그거 옛날 일이잖아."
 "역시, 기억하고 있어 그것도?"
 "응, 전부. 그럼 모처럼이니까, 실례하겠습니다~~~"

 타바네는 레오나의 무릎베게에 냉큼 달려들어서 머리를 기대고 눈을 붙였다. 상당히 피로가 쌓였던지, 타바네의 숨소리는 금방 고르게 변하며 잠에 빠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처럼 편안하게 잠들어있는 시노노노 타바네. 그런 그녀의 잠든 얼굴을 쳐다보는 레오나의 얼굴은 온화했다. 그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면서 옛날의 추억을 회상하기라도 하는 것일까. 그러나 그 표정은 점차 괴로워져가고있다.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손을 들어 한참을 망설이던 레오나는 마침내 결심한듯이 그 손을 타바네의 머리를 향해 가져갔다.

 그러나 앞으로 한치, 조금만 더 가면 되는 곳에서, 그 손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가 붙들고 있기라도 한듯이, 거기서 조금도 움직이질 못했다. 물론 그 손을 방해하는것은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었다.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레오나의 마음속의 갈등뿐.

 치켜든 손을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한참을 그러고 있던 레오나는 결국 그 손을 다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원래라면 망설일 것은 없었다. 그것이 가장 좋은 일일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도 그녀는 결국 결심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기억, 지우지 않는거야?"
 "타, 타바네...?! 깨어있었어?"
 "지우는 쪽이, 레-쨩에게 있어서 편한거잖아?"

 전부 꿰뚫어보고있었다. 그것을 알고, 그러면서도 타바네는 레오나가 자신의 기억에 다시 손을 대는 것을 묵인하려고 했다. 그 의미를 깨달은 레오나는, 순간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직 눈을 감은채인 타바네가, 말을 이었다.

 "나는 레-쨩이 뭘 하려고 하는지는 잘 몰라. 하지만, 그건 분명히 나나 치쨩, 잇군, 호키쨩에게 있어서 피해를 주는 일은 아닐거야. 그 부분에 있어서, 나는 레-쨩을 믿어."
 "타바네......"
 "...그러니까, 지워도 좋아. 기억. 그편이, 레-쨩에게 있어서 더 편한거잖아?"

 알아야 할 진실, 자신의 실태도 모두 잊은채, 자신만의 세계에 틀어박혀서 민폐나 끼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 대인관계가 극도로 나빠서 인간의 개체구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여자.

 타바네는 다시 한번 자신의 발로, 그런 우스꽝스러운 마리오네트의 역할을 맡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너는......"
 "괜찮아. 레-쨩이 이렇게 무사하다는 걸 알았으니까, 난 그것만으로도 만족해. 게다가 레-쨩은, 아직도 날 위해서 애써주고 있는 거잖아? 나, 그 사실을 안 것만으로도 기뻐. 그러니까, 됐어."
 "됐다니......"
 "믿고 있으니까. 치-쨩도, 레-쨩도, 나에게 있어서 둘도 없이 소중한 사람들이고, 그런 소중한 사람들이 날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걸. 거기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난 괜찮아."

 이토록 전폭적인 신뢰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보낸 적이 있었을까. 어쩌면 세계를 뒤집어 엎을지도 모르는 결정을, 지금 레오나는 하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것은 레오나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과연 자신이 이런 호의와 신뢰를 받아도 되는 것일까. 과연, 타바네의 신뢰에 자신은 보답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 보답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자신을 믿어주는 타바네에 대해서,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최대의 일이니까. 그것을 위해, '로어마스터'라는 이름을 걸고 지금까지 활동해온 것이니까.

 레오나는 다시 한번 오른손을 들었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고, 각오를 다진채 이번에야말로 타바네의 머리를 향해 손을 내렸다.


 "그래서, 결국 못했다고?"
 "면목없어. 다른 애들 기억은 전부 적절하게 손봐서서, 쿠로유리라던가 그런 결정적인 부분만큼은 수정했지만."
 
 레오나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푹 숙였고, 타바네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그런 레오나의 팔에 팔짱을 낀채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웃후후후~~ 레-쨩은 타바네씨에게 약하니까."
 "모처럼 기특한 소리를 하는가 했더니 그게 목적이었던거니?! 이 애는 정말......"
 "괜찮잖아~~~~ 모처럼 오랜만에 셋이 모였는데!"
 "큭... 나, 나이를 좀 생각해! 벌써 스물 넷이나 먹은 다 큰 처녀가 어린애처럼 매달려서 응석이나 부리고!"
 "그 응석에 못이기고 있는 너도 그다지 큰 소리 칠 입장은 아닌 것 같은데."
 "후, 후유쨩까지......"

 치후유의 칼날같은 말에 심장이 후벼파여진 레오나는 실제로 심장에 대못이 박힌것처럼 무릎이 풀썩 꺽일뻔했다. 물론 치후유에게 악의는 없었지만, 워낙 찔리는 구석이 많은 레오나에게는 실로 정문일침이었다. 결국 그런 레오나의 모습을 보면서 치후유도 딱딱한 표정을 풀고 웃어버렸고, 레오나도 거기에 이끌리듯이 웃음을 터트리며 세 소꿉친구는 즐거운듯이 함께 웃었다.


 "그래서, 결국 타바네에게 '계획'에 대해 다 설명해버린거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시 진지한 표정이 된 치후유. 그 말을 받아 레오나도 다시 몸을 일으키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최소한의 부분은 설명을 했어. 나머진 알아서 이 애가 이해하겠지."
 "정말, 엉망진창이라니까. 타바네씨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막나가는 계획은 안세울텐데."
 ""너에게만은 듣고싶지 않아!!""

 자기만은 정상인이라는 양 혼자 빠져나가려는 타바네에게, 치후유와 레오나가 동시에 구박했다. 10년전까지는 몇백번이나 반복되었던 구도였다. 타바네는 거의 본능적인 흐름에 따라 주저앉아서 머리를 껴안고 '잘못했어요~~~'라는 맥없는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물론 전혀 반성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그럼 타바네씨는 뭘 하면 돼? 지금처럼 삐에로를 연기하면서 세계의 시선을 끌고 있으면 되는거야?"
 "아아, 그래. 타바네는 표면에서, 레오나는 지금처럼 뒷면에서 녀석들을 뒤흔든다. 아무래도 이치카도 나름대로 망국기업을 분쇄해버리려고 뭔가 획책하고 있는모양이야. '동기야 어쨌든', 그걸 지원하는 형식으로 일을 일으키면 되겠지."
 "망국기업이라. ......괜찮아, 후유쨩? 역시 '그녀'를 신경쓰고 있는거 아냐?"
 "에? 그녀라니 누구?"
 "왜, 있었잖아. 그 검은 댕기머리의 네코마타(猫又:일본의 요괴로, 꼬리가 둘로 갈라진 고양이 요괴) 아가씨. '저쪽'세계에서는 나츠군, 그러니까 레이...군이었던가? 그의 누나의 표류체. 이름이 벤토라고 했던가?"
 "아아, 있었지 그런게."

 표류체, 라고 하는 것은 저쪽세계에서 황천회귀로 이쪽세계에 불려와, 이쪽 세계의 인간의 몸에 씌어서 융합되어버린 존재를 가리키는 단어로써 붙인 가칭. 즉 오리무라 이치카나 쿠즈노하 타마모 같은 이들을 말한다.

 그리고, 지금 레오나가 말하는 대상인 벤토 역시, 저쪽 세계에서 레이 챤의 누나였던 '쿠요우 치아키'의 표류체라는 사실이 플래너에 의해 밝혀졌다. 즉, 이치카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누나'의 위치에, 치후유 외의 인간이 올라서게 된 것이다.

 기본적으로 현재 이치카의 정신상태는 매우 불안정하다. 그런 그가 태연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오리무라 치후유라고 하는 누나, 즉 가족이 존재함으로써 그의 '일상'을 유지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자리는 본래라면 쿠요우 치아키가 위치하고 있던 것. 어떻게 보면 치후유는 치아키의 빈자리를 차지한 것이라고 볼 수 도 있다. 과연, 치아키가 원래의 자리로 복귀한다면 치후유는 어떻게 될 것인지. 그리고 이치카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이치카의 지금의 현상태를 보아할때, 치후유를 버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러나, '누나'의 자리에 두사람이 과연 동시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 그런 사태를 고려해보지 않을 수 없다. 치후유는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그 IF에 대한 자신의 결론을 내놓았다.

 "벤토가, 쿠요우 치아키로써의 자신을 인식하고 순순히 이쪽으로 넘어온다면 그건 인정할 수 밖에 없겠지. 하지만, 만약 그렇지 않고 그녀의 존재가 이치카를 괴롭게 만든다면...... 나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여자를 이 손으로 쳐부순다."
 
 
 그 의지는 너무나도 강고해서, 두사람에게 반박이나 야유의 여지조차 빼앗아버렸다. 타바네가 입을 연 것은, 정확하게 그 대답으로부터 5분이 경과한 뒤였다.

 "......치-쨩, 정말이야? 그런짓 했다간, 아무리 잇군이라도 치-쨩을 용서하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각오하고 있어. 아아, 그런건 알고 있어. 이것이 얼마나 비열하고 추한 마음인지, 나 자신도 알고 있어. 하지만......"

 치후유는 한번 말을 끊고 눈을 감았다.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마음속의 의사표명. 그것에는, 그정도의 용기가 필요했다. 다시 눈을 뜬 치후유에게, 더이상 망설임은 없었다.

 "이치카는 내 남동생이다. 그것을 뺴앗아가려는 자는, 누구라도 용납못해. 하물며 상처를 입히기라도 한다면...... 나는 모든 것을 걸고 그것을 쳐부순다."
 "물론, 우리들도 도울거야. 그렇지 타바네?"
 "물+론! 어디서 굴러먹다온 말뼈다귀인지 모를 그런 여자에게 잇군을 뺴앗길 수야 없지. 타바네씨도 치-쨩을 전력으로 응원할거야!"

 두 친구의 응원에 치후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했다.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너무나도 그녀들 다운 모습에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세상의 그 누가 비겁하다고 해도 상관없다. 자신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자기 자신을 위해, 그것을 위해서라면 오물을 뒤집어쓰고 진흙탕을 들이마시는 일이 있더라도 결코 멈추지 않는다. 10년전 치후유와 레오나가 결심했듯이, 이번에는 거기에 타바네가 새로이 끼었을 뿐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걸리면 되는거지, 레오나?"
 "당초의 계획으로는 '축제'까지는 순조롭게 간다면 1년정도 걸릴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번사건으로 발생한 변수를 고려해본다면 어쩌면 더 단축될지도. 반년도 안남았을지도."
 "'백귀야행제百鬼夜行際', 였지? 레-쨩에게 대충 설명은 들었어. 그럼 난 뭘 하면 돼?"
 "교섭용 카드가 필요해. 코어의 양산체계와, 즉시 쓸 수 있는  코어를 몇대 준비해줘."
 "그건 상관없지만, 누구랑 교섭하게? 미국에라도 가져갈거야?"
 "부자에게 동전 하나는 큰 돈이 아니지만, 가난한 사람에게 가방 한 가득 든 지폐다발은 목에서 손에 나올만큼 원하는 거겠지. 미국보다 가까운 나라가, 이 나라의 이웃에는 있으니까."

 치후유의 말에 레오나가 손뼉을 딱 치며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과연, 2대 브륜힐트 말이구나. 장 희명張熙明 중장中將이랬던가? 후유쨩은 그녀와 친했지?"
 "그럭저럭. 이전부터 연락은 취하고 있고, 이야기 해보면 알겠지만 말은 잘 통하는 상대야."
 "알았어. 그럼 그건은 후유쨩이 맡기로 하고. 그럼 이후 우리끼리의 연락은 어떻게? 적임이 없다면, 내가 사람을 보낼텐데."
 "레오나 너에게 부릴만한 사람이 있나? 그건 그것대로 놀라운 일인데."
 
 레오나의 제안에 치후유가 심술궃은 얼굴로 놀리듯이 말했다. 사실 언제나 정체를 감추고 다니는 그녀에게 있어서, 정체가 드러날지도 모르는 지인은 웬만해서는 족쇄에 불과하다. 게다가 레오나 그녀가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일 자체가 드물기도 하고. 보통은 실컷 이용하고나서 기억을 지워버리기가 일쑤다. 그런 부분을 지적하자 레오나는 얼굴을 붉히면서 항의했다.

 "나, 나라고 해서 신뢰하고 있는 아이 정도는 있다고. 정말, 너희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거니?"
 "......전형적인 흑막?"
 "얀데레주제에 실은 어딘가 얼빠진 언니??"

 친구들의 가차없는 솔직한 평가에 레오나는 저도 모르게 무릎에 힘이 빠지면서 꺽일것 같았다.

 "이런 애들을 친구라고 믿고 있는 나는......"
 "다 평소의 행실 탓이지. 어쨌든 연락이라면.... 그렇군. 적당한 인재가 있어. 그녀석을 중간 파이프로 쓰도록 하지."
 "OK. 일단 전용회선은 타바네씨가 설치해둘께. 그럼, 자세한건 나중에 봐 치-쨩, 레-쨩!"
 "응. 언제 한번, 느긋하게 이야기 할 시간을 만들께. 나도 이만 실례."


 "여기에 있었어, 호키쨩?"

 바다가 훤히 보이는 모래사장 위에, 긴 머리카락을 묶지도 않고 그대로 늘어트린채 무릎을 끌어안고 있는 소녀에게 다가간 이치카는 우롱차캔을 하나 건네며 옆에 앉았다. 호키는 캔을 받으며 이치카에게 말을 건넸다.

 "쉬지 않아도 되는거냐?"
 "뭐, 튼튼하신 몸이라서. 상처 자체야 벌써 다 나았고. 볼래?"
 "돼, 됐어!"

 옷을 걷어올려서 찔린 옆구리를 보이려는 이치카에게, 호키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때릴듯이 손을 들어올렸다. 이치카는 킬킬거리며 웃으면서 들어올린 옷자락을 다시 내리며 말했다.

 "바닷가 날씨는 꽤 추워. 그러다가 감기걸린다."
 "그러는 이치카야말로."

 두사람의 지금 옷차림은 여관에서 준비한 유카타차림. 바닷바람을 맞기에는 조금 가벼운 옷차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인사같은 말을 가볍게 교환하고나서, 둘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것을 먼저 깬. 것은, 시노노노 호키였다.

 "괜찮은거냐? 몸은."
 "응? 그러니까 다 나았다니......" "그쪽이 아니라! ......일부러 놓아준거잖아? 그 여우를."

 호키의 날카로운 지적에, 이치카는 표정을 바꾸지 않은채 대답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간단해. 나는 그 여우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베가와 벤토는 가까이에서 봤어. 네가 그 두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그 두사람이 널 어떻게 대하는지."
 "......그래서?"
 "우선 그 상황에서 베가가 널 찔렀다는 것 자체가 믿어지지 않는다. 그녀는 너에게 뭔지 모를 두려움을 품으면서 너에게 복종하고 있었어. 아마도 이치카가 우리들에게는 보여주지 않은, 뭔가를 보여준거겠지. 상당히 무서운 꼴을 당한 것 같았으니까. 적어도 그 FH라는 녀석들과 싸운 이후 재합류한 그녀의 모습은 명백하게 이상했다. 그런 녀석이, 기회가 왔다고 해서 그렇게 간단히 널 배신하고 저쪽으로 붙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하물며, 원래 없애려고 하던 적인 타마모 일행을 구하면서까지."
 "계속해봐."
 "두번째로, 온갖 적의와 살의를 즉시 눈치채는 너에게 기습공격같은게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이상해. 하물며 요인화되어있던 너라면 그런 공격따위 진즉에 눈치채고 피하거나 막았을테니까. 즉, 그 공격은 네가 사전에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허용한 공격이라는 것."
 "......세실리아도 그렇고, 내 주변엔 왜 이렇게 명탐정들이 많을까나. 그래서?"
 "내가 그 상황을 종합해서 내린 결론은 하나뿐이다. 이치카, 넌 일부러 베가를 배신하게 만들어서, 적에게 잠복시킨거다. 목적은 여러가지 있겠지만, 아마도 가장 중요한 목적은 그 벤토...... 아니, 쿠요우 치아키와 관련이 있겠지. 틀린가?"

 호키의 추론을 들은 이치카는 잠시 눈을 감더니, 그대로 몸을 무너트리면서 호키에게 머리를 맡겼다. 호키는 놀라는 기색도 없이, 이치카의 머리를 무릎으로 받아 그대로 무릎베개를 해줬다.

 "...치후유 누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어떻게 그렇게 남의 속을 들여다보듯이 아는걸까나. 나 그렇게 알기 쉬운 녀석이었나?"
 "치후유 언니에게도 들킨거냐. 한심하군."
 "용서없구나아------"

 호키의 허벅지에 얼굴을 묻은채 자조하면서 이치카가 흘린 말에, 호키는 부드럽게 웃으며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 머리을 쓰다듬었다.

 "......안물어봐?"
 "내가 알아야 할 일이라면, 이치카가 먼저 말해주겠지. 믿고 있다. '동지'잖아?"
 "---너, 치사해. 그래버리면 내가 말할 수 밖에 없잖아."
 "언제나 혼자서 뭐든지 정해버리는 독재 리더에게는 이정도가 적절해."
 "이렇게 말하면 저렇게 대답하고...... 언제부터 이렇게 달변이 된건지."
 "전부 네탓이다. 자신의 평소의 행실을 원망해라."

 시원시원하게 대답하는 호키의 태도에, 이치카는 못당하겠다는듯이 결국 한숨과 함께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호키에게는 도저히 이길 도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이치카는 대신 다른 말을 꺼냈다.

 "생일 축하, 늦어져서 미안."
 "......기억해주고 있었나?"
 "잊을리가 없잖아, 7월 7일. 정말이지, 세상에서 제일 정신사나운 생일파티였지."
 "그걸 생일파티라고 간단히 결정지어버리는 너의 센스를 한탄할 뿐이다. 명색이 생일축하라면서, 축하 선물 하나 준비 안하는 박정한 놈 같으니라고."
 "그럴리가 없잖아. 제대로 준비했다고?"

 몸을 일으키며, 자신의 유카타 품속에 손을 넣어 뭔가를 꺼내서 그것을 호키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두손으로 받은 호키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건...... 머리띠?"

 그것은 보통 시판용의 머리띠에 비해 상당히 긴, 총 0.5미터정도는 되어보이는 백색과 적색이 섞인 머리띠였다. 디자인 자체는 지금 호키가 하고 있는 진녹색의 것과 비슷했지만, 이렇게까지 긴 것은 없었다.

 "그냥 머리띠가 아냐. 봐, 뒷면에 글자가 새겨져있지?"

 이치카의 말에 따라 뒤집어보자, 거기에는 금색으로 글자가 수놓아져있었다. '시노노노 호키의 15세 생일을 축하하여. 오리무라 이치카로부터.'

 "이건, 이치카가 직접 새긴건가?"
 "고생 좀 했다고. 직접 손으로 하려니까. 어때, 마음에 들어?"
 
 웃고 있는 이치카의 얼굴을 보며 호키는 순수하게 감동했다. 호키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른채, 그 머리띠를 이치카에게 내밀며 말했다.

 "이치카. 괜찮다면, 직접 묶어주지 않겠나?"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호키는 이치카에게 등을 돌리고 머리카락을 내맡겼다. 이치카는 조심스러운 솜씨로, 호키의 머리카락을 익숙한 포니테일로 묶었다. 남아있는 양쪽 끝은 살짝 리본모양으로 만들어서 귓가에 장식하는 작업까지 끝나자, 호키는 뒤로 돌아보며 이치카를 향해 물었다.

 "어, 어때 이치카. 잘 어울리나?"

 어딘가 주저하는듯한 호키의 모습에, 이치카는 만면의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응, 아주 잘 어울려. 예쁘고."
 "...!! 바, 바보가! 그런 소릴 태연하게 하니까 믿을 수가 없는거야!"
 "예쁜걸 예쁘다고 했는데 그럼 뭘 어쩌라고."

 칭찬했는데도 바보라는 소리를 듣자 이치카는 뚱해졌고, 얼굴이 빨개진 호키는 뭔가 들고 이치카에게 징벌을 내릴만한 흉기를 찾았지만 공교롭게도 늘 가지고 다니는 검은 유카타 차림이라 휴대하지 않고 있었다. 우선 되는 대로 신발을 벗어서 이치카를 후려갈기려고 했지만, 이미 이치카는 저 멀리 도망가고 없었다.

 "폭력반대!"
 "그렇다면 폭력을 유발하지 말아야지! 거기서! 한대만 맞아!"
 "어째서야! 난 생일선물을 준것 뿐인데, 불공평해!"
 "세상은 원래 불공평한거야!" "꼭 타바네 누나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사람과 비교하지마!"

 밤의 해변가를 소리지르면서 쫓고 쫓기는 두사람. 보기에 따라서는 한폭의 그림과도 같은 청춘남녀의 풍경이라고 보지 못할 것도 없다. 그러나, 그들을 지켜보는 것은 밤하늘의 둥근 달 뿐이었다.

 7월7일. 칠석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P.S:드, 드디어... 드디어 최종화! 완! 결! 히얏호---
     꿈만 같습니다. 드디어 부서진 영혼, 어긋난 운명 1부 완결! 이예이---!!!


 ....라고 할줄 알았죠? 1부 완결이면 당연히 2부가 있는것. 그리고 2부가 예정되어있다면, 차회예고도 있어야 하겠죠!
 다음화는 에필로그 겸 차회예고 나갑니다. 그럼 많은 감상 바랍니다!

[인피니트 스트라토스] 부서진 영혼, 어긋난 운명 46화 by 아르니엘



부서진 영혼, 어긋난 운명 46화 



 "언니?!" "다들!?"

 호키와 이치카는 등을 맞대고 깜짝 놀라 소리쳤다. 갑자기 공동 안이 환하게 빛나더니, 한쪽에서는 라우라를 위시한 수색조가, 한쪽에서는 타바네를 선두로 한 일행이 허공에서 나타난 것이다. 다들 무사한 것을 확인한 것도 잠시, 너덜너덜해진 동료들의 모습에 아연해하는 이치카. 하지만 상황은 잠시라도 넋놓고 있는 것을 허락할만큼 만만하지 않았다.

 "친구들이 와서 마음이 놓였나요? 못쓰겠군요, 전투중인데." "큿, 중력장이라고?!" "그것만으로는 재미가 덜하니, 어디 이런건 어떤가요?"

 IS의 중력제어조차 힘으로 깔아뭉개는 중력의 결계로 백식과 아카츠바키를 결박한 쿄우카가, 두 기체의 주변에 냉기와 작열의 상반된 에너지 필드를 동시에 형성해서 공격했다. 제아무리 IS의 물리장갑이라도 이런 격심한 온도차를 이용한 공격에는 견디지 못하는지 기기긱 하는 소리를 내면서 기체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아카츠바키의 원오프 어빌리티 '현란무답'으로 에너지를 보충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절대방어라고 해도 무한대로 지속되지는 않는 법이다. 물론 가만히 당하고 있을리는 없고 이치카 역시 영락백야를 발동시켜 에너지 필드를 강제해제했지만, 그 짧은 시간동안 두사람이 받은 피해는 막대했다.

 "이치카!!! 호키 언니!" "제길, 내가 왜 저놈을...!"

 위기의 두사람을 구한 것은 가장 먼저 상황을 파악한 샤를로트와 베가였다. 비틀비틀하는 두사람을 각각 한명씩 낚아채며 쿄우카에게 아메야나기와 다연장 미사일 런쳐를 갈겨대는 두사람이었지만, 쿄우카는 전방에 에너지 필드를 만들어서 공격을 받아냈다. 목적이었던 호키와 이치카의 구출에는 성공했지만, 샤를로트와 베가의 입맛은 썼다.

 "IS의 공격을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받아내다니... 저게 플래너?"
 "소문으로는 모든 신드롬의 힘을 전부 쓸 수 있다던데, 사실이었나본데. 제길, 어떻게 괴물만 모였어!"
 "괴물? 그건 이 나도 포함해서 말하고 있는걸까?" "윽?!"

 파공음을 듣고 반사적으로 몸을 눕히는것과 동시에, 베가의 목이 있던 공간을 양단하면서 미처 피하지 못한 머리카락 몇가닥이 잘려나갔다. 쳐다보면 거의 쉔롱의 쌍천아월만한 크기의 청룡도를 한손으로 든채 이쪽을 보며 씨익 웃고 있는 타마모가 보였다. 베가는 이를 갈며 외쳤다.

 "아아, 괴물 이야기 하면 댁도 빼놓을수 없지!"
 "배신자 주제에 말이 많구나. 버밀리온 쉔지가 가만히 놔둘리가 없을텐데?"
 "네놈이 걱정할 일이 아니야! 그리고 누가 배신자야, 누가!" "말려들어가지마 얼간아! 흥분하면 기습당한다!" "!!!"

 귓가에서 소리치는 이치카의 말에 문득 정신을 차린 베가. 아니나 다를까, 명백하게 혀를 차는 타마모의 모습을 보아하니 좀전의 말은 격장지계였던 모양이다. 어쨌든 다른 일행이 있는 곳까지 샤를로트와 함께 후퇴하고 손에 든 짐을 내려놓았다.

 "이치카씨, 무사한가요?!" 
 "아, 세실리아. 그럭저럭 살아는 있는데... 솔직히 죽을거 같아. 죽어도 돼?"
 "당신이 죽음을 소재로 농담하는걸 봐서는 아직 100년은 더 살것 같네요."
 "솔직히 나보다 너희가 더 위태로워 보이는데. 대체 뭐랑 싸운거야? 열받은 치후유 누나에게라도 두들겨맞은 꼴을 하고 있잖아."
 
 어느 의미로 정곡을 찌르고 있는 이치카의 질문에, 세실리아는 머뭇거리며 고개를 돌려 타바네와 레오나를 쳐다봤다. 세실리아의 시선을 눈치챈 두사람이 보낸 손 신호는 '잇군(나츠군)에게는 비밀로'. 이 무서운 언니야들의 무언의 압박에 견딜 배짱은 세실리아에게 없었다. 결국 그녀가 내린 결론은 웃어서 얼버무리기.

 "오호호호호...... 재미있는 비유를 하시네요." "...대체 언제부터 눈빛만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된거야? 뭐, 자세한건 나중에 듣자."
 "(뜨끔)에, 에헴! 그것보다, 저기 있는 저사람은 대체......?"

 세실리아가 지적한 것은 타바네의 일격을 받아내고는 공중제비를 해서 이쪽으로 착지한 레이 챤. 이자리에 있는 이들중 대부분이 이치카의 변신한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기때문에 그 모습 자체가 낯설지는 않았지만, 이치카가 여기에 있는데 저기에 또 이치카의 다른 모습이 있는 것은 분명히 수수께끼. 그러나 이번에는 이치카가 시선을 호키와 레이에게 돌릴 차례였다. 돌아온 손짓 눈빛은 각각 '설명 귀찮아' '몰라 임마'.
 
 "신경쓰지마! 설명하면 길어져! 어쨋든 지금은 적이 아니야."
 "...자세한건 나중에 듣도록 하죠."

 그랬다. 지금은 긴 이야기를 할 여유가 없다. 실제로, 눈앞의 장애물은 아직 제대로 대미지도 못주고 있는 형편. 이쪽의 숫적으론 우세하지만, 과연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좋을지. 세실리아와 링, 카구야는 실질적으로 거의 한계에 도달했고, 라우라도 꽤 대미지가 있었다.

 반대로 샤를로트와 베가, 샤나, 키리카는 팔팔했다. 샤나는 현재 쓸 수 있는 최고의 병기인 무진광명포를 사용한 탓에 에너지가 조금 간당간당하지만 그것만 빼면 문제없음. 샤를로트와 베가, 키리카는 실질적으로 전투를 벌이지 않았으니 소모된 것이라곤 이동시에 사용한 에너지 정도뿐이다. 말도 안되는 치트 캐릭터 플래너와의 전투를 겪고 소모된 이치카 일행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전력으로 플래너를 쓰러트리고 오모이데님을 확보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워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불리한 상황과 상식을 뒤엎는 존재가 있었으니, 사람들은 그것을 '매드 사이언티스트'라고 불렀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기나긴 준비시간을 걸쳐, 드디어 정의와 사랑의 천재 미소녀 과학자! 시노노노 타바네 쨩 등장이야!"
 "...호오? 시노노노 타바네라. 이건 또 거창한 이름이 나셨는걸. 그럼 난 악과 배덕의 천재 미녀 과학자 라고 하면 되는건가?"
 "차마 그 나이 쳐먹고 미소녀라고 자칭할 배짱은 없나보지 쿠즈노하 타마모? 그리고 시노노노 타바네, 당신도 솔직히 소녀는 아니잖아." "시끄러워 이 너구리." 


 IS의 창조주이자 그 위명이 하늘을 가르고 땅을 뒤흔들며 현재 세상에서 가장 비싼 이름값을 가진 과학자, 물리공학계의 천재 '하얀 토끼' 시노노노 타바네.
 악덕과 광기의 사명감으로 인류를 멸하려는, 악의 조직 '망국기업'의 간부의 한명이자 의학자, 생명공학계의 천재 '구미호' 쿠즈노하 타마모.
 그리고 매드 사이언티스트 계의 떠오르는 샛별. 기계와 생물을 융합한 생명체를 창조하는 것에 도전하여 실천한, 전방면에 걸쳐 두각을 나타내는 '너구리' 휴가 아오이.

 정상적이라면 얼굴 맞댈일 없는 세계 최흉의 3인이 모이자, 그것만으로도 차원이 이그러지는것 같은 특수효과가 자연적으로 발동되었다(라고, 주변 관객으로 전락해버린 츠즈키 쿄우카는 훗날 증언했다). 세사람 사이에 스파크가 튀어보이는 것은, 반드시 착각만은 아닐 것이다.

 "훗훗훗, 이것저것 있어서 잠시 시간이 걸렸지만, 이 타바네씨가 온 이상은 모든 혼돈과 혼란은 일도양단! 명쾌하게 모든 일을 해결해내는 나야말로 초천재!"
 "그렇게 초 천재라서 아직까지 남자 하나 없으신걸까나? 요즘 일본인은 중학생때 벌써 처녀 버리는 애들도 많다던데. 스물 넷이나 되어서 남자 하나 없다니, 과학자로써는 어떨지 몰라도 여자로써는 글러먹었네."
 "이, 이이이익!!! 아줌마에게 듣고싶진 않아! 그렇지 히마와리쨩?"
 "아, 미안. 그 '중학생때 처녀 버린 애'인데 나도." "절망했어! 아무렇지도 않게 저런소릴 하다니, 제정신 박힌 순진무구하고 선량한 천재 과학자는 이제 지구상에 타바네씨밖에 남지 않은거야!" ""미친소리 작작 좀 해?! 당신이 제정신 박혔으면 난 성인군자다!""

 혼돈과 혼란을 일도양단하기는 커녕 혼돈과 혼란을 조장하러 나타난 타바네에게, 일시적으로 적과 아군의 경계를 넘어 합동 태클을 날리는 아오이와 타바네. 마음속으로 동의하면서도 차마 고개를 끄덕이지는 못하는 일행을 대표해, 이 광기와 혼돈의 공간에 용기있게 뛰어든 것은 타바네의 오랜 친구이자 이 자리에서 가장 이성적인 인물중 한명인 야소가미 레오나였다.

 "저기, 타바네. 더 이상 말해봤자 다들 정신이 달아날 뿐이니까 그쯤하자 응? 안그래도 시간 없잖아."
 "...핫!? 타바네씨 씩이나 되는 사람이 한순간의 감정에 휩쓸려서 목적을 잃어버리다니. 안되지 안돼."

 타바네는 고개를 휘휘 저으며 자신의 뺨을 탁탁 두들겨서 이성을 찾았다. 타마모는 노골적으로 혀를 차면서 아쉬워했다. 저건 확신범이다. 아오이는 관심없다는 듯이 머리에 단 너구리 귀 장식의 헤드셋을 건드리며 왼팔에 장착한 콘솔을 조작하고 있었다. 히무카이 샤나의 조정이라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레오나는 거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으므로 일단 무시.

 "그래서 타바네. 먼저 망국기업 쪽을 칠거야?"
 "아니, 그쪽은 나중. 제1목표는 이번 사건의 원흉, 제노스의 츠즈키 쿄우카! 저기서 '나는 상관없어요~'라는 얼굴을 하고 방관자인척 하고 있는 애의 엉덩이를 팡팡 두들겨서 내쫓아버리는거야!"
 "갑자기 불똥이 이쪽으로 튀어버렸군요. 곤란한데요......"
 "곤란하라고 한거야! 자 그럼 다들, 먼저 저 계집애부터..."
 "어이 기다려! 뭘 멋대로 정하는거야! 나는 저 빌어먹을 년부터 쳐죽이지 않으면 성이 안풀린다고!"

 타바네의 독주에 제동을 건 것은 다름 아닌 레이 챤이었다. 그녀의 입장에선 당연한 이야기다. 이치카와 일시적으로 손을 잡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타마모를 쓰러트리기 위한 수단. 갑자기 툭 튀어나온 타바네가 맘대로 지휘해대는 것이, 그녀의 입장에선 불쾌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넌 누구?"
 "크아악! 그런건 아무래도 좋잖아! 난 저 여우를 끝장내버리기 위해 일시적으로 손을 잡은것 뿐이야! 저년을 죽여버리는 것 외엔 관심없다고!"
 "타바네 누나, 그럼 나랑 호키랑 이녀석, 이렇게 세명만으로 타마모를 상대할께. 저쪽은 부탁해요. 나도 저 여자와는 끝장을 내야 하니까."
 "언니, 나도 부탁이야."
 "...부우, 잇군이랑 호키쨩이 모르는 여자애 편을 들고 있어. 알았어. 그럼 잠시만 기다려. 뚜루뚜뚜~~~"

 좋아하는 두사람이 자신에게 반대한다는 재미없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타바네는 승락하면서 콘솔을 조작했다. 의아해하는 세사람이었지만, 잠시후 자신의 몸과 IS에 일어난 변화를 깨닫고 경악했다.

 "대미지가 없어졌어?" "에너지도, 회복되었어......"
 "지금의 타바네씨라면 이정도쯤은 누워서 모나카 먹기보다 쉬운 일이야!" "누워서 떡먹기, 가 아니라?" "바보구나 레이 쨩은. 누워서 떡먹으면 체하잖아!"

 사뭇 세상의 진리라도 설파하는 듯한 얼굴의 타바네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하면서도, 레이는 일단 감사의 표시로 고개를 숙였다. 일방적으로 당한 몸의 대미지가 없어졌고, 거기에 이치카와 호키가 붙어준다면 그렇게까지 전력차가 일방적으로 날 리도 없다. 두사람의 전투력은 조금전의 싸움과, 이치카의 기억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저 타마모라고 해도 쓰러트릴 수 있다.

 그렇게 클레임도 해결되고, 뒤이어서 소모된 다른 일행의 대미지도 차례차례 회복되고 있는 사이에 타마모는 그것을 재미없다는 듯이 쳐다보며, 츠즈키 쿄우카를 노려봤다. '네가 쓸데없이 이녀석들을 끌고와서 일이 커졌다'고. 쿄우카의 대답은 그저 쓴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이는 것 뿐. 이 상황이 되어도 긴장은 커녕 전력을 낼 마음도 없는듯 하다. 이 안에서 사태를 가장 낙관시 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플래너 그녀인 것 같았다.

 '나참, 일이 묘하게 되었네. 예정에 없는 일들만 차례차례로 일어나고...... 하지만, 그것도 좋겠지. 마지막에 웃는건 나니까.' 



 -레이 챤 Side On- 



 갑자기 튀어나온 토끼 귀의 여자-시노노노 타바네가 멋대로 뭔가 일을 진행시켜갔다. 간섭당하는건 질색이지만, 오리무라 이치카와 시노노노 호키 덕분에 나는 구룡요호의 상대를 계속 할 수 있을 뿐더러 승률도 올라갔고 덤으로 입은 피해는 전부 회복.

 '대체 무슨 마법을 쓴건지.'

 그건가? 극도로 발달된 과학은 마법과 다를바가 없다고 하던데, 그런건가? 뭐, 원리는 몰라도 된다. 내가 쓰고 있는 요력-나노머신에 의한 초능력도 대략적인 매커니즘을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요는 도움이 된 다는 것. 레오나라는 여자가 다가와서 살짝 건드리자, 온몸에 쌓여있던 피로도 단숨에 날아갔다. 단순한 플라시보 효과, 는 아니겠지.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손 끝에 살짝 힘을 주어봤다.

 -챙!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손톱이 날카로워지면서 길게 튀어나왔다. 기본적인 격투무기인 강화손톱. 하지만 그 손톱을 통해 느껴지는 살점을 베어내는 감촉이 너무 기분나빠서 그다지 쓰지는 않았지만, 상대가 구룡요호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엉덩이 뒤쪽으로 난 6개의 꼬리를 움직여서 바닥을 한번 후려쳤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이 패이면서 작은 구덩이가 생겼다. 음, 준비 OK.

 "그럼, 가볼까."
 "뒤쳐지지마라. 그리고 하나 더, 너 리더 아니거든."
 "나도 네놈을 내 리더로 인정한 적 없어!"
 "둘다 그만해! 그렇게 싸움질이나 할거면, 내가 먼저 간다!"
 
 앗, 시노노노 이자식! IS로 이그니션 부스트를 걸다니, 치사하잖아! 맨몸으론 그 가속력에 따라가기 힘들다고! 오리무라 이치카! 네놈도 마찬가지야! 어딜 도망가!

 "으앗?! 너 임마, 못놔?!" "신경꺼!"
 
 나는 백식의 발목을 붙잡았다. 오리무라놈은 날 달고 가는게 마음에 들지 않는듯 했지만, 구룡요호의 목을 따는건 내 일이다. 네놈에게 양보하진 않아. 
  


 옆에서는 또 한바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이 세계 최강의 병기인 IS를 6대나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고 상대하다니, 플래너란 여자는 어쩌면 구룡요호 이상의 괴물일지도 모르겠다. 나와는 상관없지만. 저쪽은 저녀석들이 멋대로 해줄테니, 이쪽은 본론으로 들어가볼까!

 "천극패天極覇, 뇌봉침雷封針!"
 "양황패陽皇覇, 양의토멸兩儀討滅!"
 
 내가 내쏘는 번개의 침에 맞서서, 상대는 오화신염선을 휘두르며 동시에 꼬리를 뾰죽하게 세우더니 아까 플래너가 만들어낸 것 같은 양극의 에너지 필드를 허공에서 만들어내 막아냈다. 허공에서 내 뇌봉침이 에너지 필드를 뚫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좀처럼 뚫지를 못한다. 제길, 그사이에 못보던 기술이 더 늘어났다. 꼬리 자체는 늘어나지 않았을텐데... 머리도 천재면서 전투센스도 있고 거기에 응용력까지 뛰어난데다 방심까지 안하니 이건 1초를 살려둬도 더더욱 강해질 난적이다. 하지만,

 "귀찮은 일이 끝이 없구만! 하아아아아앗!!!!!"

 오리무라 이치카가 귀신수를 풀 전개해, 영락백야가 실린 와이어 드릴들이 사방으로 뚫고 지나가면서 에너지 필드를 소멸시켰다. IS의 실드를 포함한 온갖 에너지장를 닿기만 해도 날려버리는 사기 기술. 확실히 실체의 공격보다 에너지 공격이 많은 구룡요호를 상대로 이것보다 유용한 기술은 좀처럼 없다. 그러면서도 교묘하게 내 뇌봉침은 건드리지 않고 있다. 당연한 수순으로, 장애물이 없어진 뇌봉침은 그 기세를 살려 그대로 구룡요호에게 꽃혔고......

 "이런건 견제도 안돼. 센스가 많이 죽었잖아, 레이."

 그 두터운 꼬리로 탁 하고 쳐내는 적. 제길, 아무리 중간에 에너지 필드에 걸려서 약해졌다지만 이건 사기잖아! 게다가 반격까지 잊지 않고 해오니 미칠 노릇이다. 제길, 이건 못피하겠는데...!
 
 "합!"

 어느샌가, 내 앞에 나타난 시노노노 호키의 아카츠바키가 기합성과 함께 날아오던 플라즈마볼을 검으로 베어서 쪼개버렸다. 허공에 비산하는 플라즈마는 아카츠바키의 실드에 의해 나에게까진 피해가 오지 않았다. ...하지만 뭐랄까, 별로 재미없는 상황이다.

 "뭐하는거야! 부탁한 적 없어! 그런거 할 정신이 있으면 저녀석이나 보살펴주라고!"
 "얼간이가! 어째서 그렇게 혼자서 싸우려고 하는거냐! 지금 싸우고 있는건 너 하나만이 아니잖아! 좀더 동료를, 우리를 믿어봐!"

 내가 퉁명스럽게 내뱉은 말에, 시노노노는 어째서인지 진심으로 화를 내면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말이 어딘지 모르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동료? 누가? 내가? 착각하지마. 일시적으로 손을 잡은것 뿐이잖아! 혼자면 충분해! 나는 동료같은건 필요 없어!"
 "이 고집불통이!!!!"

 시노노노는 귀가 울릴정도로 호통을 쳤다. 하마터면 내가 양손으로 귀를 막을뻔 할정도로 우렁차게 울리는 목소리였다. ...도대체, 이녀석은 뭐에 그렇게 화를 내고 있는거지?

 "그렇게 언제까지고 '적'과 '그외'로만 사람을 나눌 셈이야 너는! 설령 잠시라고는 해도 함께 등을 맞대고 싸우는 이상, 그것은 동료라고밖에 부를 수가 없지 않나! 억지로 마음을 열라고는 하지 않겠어. 아직 그럴만한 시간을 함께 보낸 적은 없으니까. 하지만, 너에게도 함께 싸웠던 사람이 없진 않았을거잖아? 그사람의 대신이라고까지는 말하지 않겠지만, 최소한 함께 싸운다면 조금쯤은 남의 호의도 솔직하게 받아들여!"

 함께 싸웠던 녀석, 이라고? 나에게 그런건...

 -정말이지, 솔직하지 않구만 레이쨩은. 실은 나에게 반해있는 주제에. 낄낄낄...... 


 '...그렇지도 않나. 확실히, 그녀석이 있었지.' 


 아아, 그런가. 확실히, 그녀석이 있었다. 구룡요호와의 기나긴 싸움도중, 정말로 등을 맡기고 함께 싸울 수 있었던 유일한 남자. 언제나 욕망에 충실하고, 내 외모에 반해서는 '내 여자가 되어라'따위의 헛소리나 지껄이던, 그 남자가.

 마지막의 마지막에, '이 싸움에서 이겨서 살아남으면, 내 여자가 되는거다! 약속이야!'라고 멋대로 주장해놓고는, 정작 그 자신은 내 길을 열기 위해 쫓아오던 적들을 막아선 바보 같은 자식. 살아남았으면, 하는 희망은 헛된 것이라고 이해는 하고 있었고, 아마도 실제로도 죽었겠지만...... 그런가, 그녀석은, 내 '동료'였구나.

 확실히, 그녀석도 나에게 말했었지. '남의 호의는 솔직하게 받아들여'라고. ......그런 늑대에게 들을 소린 아니지만, 설마 이런 곳에서 전혀 다른 인간에게 똑같은 소릴 들을줄이야.

 "동료, 라."
 "그래. 우리는 너를 해치지 않아. 그리고 지금은 같은 뜻을 가진 동지이자, 동료다. 나나 이치카 뿐만이 아니야. 다른 이들도 똑같아."

 시노노노의 말을 듣고,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공중을 어지러이 날며 사이좋게 적을 공격하는 소녀들. 때로는 서로 보조하고, 보호받기도 하면서, 서로에 대해 필사적인 감정을 숨기려고 하지도 않는 그녀들.

 아아, 그런가. 확실히 나와 '그녀석'은, 저런 느낌이었다. 저런 정도의 거리감을 가지고, 시시한 농담을 하면서도 부담없이 등을 맞대고 서로 목숨을 맞길 수 있는 신뢰하는 관계.

 눈앞의 소녀는, 그러한 관계를 저 소녀들과, 그리고 오리무라 이치카와 맺고 있다는 걸까. 그리고 이번에는 그 손길을 나에게까지 뻗치고 있다는 걸까.

 지금도 구룡요호를 향해 맹공을 가하며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는 오리무라 이치카를 쳐다본다. 나와는 닮지도 않은, 그러나 나와 같은 근원을 가진 소년.

 -그런거냐. 너는 이미 완전히 다른 인물이 된거냐. 너는, '그런것이 가능할 정도'로 바뀌어버린거냐.

 다시 시선을 돌려, 이번에는 치아키 누나를 쳐다봤다. 망국기업의 벤토라는, 거짓의 이름과 거짓의 신분을 뒤집어 쓴 치아키 누나. 나를 쳐다보는 그 눈에는, 낯선것에 대한 공포와 혼란밖에 담겨있지 않았다. 품에 안고 있는 아이는 누구인지도 모르겠다. 설마 이 세계에서의 누나의 딸, 이라는건 아니겠지. 상관없다. 중요한건 내가 구해내려고 하는, 이 세계에서의 유일한 존재증명이자 삶의 목적인 누나조차도, 나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

 '뭐, 무리도 아닌가. 이 모습을 봐도, 누나는 아무것도 모르겠지.'

 이런 몸으로 개조된 건 누나가 죽은 뒤다. 즉, 그 뒤의 나에 대해서 누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건데, 대체 무슨 기대를 품고 있었던걸까 나는.
 어차피 지금의 나는 망념으로 움직이는 망령. 누구씨의 변덕때문에 이렇게 다시 생을 얻고 있다고는 하지만,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허깨비다. 그런 내가, 이 세계의 인간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오리무라 이치카에게 분노하는 것 자체가 단순한 화풀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결국, 나는 오리무라 이치카를 질투 하고 있었던거다. 나와는 다른, 나에게는 없는 것을 갖고 있는 또 하나의 나에게. 한심한 이야기다. 이래서야 '그녀석'에게 비웃음당해도 할말이 없다. 그녀석이 믿고 자신의 생명을 건 상대가, 이런 시시한 질투나 하는 놈이라니.

 "그것만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는 거겠지."

 아아, 그렇다. 그렇다면 내가 할일은 정해져있다. 그것만이 그녀석에게...... '스즈미야 아기토'에게 부끄럽지 않은 결론이다. 



 -레이 챤 Side Off- 



 "레이?"
 
 갑자기 혼잣말 같은 말을 중얼거린 레이에게, 호키는 의아해했다. 그러나 그러고 있을 시간은 그리 오래주어지지 않았다. 여기는 지금 전투를 벌이는 전장인 것이다.

 "여유있네 아가씨? 전투중에 상대에게 등을 보이고 말야!"
 "호키, 피해!!!" "!!"

 이치카의 절박한 외침. 그리고 하이퍼센서를 통해 전해오는 적의 공격은 28발의 플라즈마 샤워. 한발 한발이 이치카를 살해했던 그것과 동 위력이다. 아카츠바키의 에너지 실드라고 해도 한두발 정도면 모를까 이것의 1/4만 직격해도 틀림없이 죽는다. 그리고 순간가속으로 피하려고 했지만, 호키의 등 뒤에는 레이가 있다. 맨몸인 그가 이것을 직격당하면 틀림없이 죽을 것이다. 그리고, 한순간의 망설임을 틈타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은 다름 아닌 레이였다.

 "크... 으으으으으으윽! 양황패陽皇覇, 축융초래祝融招來!"

 양 팔을 얼굴 앞으로 가리면서 나노머신을 정해진 수식대로 변형시키는 키워드를 외침과 함께 눈앞에 만들어 것은, 직경 20m의 거대한 불꽃덩어리. 그것을 전면에 내던지면서 레이는 꼬리 하나를 이용해 호키의 다리를 감아 이치카쪽으로 냅다던졌다. 다음 순간, 동굴 전체를 뒤덮을만한 대폭발이 일어났다.

 -쿠콰콰콰콰콰쾅!!!!!!

 28발의 플라즈마볼이 화염구와 부딪히면서 무지막지한 연쇄 폭발을 일으켰고, 그 충격은 공동 안에 있던 모든 이에게 미쳤다. 그것은 타마모와 쿄우카조차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치카는, 그런 챤스를 놓치지 않았다.

 "지금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마 호키!!!"
 "아, 아아... 알았어!"

 갑작스럽게 내던져진 쇼크도, 폭발에 정면으로 말려든 레이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레이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들어준 기회를 놓치는 것은 그에 대한 모독이었다. 이치카는 레이의 모습으로 요인화 하면서, 장도의 형태로 돌아온 귀신수, 아니 유키히라 개형(雪片改形)을 양손으로 잡고, 호키 역시 카라와레와 아마츠키를 양손으로 나누어 잡고 각각 시선으로 아이콘택트를 하며 타마모의 양옆으로 원을 그리며 가속했다.

 "크윽... 약은 꾀를...... 이런걸로 당할거라고 생각해?!"
 "약은 꾀? 웃기지마. 이건...... 녀석의 생명을 건 공격이다! 누구보다도 네놈의 목을 자신의 손으로 따버리고싶은 그녀석이, 그 기회를 우리에게 양보해준거란 말이다! 그 목, 우리가 받아가겠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앗!!!!!!!!"

 더더욱 가해지는 가속. 타마모는 공격을 피하고 두사람이 충돌하도록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허공으로 뛰었지만, 그것이야말로 두사람의 노림수였다고는 눈치채지 못했다. 부딪히기 일보직전에 허공으로 방향을 틀어서 순간가속. PIC를 이용하고 있는 IS이기에 가능한, 그리고 서로의 호흡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실현될 수 있는 곡예비행이었다. 그리고 공중으로 날아올라서 채 자세를 잡기 전의 타마모를 향해, 두사람의 교차 참격이 스쳐갔다. 



 ""필살, 오구십자참吳鉤十字斬!!!!!"" 



 -오구검이라는 무기가 있다. 마주보며 대칭적으로 날이 휘어진 한쌍의 이 검은, 마치 가위처럼 상대를 절단하는 용도로 쓰이는 물건이다.
 그 오구검처럼, 한사람은 가속력을 살려 수직으로, 다른 한사람은 수평으로 베어서 상대를 네조각으로 만드는 합체 십자베기.
 실베리오 가스펠을 일격으로 침묵시켰던 기술이, 타마모의 몸을 네조각으로 베어냈다.

 옆에서는 타마모가 지휘하는 IS, 오버드 합동부대가 플래너에게 마지막 일격을 꽃아넣고 있었다. 슈바르체어 레겐의 정지결계와 레일캐논이, 이카루가의 마이후부키가, 샤나의 무진광명포가, 키리카의 머리카락들 뿜어내는 카마이타치가, 블루 티어즈의 BT병기들이 내뿜어내는 연속공격이, 쉔롱의 용포 연타가, 쿠로유리의 사복검이, 안타레스의 빔이, 타바네의 미사일이 150cm도 안되는 작은 소녀 한사람을 향해 쏟아부어졌다.

 "......인정할 수 밖에 없겠군요. 이번 플랜은 실패였다고. 감당할 수 없는 불안요소를 너무 끌어들였어요."

 쿄우카는 쓴 웃음을 지었다. 앞으로 조금만 시간을 끌었으면 성공했을텐데. 정말이지, 플래너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실태였다.

 "하지만, 이것으로 모든게 끝난건 아니니까요. 그럼 언젠가, 또 다시 뵙도록 하죠. 여러분. 그럼 그때까지, 잠시간의 이별입니다."

 다음순간, 그녀가 있던 장소에 일제공격이 쏟아졌다. 흔적조차 남기지 않겠다는 집요한 의지의 공격은, 그 동굴을 완전히 무너트릴정도의 폭발을 일으키면서 모든 것을 뒤덮는 섬광을 내뿜었다. 



 기나긴 밤을 끌었던 전투는, 드디어 그 긴 막을 내렸다. 



 P.S:...길었다! 드디어, 드디어 이번 오모카게섬 편의 막을 내리는 최종결전 끝났습니다! (옷을 벗어던지며 미친듯이 좋아한다)
     이제 남은건 전후처리겸 최종화겸 에필로그? 가 되겠죠.
     여기서 백식과 쉔롱이 세컨드 시프트를 하는 장면도 원래 구상에는 있었습니다만, 컷! 그런건 나중에 해도 돼! 어쨌든 지금은 끝!끝!끝! 놀자~~!!!!
 

@캐릭터 데이터 03:시노노노 샤를로트 by 아르니엘

이름:시노노노 샤를로트(구 성 뒤노아)
성별:여성

나이:15세


능력치(1점이 일반인 레벨. 5점이 최고 레벨. ☆은 0.5점)
맨손격투 ★★☆
무기격투 ★★★☆
사격 ★★★★☆
스피드 ★★☆
감각 ★★★
지구력 ★★★☆
반사신경 ★★★★★

특수능력 ★★★★ (래피드 스위치:초인적인 반사신경과 반응속도로 다양한 무기를 거의 노딜레이로 변환하여 소환하는 기술. 특수능력이라고 까지 할만한 것은 아니지만, 성명절기로 쓸수 있을 정도의 레벨은 된다.)



@IS데이터

이름:이카루가斑鳩

세대:4

소속:없음


무장

타카무라篁(대나무 피리):빔 레이피어. 그 자체로 격투용의 물리 블레이드로도 사용가능하고, 또한 발동시키면 칼날이 녹색의 빛을 발하며 에너지 칼날을 형성하여 위력을 높이고, 원거리에서는 빔을 발사하는 사격무기로도 쓸 수 있다.

아메야나기雨柳(비오는 날의 버드나무):양 어깨와 양 허벅지에 장착된 4연장 펄스 레이저포. 한발 한발은 다음 발상까지 약간의 타임랙이 있지만, 그것을 4문 번갈아 사격함으로써 메꾼 병기. 일격필살의 병기라기보다는 견제용의 사격병장이지만, 그래도 직격당하면 얕볼수 없는 위력을 자랑한다.

마이후부키舞吹雪(춤추는 눈보라):흉부 플레이트에서 발사되는 하전입자포. 이카루가 최대의 화력을 자랑하는 무기로, 전방 발사각 최대 150도의 넓은 범위를 커버하여 상대의 회피를 봉쇄하는 강력한 무장이다.


원 오프 어빌리티

거칠게 날뛰는 심장Vivid Heart:흉부 플레이트가 개방되며 분홍색 입자를 산포하면서 외부로부터의 간섭을 배제하며(해킹, 통신장해등) 병기의 출력과 하이퍼센서의 감도, 기체의 스피드등이 대폭으로 상승한다. 그외에도 수수께끼의 기능이 있는 것 같지만 아직 미확인. 다만, 발동중에는 계속해서 실드 에너지를 소모한다. 양날의 검이라는 점에서는 영락백야와도 일맥상통.




[인피니트 스트라토스] 부서진 영혼, 어긋난 운명 45화 by 아르니엘



 부서진 영혼, 어긋난 운명 45화


 [.......]

 백기사는 주변을 훑어봤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적'들을. 격전으로 인해 너덜너덜해지고, 적지 않은 부상도 입었지만, 적들은 누구 하나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는 커녕 점점더 기세등등하게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증오스러운 적이자, 백기사 자신의 자매기인 쿠로유리의 탑승자 야소가미 레오나만이라면 또 모른다. 자신에 비하면 한참 느린 속도로 날아다니면서, 방해전파와 레이더 착란을 걸어오는 흑발의 오버드 또한 자신의 적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청색과 적색의 두대의 IS. 그리고 거기에 타고 있는 소녀들은 어째서 그토록 집요하게 전투를 계속하는 것인가? 백기사는 알 수 없었다.

 푸른 IS, 블루 티어즈는 이미 주력무장인 BT병기 6장중 3장을 잃은 상태였다. 물론, 그 손에 들고 있는 '뇌신의 망치'와 '스타라이트 MK-3'은 여전히 강력한 위력을 가진 흉기로 몇번이나 백기사의 에너지 실드를 뚫고 타격을 가했지만, 그것이라고 해도 무한정으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한편의 붉은 IS, 쉔롱의 경우는 더 심하다. 하전입자포의 초정밀 사격으로 양 어깨에 달려있는 충격포의 포구는 이미 파괴되었다. 덤으로 파일럿의 어깨도 일시적으로 탈골되어 격투무기인 쌍천아월을 떨어트릴뻔하기도 했다. 주력무장을 모두 잃으면 그것으로 리타이어할 것이라고 백기사는 생각했지만, 그대로 벽에 전력으로 자신의 어깨를 들이받는 것으로 뼈를 다시 끼우고 참전한 사실은 백기사의 이해의 영역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째서인가요. 야소가미 레오나의 현혹술에 걸려있는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데. 무언가에 속아넘어간 걸까요? 그래요, 그런게 틀림없습니다. 아니면, '올바른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방해할 리가 없습니다.]

 "아까부터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저녀석은!"
 "글쎄요. 사실 그런건 아무래도 좋지 않나요? 사실관계의 탐색은, 나중에 당사자에게 듣기로 했으니까요. 지금 우리가 할일은, 이 미쳐버린 IS를 멈추고 빨리 이치카씨 일행에게 합류하는거예요."
 "말이 쉽지... '이펙트'를 써오는 IS라니, 이런건 상상조차 한 적이 없는데."
 
 몸에서 계속해서 나오는 정전기때문에 단정한 머리카락이 마구 바람에 어지러이 흩날리고 있는 카구야가 한숨을 쉬었다.

 본래 백기사의 무장이라고 하면 격투용의 근접블레이드와 장거리용의 하전입자포, 이 두개뿐. 그러나 지금 백기사가 쓰고 있는 무장은 그 이상이었다. '물질변성'의 신드롬, '모르페우스'의 이펙트로 허공에서 무수한 무기를 만들어서 미사일이든 폭탄이든 마구 뿌려대고 있었다. 뿐만이 아니라 이쪽의 물리실드에 접촉함과 동시에 양자변환을 걸어서 일시적으로 물리실드를 없애버리는, 터무니없는 기술을 구사해오는 백기사의 근접 블레이드는 IS에게 있어서 터무니없는 강적이었다.

 물론 양자변환되어서 사라졌다고 해도 완전히 없어진건 아니라 다시 불러내면 되지만, 타격을 입는 순간에는 사라지기때문에 그만큼 에너지 실드가 발동되어서 실드 에너지가 착실히 깎여나갔다.

 그렇다고 피하기가 쉽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사각따위는 없고, 한번 퍼부었따 하면 눈코뜰새없이 쏟아지는 연속공격은 대체 어느쪽이 숫적으로 우세한건지 구별할 수 없을정도의 압도적인 물량이었으니까.

 이 백기사에 그나마 정면으로 대항할 수 있었던 것은, 검은 배틀 드레스를 몸에 두르고 두자루의 편복검을 휘두르는 야소가미 레오나뿐이었다. 이펙트로 만들어낸 무기들은 그녀가 허공에 만들어내는 거울 같은것에 빨려들어가더니 역으로 백기사를 향해 날아가질 않나, 빔, 레이저 무기를 되받아치는 스네이크 소드는 어째서인지 양자변환공격에도 사라지지 않고 착실하게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조차도 상처가 없을 수는 없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확실한 이유는 레오나의 쿠로유리가 10년전 싸움 이후 계속 봉인되어서 한번도 개량, 개수를 받지 않은 반면, 백기사는 싸우고 있는 지금 이순간도 스스로 자신의 업데이트를 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동등한 기체였다고 해도, 이렇게 되면 기체의 스펙이 차이가 나게 된다. 하물며 아무리 우수한 파일럿이라도 사람의 두뇌-기체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다른 이들에 비해, 백기사는 그런 중간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강자끼리의 싸움에서는 그런 사소한 차이가 승패를 가르는 일도 드물지 않다.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변수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랩에 틀어박혀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시노노노 타바네뿐. 그러나 패닉에서 회복되었는가 하면 이쪽에는 전혀 눈길도 주지 않고 아까부터 뭘 하는지 알 수 없다. 백기사도 타바네에게는 일절 공격을 가하려고 하지 않는 점이, 일행에게는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래서는 끝이 나질 않아...! 레오나씨, 뭔가 좋은 수단 없어요!?"
 "결정타를 줄만한게 없어... 링 쨩의 용포가 부서진게 안타까운걸. 현재 최대 화력은 올코트 양의 '뇌신의 망치'려나? 카구야쨩은, 어때? 침식률, 슬슬 위험하지 않아?"
 "...슬슬 위험하네요. 철저하게 관리를 했는데도 침식률 120%는 넘은거같아요."
 "정말? 펑펑 써댄것 치고는 꽤나 안정되어있잖아. 마지막으로 큰거 한방 정도는 날릴수 있겠네?"

 지금도 날아오는 하전입자포를 피하면서 레오나가 생각이 있는듯한 미소를 띄웠다. 그 미소에 이끌리듯이, 연달아 피하느라 숨을 가쁘게 쉬면서도 미소를 지으며 세실리아가 말했다.

 "방법이 있는거죠?"
 "없는건 아니야. 다만, 정말로 모두의 힘을 한번에 합쳐서 한번에 승부를 봐야하니까, 그부분이 좀 마음에 걸리는걸까나. 올코트 양, 그 번개포, 앞으로 몇발 쏠 수 있어?" "3발정도? 하지만 최대화력이라면 2발로 압축되겠죠. 그리고, 세실리아로 충분해요!"
 "어머, 고마워. 링 쨩은, 실드 에너지 잔량 얼마?" "하전입자포 한발, 비스듬하게 먹으면 간신히 받아낼 수 있을 정도? 물리실드도 한계고."
 "카구야 쨩." "현자의 돌. 언제라도 준비 완료입니다." 

 카구야는 자신의 가슴께에 박혀있는 녹색의 보석 아뮬렛을 보며 대답했다. 고농축 레니게이드가 광물에 녹아들어 생긴 결정체, 현자의 돌Renegade crystal. 그 강대한 힘은 접촉한 이들을 파멸로 이끄며, 그것을 견뎌낼 수 있는 '적합자'만이 그 힘을 이끌어내어, 한순간에 폭발적으로 향상시키는 은혜를 입을 수 있다. 그 구조나 매커니즘에 대해서는 IS코어만큼이나 수수께끼에 쌓여있는 물건으로, 팔스 하츠나 UGN의 과학자들은 IS코어가 이 '현자의 돌'과 뭔가 관계가 있는게 아닐까 하고 의심한 적도 있었다. 카구야는 과거 어떠한 사건을 통해 현자의 돌이 몸에 박혀서 '적합자'가 되었고, 레오나는 지금 그 돌의 힘을 이끌어내서 최후의 일격을 가할 것을 계산하고 있었다.

 "내가 백기사의 발을 붙잡을께. 링 쨩, 함께 해줄수 있지?"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건 그정도 밖에 없을 것 같네."
 
 링이 고개를 끄덕이고, 카구야는 세실리아에게 다가가 그녀의 스타라이트 MK-3에 한손을 얹었다.

 "뇌신의 망치의 공격에, 현자의 돌로 부스트를 건 전격으로 증폭시킨 일격으로 결정짓는다. 이 작전으로 가는거, 틀리지 않겠죠?"
 "이해가 빠른 아이는 좋아해. 그럼, 어디 가볼까? 저쪽도 기다려주진 않을 것 같으니까!"

 말을 끝냄과 동시에 사방팔방으로 흩어지는 일행. 그런 그녀들이 있던 장소에, 대구경의 하전입자포의 포격이 지나갔다.

 [언제까지 무의미한 짓을 계속할 생각입니까? 당신들의 전력으로 나를 쓰러트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과정을 통해 충분히 깨달았을텐데요.]
 "그건 네 생각이고, 우리 생각이 아니라고!"

 링이 말을 받으며 쌍천아월을 분리하면서 돌격했다. 그리고 그중 하나를 든 팔을 뒤로 젖히더니, 있는 힘껏 내던졌다. 그러나 백기사는 피하기는 커녕, 손에 든 검으로 한번쳐서 쌍천아월을 양자변환하여 강제수납시켜버렸다. 그러나 그 짧은사이에, 단숨에 백기사의 머리꼭대기 위에 공간이동한 레오나의 양손에 쥐어진 사복검이 백식을 향해 내뻗었다.

 "'탐욕스러운 턱'을 벌린 '굶주린 그림자'를 거느리고, '배교자의 왕'은 '산멸散滅의 팔'을 휘둘러 적을 친다!"
 [흥, 이제와서 한다는게 고작... 뭐, 뭐냐 이건...!!?]

 그 기습적인 공격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대단한 대미지는 아니라고 판단하며 한손의 검으로 받아친 백기사. 그러나 자신의 검에 두개의 사복검이 감긴 순간, 백기사는 경악을 금치못했다.

 지금 자신을 여기에 있게 하는 것은, 현재의 허상의 육체위에 레니게이드 바이러스를 감염시켜서 독립된 개체로 존재하게 했기 떄문이다. 본래 인간에효과를 발휘한다고 여겨졌던 레니게이드 바이러스였으나, 극히 일부의 경우 광물등에도 스며들어 특이한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가 나타났다. 카구야가 가지고 있는 현자의 돌이 그렇고, 이 섬에서 현재 모든 이변을 일으키고 있는 주범, '오모이데님'또한 그렇다. 의지가 없는 전자를 EX레니게이드, 독립된 의지를 가지고 있는 후자를 레니게이드 비잉이라 하며, 즉 지금의 백기사는 오모이데님과 마찬가지의 레니게이드 비잉의 상태. 그러나 지금의 레오나의 공격은, 자신기 자신을 구성하는 핵 중의 하나인 레니게이드 바이러스를 자신의 몸밖으로 모조리 쫓아내고 있었다.

 "본래 플래너에게 쓰기 위해 아껴둔 기술이지만...... 여기서 너를 쓰러트리기 위해서라면 아깝지 않아. '배교자추방Vanish Renegade'!"
 [바보같은, 이런 일이, 가능 할리가...... 레니게이드 바이러스에 의한 혜택인 오버드가, 레니게이드 바이러스에 적대한다고? 이런 능력, 있을리가 없어!]
 
 말하는 사이에도 점점 백기사의 몸에서 레니게이드 바이러스가 방출되고 있었다. 저항하려고 해도 갑작스러운 탈력에 몸이 무거워서 떨쳐낼 수도 없다. 기본 장비 외에 자신을 강화하기 위해 물질변성으로 만들었던 추가장갑들도 어느샌가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이건......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지식에도 이런건 없었어!]
 "그렇지도 않을텐데? 이것과 똑같은 사건이, 3년전 여기에서 스케일만 다르게 벌어졌다는 걸, 너도 알고 있잖아?"
 
 전신의 힘을 쏟아부으면서도, 레오나는 힘겹게, 그러나 억지로 여유를 뽐내며 웃어보였다. 그 얼굴에 하전입자포를 겨누고 발사하는 백기사. 그러나 어느새 쌍천아월을 재소환하여 하나로 합친 링이 날아와서, 하전입자포를 든 팔을 통째로 베어서 떨어트렸다.

 "즐기고 있는데 미안하지만, 날 잊으면 곤란해!"
 "어머, 잊은적 없어. 나이스 어시스트, 링 쨩."
 "나중에 한턱 내라구요!"

 하전입자포를 든 왼팔은 링에게 잘리고, 검을 든 오른팔은 두자루의 사복검에 칭칭감겨서 움직일 수 없다. 저항하려해도 출력이 떨어져 버둥대기도 힘든 백기사의 센서에 감지된 것은, 남은 2명의 적-세실리아와 카구야였다.

 "토르 해머, 오버 챠지 300%!"
 "언제라도 준비 OK입니다, 세실리아 올코트."
 "예에, 그럼 갑니다! 록온 완료! 오차범위, 0.0023%!"
 
 지금 당장이라도 부서질것같은 포신을 양손으로 억누르며, 3발분의 에너지를 전부 이 한발의 발사에 쏘아붓기위해 충전한 세실리아. 그 총신 위에 손을 얹고, 자신에게 남아있는 모든 힘을 가슴에 박힌 현자의 돌을 통해 증폭하는 카구야.

 총신 전체에 스파크가 튀었다. 그러나 세실리아는 결코 조준에서 눈을 뗴지 않았다. 창궁의 저격수, 세실리아 올코트의 혼신의 일격. 결코 빗나가는것이 용서되지 않는 이 저격에, 그녀는 숨조차 쉬지 않고 모든 것을 걸었다.
 
 바로 옆에서 카구야가 준비 완료의 신호를 보내는 것을 신호로 그녀는 방아쇠를 당겼다.

 "이것이 저의 결정타! 꿰뚫어라, 성층권까지Piecing Stratos!"

 스타라이트 MK-3의 포구에서 발사되는 테슬라 캐논의 청백색. 거기에 카구야가 실어준 새하얀 뇌광이 더해지며, 하늘조차 집어삼킬듯한 거대한 벽력이 되어 지상에서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이해불능. 이해불능. 이런 사태가 발생할 경우의 수는 만에 하나라도 없었다. ......변수탐색. 변수탐색. 변수는......]

 이미 인간다운 감정이 실려있지 않은 기계적인 목소리와 말투로 혼잣말을 해대는 백기사. 그런 그녀의 카메라 아이가 갑자기 확 하고 커졌다. 인간이라면 눈동자가 갑자기 커지는 그런 느낌으로 변화를 보이며, 지금도 자신을 포박하고 있는 원수를 쳐다보며 백기사가 외쳤다.

 [데이터 내에서 변수발견! 변수 발견! 설마...... 우로보로스 신드롬... 그렇다면, 당신은 설마, 윤회의 짐승Ars regnum...!]
 "그 데이터는 플래너에게 받은 모양이네. 하지만, 그 정보를 퍼트릴 생각은 없어. ...사라질 때야. 나의 죄."
 [불가능. 현존하는 아르스 레그넘의 개체는 이미 별도로 존재. 당신이 그것일 리가.......]

 경악하는 백기사. 그러나 그녀는 마지막까지 말을 마칠 수 없었다. 세실리아와 카구야가 혼신의 힘을 쏟아부은 청백색 벽력이 그녀를 뒤덮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백기사는 마지막까지 목소리를 짜내어서 자기 주장을 이으려 했다.

 [나, 는, 창조주를, 지키기, 고싶었을......]
 "......타바네는 내가 지킬거야. 그러니까, 이만 쉬렴. ...지금까지 수고했어."

 백기사의 카메라 아이가 마지막으로 포착한 것은 레오나의 얼굴이었다. 오랜 적이 소멸하려고 하고 있는데도, 기뻐하거나 비웃기는 커녕 어딘가 슬퍼보이는 표정. 백기사는 무언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그녀에게 그러한 여유는 결국 주어지지 않았다. 

 -AM11:48분, 백기사 토멸. 


 전투를 마친 세실리아 일행은 우선 자신들의 상태를 체크했다. 빈말로도 양호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실드 에너지는 세자리를 유지하는 이도 없고, 링은 용포를 모두 잃었으며 세실리아도 마지막의 공격의 과출력때문에 주력무장인 스타라이트 MK-3을 망실한 상태였다. 통상의 3배의 에너지를 한방에 쏟아부었으니, 총신이 무사하다면 그쪽이 이상하다. 그러고도 공격은 명중했다는 점이 세실리아의 대단한 점이지만. 카구야도 한꺼번에 방대한 힘을 쏟아부은 탓인지 얼굴색이 나빴다.

 "다들, 괜찮지...는 않은 모양이네."

 그나마 가장 대미지가 적은 레오나가 상황을 파악하며 돌아봤다. 소녀들은 엉망진창이 된 얼굴로, 그래도 쓴 웃음을 지으며 밝게 웃었다.

 "뭐, 죽은 것도 아니고."
 "백기사 상대로 이정도로 이긴 거면, 양호한 편이겠죠."
 "IS와 레니게이드 바이러스의 융합체라니, 악몽밖에 아니네요. ...아무도 믿어주지 않겠지만."

 백기사 사건이라는 '전설'을 만든 당사자와 싸운 것이다. 비록 다수로 덤볐다고 해도 싸워서 이겼다는 사실은 충분히 가슴을 펴고 자랑해도 될 것이다. 그러나 그녀들은 곧 진지한 얼굴로 돌아왔다.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닌 것이다.

 "샤를씨 일행을 구출하러 간 라우라 일행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무사하면 좋을텐데."
 "히마와리가 붙어있으니까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해결될거야. 그 여자, 패밀리 중에서도 제일 무서운 애니까. 만화라던가 보면 '이런 일도 있을까 하고'하면서 늘 필요한걸 꺼내는 박사 캐릭터 있잖아? 그녀석 딱 그거."
 "......현실에 진짜로 있긴 있는 거군요? 그런 캐릭터가."

 카구야가 어딘지 뒷걸음질 치는 느낌으로 꺼려했다. 그야 정말로 그런게 눈앞에 있다면 무섭겠지.

 "아니, 그러고보면 저기에도 그런 느낌의 사람이 한명 있죠."
 "그러고보니, 시노노노 박사님...... 무사하신걸까요?"
 "타바네씨라면 괜찮아."

 어느샌가 G캐롯을 조작해, 일행이 있는 고도까지 올라온 타바네가 말에 끼어들었다. 깜짝 놀란 다른 이들을 제치고 먼저 말을 건 것은 역시 레오나였다.

 "괜찮아? 다친곳은....." "레-쨩 바보! 어째서 그런 짓을 하는거야!"

 다짜고짜 큰 소리를 지르는 타바네에게 모두가 어안이벙벙해하는 사이에, 타바네는 울먹이면서 레오나에게 소리쳤다.

 "어째서 그런거야! 레-쨩은 피해자인데! 그런데 어째서!"
 "타바네쨩, 진정해. 난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아무렇지도 않을리가 없잖아! 10년이나 내 앞에서 모습을 감추고...... 대체 어디에 가 있었던거야! 바보! 날 아무것도 모르는 피에로로 만들어놓고, 혼자서 뭐든지 다 책임지려고 하고, 바보 아냐!? 언제나 언니라고 내려다보기만 하고!"
 "타, 타바네쨩......"

 하는 말이 엉망진창이다. 그것도 눈물 반, 콧물 반 섞여서 알아듣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갑자기 기억이 돌아온 타바네의 상태를 생각하면 오히려 양호한 편이다. 패닉을 일으켜 히스테리를 마구 뿌리며 미쳐날뛰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소녀들은 두사람의 대화내용에 엄청나게 관심이 있었지만, 자신들이 낄 장면이 아니라고 생각한 세실리아에 의해 조금 떨어져있었다.

 ...사실 이미 들어버린 것만해도 세계가 뒤집힐만한 내용이긴 했지만.

 "결코 타바네쨩을 내려다 본건 아니야. 알잖아, 내가 얼마나 타바네쨩을 생각하는지......" "그래서 내가 걱정조차 못하게 기억을 지워버린거야?! 내 잘못으로 일어난 일인데, 내가 책임도 못지게 하려고!"
 
 타바네는 분개하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다. 그 사건 이후 자신이 얼마나 부서져있었는지. 레오나를 찌르고, 전 세계 만방에 '나 여기에 있도다'하고 자랑스럽게 나돌아다니고 돌아온 백기사를, 두마디 말을 하지 않고 그자리에서 완전히 포맷해버린 것을. 안에 수납된채 휘둘리고 있었던 치후유는 상당히 쇠약해있었지만 다행히 큰 상처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백기사를 용서할 생각은 없었지만.

 자신을 위해서, 라고 하면서,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두사람을 빼앗아갈뻔한 백기사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것을 만들어버린 자신은, 틀림없이 이 사건의 제1책임자다. 세상은 백기사가 저지른 짓때문에 시끌벅적했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다만 두사람을 하마터면 영원히 잃어버릴뻔한 충격으로 며칠이나 자신의 방에 틀어박힌채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멍하니 있었다.

 부모도, 호키도, 이치카도, 건강을 되찾은 치후유와 레니게이드의 강인한 생명력으로 구사일생한 레오나도 몇번이나 자기를 찾아왔다. 그러나 만나고싶지 않았다. 만날 면목이 없었다. 뭐가 천재냐고, 지금까지의 자신을 죽고싶을만큼 비웃으며 타인과의 접촉을 거부했을뿐.

 그렇게 죄책감으로 자신을 해하고 있는 타바네의 모습을 보며 레오나가 특단의 조치를 결심한 것은 그때였다. 한번 트라우마로 박혀버린 이 기억을 제거하지 않는 이상 타바네는 이대로 쇠약해져서 스스로를 죽일 것이라고 판단한 그녀는, 사랑하는 사촌동생이자 친구를 구하기 위해 백기사 사건과 관련된 모든 기억을 수정하기로 했다. 다행히도 사건의 전모를 아는 이는 이미 사라진 백기사를 제외하면 당사자인 타바네와 치후유, 레오나 셋뿐. 레오나는 치후유에게 모든 것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후, 타바네의 기억에 손을 댔다. 온갖 약물을 체내에서 생성하여 사람의 감정, 기억등을 조작하는 '솔라리스' 신드롬의 오버드인 레오나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문제는, '천재'라고 불릴만큼의 두뇌를 가진 타바네의 기억을 수정하는 일이 생각보다 난관이었다는 것. 조금이라도 앞뒤 사건의 연결에 논리적 허점이 있다면, 분명히 타바네는 그 모순에 눈치채고 언젠가 모든 것을 기억해낼지도 모른다. 당초에는 백기사 사건에 관련된 부분만 수정할 생각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떻게 해도 타바네를 속일 수 없다. 결국 레오나는, 문제의 시발점이었던 자기 자신의 존재 자체를 타바네에게서 완전히 지워버리기로 했다. 


 타바네에게 사촌 자매따위는 없고, IS의 개발은 타바네 혼자서 이룩한 것. 백기사 사건은 자신이 만든 IS를 무시한 세상에 대해 보여주기 위해 저지른 퍼포먼스. 


 온갖 가짜 기억을 넣고, 그것의 정합성을 일일히 확인하는 일은 하루이틀로는 끝나지 않았다. 그래도 레오나는 포기하지 않고 그 작업을 지속해서 마침내 모든 기억을 수정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자신이라는 존재가 있었다는 흔적이 남아있다면, 타바네는 그 모순에 분명히 눈치챈다. 레오나는 철두철미하게, 자신의 출생기록을 비롯한 모든 기록과, 주변 모든 사람의 기억에 손댔다. 시노노노 레오나라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었다는 사람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이제 세상에서 유일하게, 이 모든 일의 공범자인 오리무라 치후유뿐.

 "치쨩도 치쨩이야! 어째서 한마디도...... 한마디도 안해준거야!"
 "후유쨩에게는 내가 부탁한거야, 그녀를 원망하지는 마."
 "원망하진 않지만, 그렇지만......!"

 부루퉁해져서 시선을 돌리는 타바네. 레오나는 그런 타바네를 곤란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다가, 조용히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안, 멋대로 그런짓 해서. 사과할테니까, 용서해줘."
 "싫어, 절대로 용서 안할거야."
 "곤란하네...... 미움받기 싫어서 모습을 감추고 있었는데."
 "......그런것보다!"

 씁쓸한 웃음을 띄는 레오나를 보며 당황한 타바네가 눈물 자국을 황급히 닦으며 삿대질을 했다.

 "아직 잇군이랑 호키쨩이 위험하잖아! 여기서 이러고 있을때가 아냐!"
 "아, 그러고보니..." "그러고보니, 라니! 레-쨩 너무해! 호키쨩 같은거 아무래도 좋다는거야?!"
 "그, 그럴리가 없잖아! 네 입에서 남을 걱정하는 말이 나오는 거 자체가 신기해서 그런거야!"
 
 정말이지 그 말대로지만, 그런 말을 듣는다고 '예 그렇습니까'하고 수긍할 타바네도 아니다. 어쨌든 눈물을 닦고 기분을 갈아끼운 타바네는 자신만만한 표정이 되어서 무의미하게 세실리아 일행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외쳤다.

 "자, 너희들도 따라오는거야! 알았지? 지금부터 잇군이랑 호키쨩을 구하러 가는거야! 그리고 시끄러운 벌레들 따위 걷어차버리고, 빨리 돌아갈거야! 치-쨩이랑 약속했으니까!"
 """예, 옛!"""

 그 무시무시한 박력과 자신감에, 세사람은 저도 모르게 기립부동하며 대답했다. 그 모습에 만족했는지 타바네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허리에 손을 얹더니, 다시 G캐럿 안으로 돌아가 콘솔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런 타바네에게 의아해하면서 세실리아가 질문을 던졌다.

 "저어, 지금 간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거기 너. IS의 근간기술중 가장 핵심이 된다고 생각하는 걸 1개만 말해봐." "엣?! 그, 그건......"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면서도, 세실리아는 우등생답게 머릿속에서 모범답안을 끌어냈다.

 "저어, 그건 양자변환 기술이 아닌가요?"
 "정답. 한가지 물질을 가장 작은 단위까지 분해해서 데이터화 하고, 그것을 다시 실체화 하는 양자변환 기술. 말하자면 과학으로 이룩한 연금술이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IS의 핵인 코어인거고. 양자역학의 기본만 알아도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겠지?"
 
 거기까지는 세실리아도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타바네의 강의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렇게 현실에 간섭하는 허상을 임의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방면에서도 현실에 간섭하는 허구의 사실을 조작해낼 수 있다는 거야. 말하자면, 그것은 가능성의 문제. 1=3이 되고 2-5가 10이 되어버리게 되면, 이미 무엇이 올바른 것이고 무엇이 올바르지 않은지 파악할 수 없게 돼. 현실을 지탱하는 기준점이 없어지게 되면 그건 이미 허상이니까. 이미 1=3이 가능하게 되어버린 세계에서, 1은 3이 아니라고 외쳐봤자 무의미 하지."
 "그건,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게 지금 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건가요?"
 "훗훗훗, 아무래도 보통의 인간에게는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인데. 그럼 중간생략하고 결론만 말할께. 즉 코어를 이용하면, '있을리가 없는' 사실을 현실에 일으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이야!"
 "설마...... 확률 조작에 의한 사실 개찬?!"

 경악의 소리를 낸 것은 카구야였다. 오버드인 그녀는, 특정한 '영역'에 대해 지배권을 가지는 오르크스 신드롬의 이펙트중, 그런식으로 확률을 왜곡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타바네는 정답, 이라고 말하는 듯이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그래. 전지전능한 관측자의 눈을 속임으로써 온갖 일이 일어날 확률을 조작하는 것. 예를 들자면, 현재 우리들이 아무리 빨리 간다고 해도 제시간에 잇군 일행이 있는 곳까지 도착하는건 불가능해. 거기 있는 오버드는 웜홀을 열 수 있는 거 같지만, 지금은 그럴 힘도 남아있지 않지?"

 카구야가 분한듯이 고개를 끄덕이는걸 보며, 더더욱 자신만만하게 설명하는 타바네. 물론 그러는 동안에도 손은 쉬지않았다.

 "하지만, 이 타바네씨의 손을 거치면 그 '불가능'이 가능해져. 예를 들면,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동굴 바깥의 허공이 아니라......"

 그리고, 타바네가 마지막으로 손을 들었다가 입력 키를 내리치는 것으로 이변이 일어났다.

 "......잇군들이 있는 곳에 '있었다'는, '사실'로 바뀐다거나."

 일행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은, 격전을 치르고 있는 이치카와 호키 일행, 그리고 그에 맞서는 두 패의 강대한 적의 모습이었다.

 P.S:...으아아아악! 결국 45화로 끝을 못냈어! 그렇다고 이제와서 또 상중하로 나누는 건 면목이 없어서 못하겠습니다.
 최종결전은 다시 다음화로 미루어졌습니다만, 어떠셨는지요? 그럭저럭 타바네씨의 멋진 모습을 쓰고싶어서 좀 폭주한게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타바네가 마지막에 한 것은, 그렌라간의 후반부에서 안티스파이럴이 사용한 '확률변동탄'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절대로 맞을리가 없는 공격'을, 그 확률을 왜곡해서 '반드시 맞게 하는'공격. 마찬가지로, '그 장소에 있었을리가 없는 사람'이 '때마침 거기에 나타도록 하는' 우연을 인위적으로 불러일으킨거죠.

 단순히 일어난 현상만 보면 텔레포트입니다만, 거기에 쓰이고 있는 테크놀러지가 쓸데없이 위대한 점에는 '재능의 낭비'라는 한마디를 붙여두고...

 다음번에야말로 진정한 최종결전! 그 막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많은 감상 바랍니다!

[인피니트 스트라토스] 부서진 영혼, 어긋난 운명 44화 by 아르니엘


 부서진 영혼, 어긋난 운명 44화 



 "큭, 타마모는 전에도 싸운적이 있었지만, 저 츠즈키 쿄우카까지 이렇게 강하다니...... 이건 반칙 아닌가?!"
 "약한소리 하지마, 호키쨩! 여기서 밀리면 죽는다! 그나마 타마모를 상대하지 않아도 되는걸 다행으로 생각하자고!"
 "주둥이 놀릴 여유도 있고, 좋겠구나 네놈들은! 나에게 이 괴물을 혼자 맡겨놓고!"

 호키, 이치카, 레이가 번갈아가면서 입으로 투덜대면서도, 세사람은 일사분란하게 양쪽의 적을 동시에 상대하면서 분전하고 있었다. 타마모를 레이가 혼자서 막는 사이에, 아무리 봐도 무투파로는 보이지 않는 츠즈키 쿄우카를 이치카와 호키가 협공해서 먼저 쓰러트린다는 것이 작전이랄것도 없는 작전이었다. 그러나 이 작전은 시작도 하기 전에 난관에 부딪혔다. 그것은, 일견 10여세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 소녀가 터무니없는 재주를 발휘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불꽃에, 전기에, 빛에, 중력에... 제기랄, 뭐든지 있는거냐?!"
 "남들 앞에서 피로하는건 처음이지만요. 어떤가요, 만족하셨나요?"

 초음속의 속도로 아카츠바키의 에너지 참격을 여유있게 피하며, 영락백야를 발동시키고 파리라도 잡듯이 휘두르는 백식의 여래장을 한 손을 편 것만으로도 받아내고, 오히려 그것을 역으로 잡고는 붕붕 휘둘러댄다. 덕분에 그대로 벽에 처박힌 이치카가 그 괴력에 혀를 차는 것도 잠시, 눈앞에 닥쳐온 수십발의 화구와 뇌구에 기겁하면서 이그니션 부스트로 도주를 꾀한다. 그렇지만 도망친 방향에 대기하고 있는 것은 어느새 대기하고 있던 쿄우카와 그녀가 휘두르는 초중력의 해머.

 "크아악!!!!"

 단 일격에 다시 벽에 처박히는 이치카. 놀랍게도 상대는 이마당이 되어서도 살심은 커녕 적의조차 갖고있지 않았다. 사람을 죽이기에 충분한 공격을 날려대고 있으면서도, 츠즈키 쿄우카는 지극히 안정된 평상심을 가지고 일상생활이라도 하듯이 이치카와 호키를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일상생활을 할때는 족쇄만 되지만 싸울때는 무엇보다도 의지가 되는 네거티브 센서가 먹통인 상황에서 사투를 강요당하는 이치카의 속은 격렬한 짜증으로 가득찼다.

 "제길, 이모양 이꼴로 당하고만 있는데도, 제대로 싸우는 것도 아니란 말이야?! 실바리오 가스펠이 차라리 더 상대하기 쉬웠어!"
 "당신은 상대의 적의나 악의를 민감하게 느끼는 것 같더군요. 그렇다면 감정을 컨트롤하여 일체의 적의를 비치지 않으면 그 능력은 봉인되겠지요?"
 "BULL SHIT! 말이 쉽지, 그걸......!"
 "적어도 당신의 걸프렌드중 한명인 팡 링잉은 중학생때부터 해왔던 일이지요? 명경지수, 라고 했던가요. 이름은 잘 붙였네요."
 "...괴물놈이!"
 "마치 인간이기라도 한 것처럼 말하는 군요. 당신도 순수한 인간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텐데요? 보통의 인간은, 목 아래의 전신을 잃은 상태에서 살아돌아오거나 하진 않잖아요?"

 투맨셀 토너먼트떄의 일을 지적하는 쿄우카의 말에 이치카는 혀를 찼다. 거기서 벌어진 일은 철저하게 대외비로 붙여졌을텐데, 대체 어디서 정보가 새어나간걸까. IS학원 내에 첩자라도 심어놓았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고찰은 우선 나중일이다. 중요한건 지금 눈앞의 적에게는 네거티브 센서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공격력도 방어력도 3세대 IS를 능가하는 말도 안되는 전투력이, 130센티미터도 안되는 저 작은 체구안에 갖춰져있다는 것.

 "날 무시하지마!"
 "무시하지는 않고 있답니다. 그저 당신이 반응이 늦을뿐이죠. 저 '투신' 오우가를 쓰러트린 소녀 시노노노 호키 양. IS의 보조를 얻고 있다고는 해도 확실히 대단한 실력이네요. 아쉽게도, 그 대단한 실력도 저에게는 통하지 않고 있는 것 같지만."
 "크읏......."

 과연 그 '투신'이 주의하라고 경고할 만한 힘이다. '플래너'같은 이름이 붙어 있어서 책사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런 말도 안되는 직접전투력을 갖추고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상대가 뭔가 무도를 익혔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한 무도가의 상식을 벗어난 '생물체'로써 격이 다른 힘. 마치 맨몸의 인간과, 곰이나 호랑이, 공룡같은 야수를 비교하는 것 같은 느낌. 이치카가 '괴물'이라고 내뱉을 만 했다.

 "뭔가 불순한 생각을 하고 있는거 아닌가요? 아까부터 나를 보는 당신의 시선에서 이상한 거라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만?"
 "시, 시끄러워!"

 그 귀여워보이는 입술을 뾰족 내밀고 불만어린 목소리로 항의하는 쿄우카에게 움찔하면서,  호키는 카라와레와 아마즈키의 십자베기로 답례했다. 데레 치고는 과격한 응답이었지만, 그 요란한 공격이 벤 것은 빛과 열을 조작해서 만들어낸 허상. 쿄우카의 본체는 어느샌가 천장에 달라붙어서 거꾸로 서있다가 낙하해오며, 괴물처럼 변해 손톱이 나있는 팔을 호키를 향해 휘둘렀다. 그 팔이 마치 연체동물의 촉수마냥 주우우욱 길어지면서 접근해오는 것은, 눈의 착각만은 아닐터.

 "크으윽!!!!!"

 긴급하게 전개장갑을 돌려서 물리실드로 막아냈다. 실드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취한 조치였지만, 하필이면 이번에는 그것이 거꾸로 안좋은 패가 되었다. 하나 하나가 1미터는 되어보이는 손톱에 닿자마자, IS의 물리실드가 쩅 하는 소리를 내더니 마치 유리처럼 산산조각이 나버린 것이다.

 "배리어 크래커. 차라리 에너지 실드로 막았다면 몰라도, 실수했군요 시노노노 호키 양."
 "초진동에 의한 물질분해.....?! 제길, 그나마 몸통에 안맞은게 다행인건가. 하지만 이대로 가면 위험해......!"

 IS가 알려주는 적의 공격에 대한 정보를 보며 호키는 혀를 찼다. 한번 공격에 실드가 한장씩 날아가서야 견딜 도리가 없다. 회피 위주로 하는 것이 제일이지만 배틀 그라운드가 드넓은 창공도 아니고, 비교적 넓다고는 해도 산속의 공동이어서야 IS의 고기동을 살리기에는 농담으로라도 좋은 전장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한편 레이쪽도 형편이 좋지는 않았다. 요극참상도를 마구 휘두르며 접근을 봉쇄하고 파초선과 플라즈마 볼, 라이트닝 스톰을 신나게 퍼부어대는 타마모에게 고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애당초 요인으로써의 격을 나타내는 꼬리부터가 타마모의 9개에 대해 레이는 6개뿐. 7개로 성장한 이치카보다도 적다. 거기에 나노머신 컨트롤러-보패라는 강력한 무기로 무장하고 있는 타마모를 정면으로 상대하는 것은 사실 자살행위다.

 "아하하하하, 정말이지 이 섬은 재미있다니까. 설마 두번쨰의 네가 나타날줄이야? 그것도 저녀석과 손을 잡고 한패가 되셨어? 걸작인데! 하지만 하나가 둘이 되었다고 해도, 뭐가 바뀌지? 결국 시체가 하나 늘어날 뿐이잖아! 아, 시체도 남지 않나?"
 "닥쳐! 그러는 네년도 결국은 죽었잖아!"
 "동반자살 말이지. 나름대로 로맨틱하잖아, 그런것도? 하지만 기적은 어쩌다가 한번 일어나니까 기적인거야. 똑같은 기적을 2번씩이나 기대하면 안되지!"
 "그렇다면 기적이 아니라도 좋아! 똑같은 일이 2번 일어나면, 그건 '당연한'일이니까!"

 도미나는 벤토에게 맡겨서, 둘다 후방으로 빠졌다. 어차피 이빨이 다 빠져버린 지금 상태의 벤토로는 싸우게 하기도 힘들다. 뭐가 있었는지 말하려들지는 않지만, 저런 아이덴티티 크래쉬를 맞은 거 같은 얼굴을 한 벤토를 싸우게 해봤자 제대로 된 결과는 안나올거라고 판단한 타마모는 대신 소중한 딸을 맡겼다. 앞뒤 사정도 설명하지 않고, 누구인지도 말하지 않은채 냅다 떠맡겼지만 별달리 물어보지도 않았다. 신경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원인은 츠즈키 쿄우카 덕분에 알았다.


 '설마, 진짜로 쿠요우 치아키 일줄이야. 본인도 서서히 '저쪽'의 기억이 돌아오고 있는 것 같고. ......과연 어떻게 될까나? 그건 그것대로 재미있을 것 같은데말야.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간 장본인인 나에게, 운명을 거머쥐이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어떻게 나오려나. 도미나를 인질로 잡고 나를 위협하는 정도의 기개는 보여줘도 좋을텐데. 우후훗......'

 타마모는 실로 여유가 있었다. 모든 일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플래너의 능력은 이치카와 호키 두사람이 잔뜩 이끌어내어서 보여주고 있고, 레이 단독으로는 원래 자신에게 미치지 못한다. 레이가 아니라 이치카라면 저 IS의 보조를 얻어서 밀어붙일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IS조차도 1:1로는 현재의 타마모의 발목을 붙잡는 정도도 힘들다. 적어도 직접 싸워본 타마모는 그렇게 느꼈다. 물론 '말'로는 충분히 쓸 수 있겠지만 현재 자신의 작품중에서도 최고의 완성도를 가지는 자기 자신에 비하자면 하찮아보였다.

 "너도 내가 만든 작품중에서는 최고급에 속하지만, 역시 꾸준한 개량을 하고 있는 오리지널인 나에게는 미치지 못해. 쓸데없이 시간끌지말고 비키면, 목숨만은 살려서 휘하에 거둬줘도 좋아. 예전의 실험체 취급보다는 훨씬 낳은 대우를 약속할께. 사랑하는 누나와도 함께 있을 수 있어. 나쁘지는 않은 제안이잖아?"
 "아아, 정말이지 달콤해서 목에서 손이 나올것 같은 제안이지, 거기에 네놈만 사라진다면!"
 "......그렇게까지 미움받으니 오히려 짜릿한걸? 그만큼, 네 머릿속에서 내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말이잖아? 뭐, 사랑과 증오는 종이한장의 앞뒷면이라고도 하고."
 "끔찍한 소리 하지마! 젠장, 이거봐, 닭살 돋은거! 이거 어떻게 할거야?!"

 몸을 부르르 떨면서 발에 전자 바리어를 친 채 날아오는 뇌구를 걷어차서 다른 뇌구에 부딪혀 유폭시키면서 레이가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타마모는 즐거워서 견딜 수 가 없다는듯이 깔깔깔 웃으며 다시 한번 파초선을 부쳐서 도망치는 레이의 앞길에 회오리바람을 일으켜서 막았다.

 "어머, 아주 거짓말도 아니잖아? 나는 널 꽤 좋아하고 있는데? 뭐라고 해도 네 첫.번.째.는 내가 먹었고."

 ""닥쳐 이 변태 할망구! 애엄마면 애엄마답게 좀 굴던가! 어린애 보고 있는 앞에서 뭔 개수작이야!??!!!""

 레이와 이치카가 동시에 비명을 지르며 항의했다. 그 항의를 듣고 타마모는 생각났다는 듯이 딸아이-도미나가 있는 쪽을 쳐다봤다. 다행히도, 타마모의 음담패설이 시작될쯔음에 벤토가 도미나의 귀를 막고 있어서 들리지는 않았다. 그 자신도 상당히 패닉상태에 있으면서도 반사적으로 그런 행동을 취한 것은, 벤토가 남을 돌보는 것에 얼마나 익숙해져있는지에 대한 증거가 될 것이다. 이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좋은 것이지만.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들이 일갈을 내질렀다.

 "너, 너희들! 조금쯤은 진지하게 싸우지 못하겠냐! 이쪽의 긴장감이 버티질 못하잖아!"
 "안심하세요. 진지하게 하고 있는건 저도 마찬가지니까." "크윽?!"

 자기 말대로 진지하게 공간이동을 해와서 지근거리에서 수정의 검을 옆구리에 찔러넣는 플래너. 카라와레를 들어 공격을 걷어내며 이그니션 부스트로 회피하며, 호키가 외쳤다.

 "너도 아까부터 적당히 하고 있잖아!"
 "아뇨, 이건 나름대로 진지하고 있는 겁니다. 이 이상의 힘을 내어도 의미는 없고요. 저는 어디까지나 목적이 달성이 될때까지, 당신들 전원의 발을 묶기만 하면 되니까요. ...당신들끼리 서로 발목을 잡고 있으니, 이 이상 편한 일도 없겠죠? 그렇다고 당신들끼리 단합해서 저를 칠리도 없고."
 "......저렇게 말하고 있는데, 어때? 나와 손을 잡아서 저 얄미운 계집애의 엉덩이를 먼저 두들겨준다는건?"
 """말같은 소리를 해라! 차라리 그 반대면 모를까, 네놈과 손을 잡을까보냐!!!!"""

 이치카와 레이뿐만이 아니라 호키까지 가세해서 반박과 함께 합동공격을 날리자, 타마모는 조금 삐진 얼굴로 극광벽을 치면서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이치카의 귀신수가, 호키의 참격이, 레이의 뇌구가 그 극광벽에 명중해 깨트렸지만, 이미 도망친 타마모는 공중에서 연속으로 여섯번 제비를 돌며 세사람을 향해 요극참상도를 휘둘렀다. 셋다 아슬아슬하게 피하자 목표를 잃은 투명한 참격이 공동의 천장을 때리며 벽에 큰 상흔을 남겼다. 그 꼴을 보며 쿄우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세상의 운명을 결정지을지도 모르는 최종결전치고는, 너무나도 개판5분전인 상황이었다.


 "이것으로!" "끝입니다!"

 라우라에 의해 AIC로 움직임이 묶이면서도 그 버둥거리는 야가시라 렌의 거체를, 그 바로 아래에 슬라이딩해서 들어가면서 양 어깨에 전개시킨 대구경 포신을 통해 발사되는 강입자포Hadron Cannon-D 랭크 병장 무진광명포無盡光明砲의 검붉은 섬광이 주변을 완전히 뒤덮더니, 잠시후에는 약간의 재만이 흩날리고 있었다.

 비명한번 지를 틈도 없이 완전히 소멸된 렌의 잔해를 향해, 아오이는 한숨을 내쉬며 다가갔다. 그 거대한 몸체가 이제는 잿더미가 되어, 흉부 위쪽과 왼팔 하나 정도밖에 남지 않은 모습은 너무나도 진실미가 느껴지지 않아서 실감이 나지 않았다.
 자신이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때 이미 죽어버린, 처음으로 얼굴을 본 아버지. '최강의 생명체가 되고 싶다'라는 바보같은 소망을 위해, 친 어머니인 휴가 사츠키를 살해하고 디바인 칠드런에 들어갔다가, 이윽고는 그 DC조차도 배신하고 쿠데타를 일으킨 바보같은 남자.

 ......이야기로는 많이 들었다. 그리고, 이야기대로의 바보 같은 남자였다.
 
 아오이는 눈 앞에 널부러진 이 아버지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것이,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달라서인지 아니면 아버지가 이상해서인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설령 이 눈앞의 아버지가 자신의 기억을 바탕으로 재생된 것이 아니라 진짜 실물이었다고 해도, 아마 자신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란 것. 그리고, 결과는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는 것.

 피를 나눈 혈육에 대해 이러한 평가를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보아 정상적인 관계는 아닐 것이다. 뭐, 그만큼 아오이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는 자각은 있긴 하다만. 그런 온갖 생각을 하며 잠시 멍하니 있었다. 그 순간, 샤나의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피해요 엄마! 그녀석 아직 살아있어!!!" "?!!"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가 반응하기 전에, 야가시라 렌의 잔해가 눈을 뜨던 무방비의 아오이를 향해 튀어올랐다.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기관인 한쪽 팔의 끝에는 IS의 물리실드조차 너덜너덜하게 만드는 칼날이 돋아나있었다. 라우라도, 샤나도 미처 반응하지 못할만큼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다. 이대로 아오이의 가느다란 목은 렌의 흉검에 의해 찢겨나가는가 했다. 그래, 이 자리에 그녀들만 있었더라면.

 
 "뭐야?!"

 아마도, 가장 놀란 것은 아오이 그 자신이었다. 아주 단발은 아니라지만 누구들처럼 허리까지 내려오는 장발이라고는 말 할 수 없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갑자기 늘어나더니 렌의 공격을 튕겨내고 그 잔해를 두동강내버린 것이다. 그리고 몇번 공중에 흩날리며 잔해들을 완전분쇄해버린 머리카락들은, 이윽고 아오이의 머리에서 떨어져나가더니 허공에서 한번 공중제비를 돌면서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 착지했다. 그 모습은, 지금까지 모두의 의식에서 잊혀져있던 소녀-

 "키리사키 키리카?!" "어느순간부터 안보인다 했더니......?!" "생체반응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만...... 엄마의 생체반응에 밀착해 있어서 감지 하지 못했던 모양이군요. 엑자일 신드롬의 의태능력, 인가요?"
 "쨔잔~~~ 이런일도 있을까 해서 숨어있었지!"

 손으로 V를 그리며 의기양양하게 웃어보이는 키리카를 보며, 화를 낼 기력조차 잃어버린 아오이, 라우라와는 달리 샤나는 무슨 사태가 일어났는지 즉시 분석했다. 신체를 짐승처럼 변화하며 강화시키는 키마이라 신드롬과는 달리, 똑같이 육체에 작용하지만 좀더 기괴한 변이를 일으키는 엑자일 신드롬의 능력중에는 물건으로 변신하거나, 종잇장처럼 얇게 변해 틈새를 지나가는 등의 재주가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기괴한 것이 타인의 몸에 융합하여 그 일부가 되는 능력. 키리카는 그 능력을 이용해 아오이의 머리카락에 융합하여 숨어있었던 것이다.

 "이야, 다들 너무 대단해서 말야. 혹시 내가 나갈 장면이 없어지나 했지만 마지막의 마지막에 이런일이 생기니까 숨어있던 보람이 있다고나 할까. 저기 은발 로리 애는 IS때문에 달라붙을 수도 없고. 응응, 이 몸의 선견지명!"
 "...고마워. 그럼 빨리 본론으로 들어갈까?" "엑, 잠깐, 반응 얕아?! 좀더 놀라도 되는데?!"

 아무래도 좀더 화려한 리액션을 바랬던지 키리카가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아오이는 무슨 바보같은 소리를 하느냐는 표정으로 단숨에 쏟아냈다.

 "그럴 시간이 있다면 빨리 다른 이들과 합류하는게 옳아. 당장 우리는 샤를로트와도 합류하지 못했잖아." "아, 그거라면 문제없어보이는데? 봐, 저기---"라우라! 아오이! 다들 무사해?!".....보다시피, 멀쩡하게 오고 있잖아."

 키리카가 재주좋게 머리카락을 들어서 가리키는 방향에서, 이카루가와 안타레스가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쪽의 전투를 보고 달려온 모양이다. 아쉽게도 한발 늦긴 했지만 전원 무사하니까 상관없을 터이다. 가까이까지 다가온 샤를로트는 착지하기가 무섭게 일행의 안부를 살폈다.

 "다들 괜찮아!? 다친데 없어?!"
 "문제없다. 다소 장비의 손실은 있었지만 다친 사람은 없다." "저는 다쳤는데요." "......사람이 아니니까 괜찮다!" "우와, 이 인간 말하는 것좀 봐. 지금 장비 손실에 내 부상까지 집어넣었어!"

 뒤에서 라우라와 샤나가 뭔가 툭탁거리고 있었지만 아오이는 전혀 신경쓰지않고 완전히 무시했다.

 "뭐, 보다시피 다들 쌩쌩해. '덤'쪽도, 별일은 없었던 모양이고."
 "덤, 이라. 이래뵈도 이 아가씨 보조하라고 맡겨진건데 말이지."
 
 베가가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웃어보였다. 결코 즐거워서 웃는건 아니겠지만 아오이는 신경쓰지 않았다. 이치카가 적이었던 이 여자를 샤를로트에게 붙인 것은 이치카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어서일터. 지금은 그 진의를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것보다 우선은 합류다.

 "그래서 말인데, 어느쪽에 먼저 합류하지? 이치카 오라버니쪽인가? 아니면 언니들쪽?"
 
 라우라의 말에 아오이는 1초정도 생각하더니 즉답했다.

 "이치카쪽. 이번 사태의 핵은 어디까지나 오모이데님이야. 그걸 해결하지 않으면 시간만 끌 뿐이지. 시노노노 타바네쪽으로 간 멤버중에는 분명히 야가미 키리카가 있었지. 그녀라면 웜홀을 열어서 이동할 수 있으니까 이동은 어떻게든 될거야."
 "헤에, 오버드에 대해 잘 아네?"
 "...친구놈이 전문이라서. 어쨌뜬, 수다떨 시간 없어. 간다. 샤나! 슬슬 이쪽도 진짜 최종보스전 참전이다!"

 아오이의 기합들어간 목소리와 함께, 샤나는 무너져가는 정신세계의 계면을 깨트려 현실세계로의 문을 열었다. 소녀들은 차례차례 차원의 문을 빠져나가 현실세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샤나의 손을 잡으며 아오이는 뒤로 고개를 돌려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잔해를 쳐다봤다. 그리고, 곧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려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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